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북유럽 자연의 서정을 점묘로 노래하다…스웨덴 거장 오스카르 베리만의 ‘나무와 집이 있는 여름 풍경’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4-19 09:39:30

오스카르 베리만, 스칸디나비아 근대 회화의 독자적 목소리 오스카르 베리만의 ‘나무와 집이 있는 여름 풍경’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스웨덴이 낳은 풍경화의 거장 오스카르 베리만(Oskar Bergman, 1879~1963)은 19세기 말 유럽을 휩쓴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의 물결을 스칸디나비아의 감수성으로 소화해낸 독보적인 화가다. 

스톡홀름 출신인 그는 스웨덴 왕립예술원에서 정통 미술 교육을 받은 뒤 유럽 대륙을 유랑하며 폴 세잔과 빈센트 반 고흐의 조형 언어를 흡수했다. 그러나 베리만은 단순한 모방자에 머물지 않았다. 

북유럽 특유의 맑고 투명한 대기, 자작나무와 침엽수가 어우러진 스칸디나비아의 원시적 자연을 독자적인 점묘 기법으로 재해석하며 스웨덴 근대 회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수채화와 유화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항상 북유럽의 빛과 계절감에 천착했고, 이 일관된 주제 의식이 그를 스웨덴 풍경화의 정점에 올려놓았다.

점묘의 시학(詩學)—초여름의 숲을 화폭에 담다

‘나무와 집이 있는 여름 풍경(Summer Landscape with Trees and Houses)’은 베리만의 화법적 특징이 집약된 대표작이다. 화면을 압도하는 것은 전경의 거대한 고목이다. 굵고 울퉁불퉁한 수피(樹皮)의 질감은 세밀한 붓터치로 육중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그 존재감은 화면 바깥으로 넘칠 듯 팽창한다. 고목 주변으로 흰 껍질의 자작나무들이 늘씬하게 서서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화면 전체는 미세한 색점들의 촘촘한 집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은 코발트블루와 회청색의 점들이 층층이 쌓여 북유럽 초여름의 맑고 서늘한 대기를 재현하며, 새잎을 틔운 나뭇가지의 연두빛 잎사귀들은 각각의 점으로 독립되어 생명의 약동을 전한다. 전경의 지면에는 노란 야생화가 점점이 흩어져 있고, 멀리 원경에는 붉은 지붕의 소박한 농가 한 채가 아스라이 자리한다. 근경의 장대한 자연과 원경의 작은 인간 거주지를 대비시키는 이 구도는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겸허함을 시각화하는 베리만 특유의 서사 방식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이 그림이 지닌 미술사적 가치는 단순한 풍경 재현을 넘어선다. 베리만은 쇠라식 신인상주의 점묘법을 스칸디나비아의 자연 철학과 결합시켰다. 북유럽 사람들이 숲과 나무에 부여하는 정신적 의미, 즉 자연을 생명의 원천이자 인간 존재의 배경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이 이 화폭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화면을 채우는 점들은 단순한 기법적 실험이 아니라, 자연이 무수한 생명의 집합체임을 시각적으로 증언하는 철학적 선언에 가깝다. 특히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을 고목의 압도적 존재감과 그 사이로 살포시 보이는 인간의 집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이라는 북유럽적 이상을 함축한다.

초여름 숲을 거니는 듯한 감각

작품 앞에 서면 눈보다 먼저 어떤 감각이 작동한다. 점들이 모여 이룬 하늘에서는 서늘하고 청명한 바람이 느껴지고, 연두빛 새잎들의 떨림에서는 북유럽 초여름의 짧고 강렬한 생명력이 전해진다. 발아래 노란 야생화는 봄의 마지막 인사처럼 흩뿌려져 있고, 고목의 거대한 몸통은 수백 년의 시간을 묵묵히 품은 채 서 있다. 멀리 붉은 지붕의 집 한 채는 이 광대한 자연 속에서도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조용히 알린다. 보고 있으면 스칸디나비아 숲속 오솔길을 걷는 듯한 청량함이 온몸에 번지는 그림이다.

북유럽 근대 풍경화의 계보와 현대 회화에 남긴 유산

베리만은 스웨덴 내부에 머물지 않고 20세기 북유럽 자연주의 회화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그가 개척한 점묘 기반의 자연 표현은 이후 스칸디나비아 화가들이