[이 그림]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18세기 로코코 살롱의 달콤한 입맞춤, 오귀스트 툴무슈의 '키스'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2-14 13:46:07

제2제정 시대 파리 사교계를 사로잡은 낭만적 순간의 포착
발렌타인데이, 영원히 멈춘 사랑의 순간
오귀스트 툴무슈의 '키스'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랐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오귀스트 툴무슈(Auguste Toulmouche, 1829-1890)의 1870년 작 '키스(Le baiser)'는 바로 그 영원한 순간을 포착한 걸작이다. 64×43cm 크기의 이 유화는 18세기 로코코 풍 살롱에서 입맞춤을 나누는 젊은 연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150년이 지난 지금도 발렌타인데이의 낭만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제2제정 시대 상류층 삶의 연대기, 오귀스트 툴무슈

오귀스트 툴무슈는 1829년 프랑스 낭트(Nantes)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활동한 아카데미즘 화가다. 그는 샤를 글레르(Charles Gleyre)의 화실에서 수학했으며, 같은 스승 밑에서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알프레드 시슬레 등 후날 인상주의를 이끌 화가들과 함께 공부했다. 그러나 툴무슈는 인상주의의 길을 택하지 않고 아카데미즘 전통을 고수하며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1852년 파리 살롱에 처음 출품한 이후 툴무슈는 제2제정(Second Empire, 1852-1870) 시대 파리 상류층의 일상을 주제로 한 '우아한 장르(genre élégant)' 회화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특히 우아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사적 순간—독서, 편지 쓰기, 화장, 연애—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미술사적으로 툴무슈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와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로 대표되는 18세기 로코코 회화의 정신을 19세기에 부활시킨 화가로 평가된다. 동시대 아카데미즘 화가인 알프레드 스티븐스(Alfred Stevens), 제임스 티소(James Tissot)와 함께 부르주아 계급의 삶을 시각화한 '현대 생활의 화가(painters of modern life)'로 분류된다.

로코코 부활과 아카데미즘 정밀 기법의 결합

'키스'는 툴무슈의 대표적 특징인 정밀한 사실주의와 로코코적 우아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는 하얀 식탁보가 덮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입맞춤을 나누는 젊은 남녀가 배치되어 있다. 남성은 18세기 스타일의 크림색 코트와 레이스 장식이 달린 의상을 입고 깃털 모자를 쓰고 있으며, 여성은 화려한 핑크색 로코코 드레스를 착용하고 있다.

작가의 탁월한 묘사력은 직물 표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여성 드레스의 다층 프릴 장식, 꽃무늬 자수, 실크의 광택감은 물론, 남성 코트의 레이스 러플, 테이블보의 프린지 장식까지 모든 질감이 사진처럼 정밀하게 재현되어 있다. 이는 툴무슈가 파리 최고급 패션 하우스의 실제 의상을 모델로 삼아 작업했음을 보여준다.

배경의 청록색 벽 패널은 18세기 로코코 인테리어를 재현한 것으로, 금색 몰딩으로 구획된 패널 안에는 꽃 정물이 그려진 장식 메달리온이 배치되어 있다. 이는 베르사유 궁전이나 퐁파두르 부인의 살롱을 연상시키는 귀족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테이블 위에는 과일 접시, 와인 병, 촛대가 놓여 있어 로맨틱한 저녁 식사 시간임을 암시한다. 화면 하단의 페르시안 카펫과 오른쪽의 금색 의자 일부는 공간의 깊이감과 부유함을 더한다.

구도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두 인물의 입맞춤이 화면 중심에서 약간 왼쪽에 위치해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광원은 왼쪽 상단에서 들어와 인물들의 얼굴과 의상을 부드럽게 비추며, 벽면의 명암 대비로 공간감을 강조한다.

사랑의 보편성과 제2제정 시대 문화적 맥락

'키스'는 단순한 연애 장면을 넘어 19세기 프랑스 상류층의 문화적 취향과 사회적 관습을 담고 있다. 제2제정 시대 파리 부르주아 계급은 18세기 귀족 문화를 동경했고, 의상 파티와 시대극적 재연을 즐겼다. 작품은 사랑의 순수하고 사적인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감정을 표현한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이 제작된 1870년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Franco-Prussian War)이 발발한 해로, 제2제정이 붕괴하고 파리 코뮌(Paris Commune)의 혼란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툴무슈의 그림은 역설적으로 그 시대의 마지막 우아함과 낭만을 기록한 셈이다.

시간이 멈춘 달콤한 순간

이 그림 앞에 서면 마치 18세기 귀족의 은밀한 살롱에 초대받은 듯한 특권적 감정이 든다. 청록색 벽면은 차가운 듯 보이지만 촛불의 따뜻한 빛과 연인들의 열정으로 온기가 가득하다. 두 사람의 입맞춤은 격정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우아하며, 마치 시간이 영원히 멈춘 듯 느려진다.

여성의 핑크색 드레스는 설렘과 순수함을 동시에 상징하며, 프릴과 꽃 장식은 사랑의 감미로움을 시각적으로 번역한다. 남성의 레이스 장식과 깃털 모자는 구애의 우아함과 정성을 보여준다. 테이블 위의 과일은 사랑의 풍요로움을, 와인은 도취와 축제를 암시한다.

발렌타인데이에 이 그림을 보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의 발렌타인데이가 때로 상업화된 형식으로 흐르기 쉽지만, 툴무슈의 '키스'는 사랑의 본질—두 사람만의 친밀한 세계, 서로를 향한 완전한 집중, 순간의 영원화—을 상기시킨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거의 들릴 듯, 말 듯 한 정적이 느껴진다. 촛불이 깜빡이는 소리, 실크 드레스가 스치는 소리,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순수한 시간. 이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때 세상이 사라지고 오직 둘만 남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이다.

미술시장에서의 위치와 작품 가치

오귀스트 툴무슈는 생전에 상업적으로 매우 성공한 화가였으며, 현재도 19세기 프랑스 아카데미즘 회화 시장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작품은 소더비, 크리스티, 본햄스(Bonhams) 등 주요 경매에서 꾸준히 거래되며, 특히 우아한 여성상과 로맨틱한 장면을 다룬 작품에 높은 수요가 있다.

툴무슈 작품의 경매 가격은 작품 크기, 주제, 보존 상태에 따라 편차가 있다. 중형 크기(50-80cm)의 우수한 작품은 일반적으로 5만20만 달러(약 7천만2억 8천만 원) 범위에서 거래된다. 특히 섬세한 의상 묘사와 로맨틱한 주제가 결합된 작품일수록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키스'와 유사한 주제와 크기의 작품들은 최근 경매에서 8만15만 달러(약 1억 1천만2억 원) 수준에서 낙찰되었다.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툴무슈의 '편지(The Letter)'(유사 크기)가 약 12만 달러에 낙찰된 바 있으며, 2021년 크리스티에서 '드레스 피팅' 작품이 약 18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툴무슈의 시장 가치는 19세기 아카데미즘 회화 전반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지난 20년간 상승세를 보였다. 한때 인상주의에 가려 저평가되었던 아카데미즘 화가들이 최근 그들의 기술적 완성도와 역사적 중요성을 재인정받으면서 컬렉터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툴무슈의 작품은 프랑스 제2제정 시대의 문화사적 자료로서 가치가 높으며, 패션 역사, 인테리어사 연구에도 중요한 시각 자료로 활용된다. 미국과 유럽의 개인 컬렉터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시아와 중동의 신흥 컬렉터들도 19세기 프랑스 ‘우아한 회화(peinture élégante)’에 관심을 보이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툴무슈는 중상위급 19세기 프랑스 화가로 분류되며, 작품의 희소성(대부분 개인 소장)과 보존 상태가 좋은 작품의 제한적 시장 출현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자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발렌타인데이의 영원한 키스

오귀스트 툴무슈의 '키스'는 150년 전 캔버스에 포착된 사랑의 순간이지만, 그 감정의 진실성은 시간을 초월한다. 발렌타인데이에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사랑의 본질을 되새기는 일이다. 화려한 로코코 의상과 우아한 살롱 배경은 시대적 의상이지만, 두 사람의 입맞춤은 모든 시대, 모든 연인들의 보편적 언어다.

촛불 아래, 과일과 와인이 놓인 테이블 앞에서 서로에게 완전히 빠져든 두 사람.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사랑이 주는 가장 큰 선물—서로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발렌타인데이의 진정한 의미는 비싼 선물이나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바로 이렇게 서로를 향한 온전한 집중과 친밀함이 아닐까.

툴무슈의 붓끝에서 영원히 멈춘 이 키스는, 오늘 이 순간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모든 키스의 원형이자 약속이다.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그 아름다운 진리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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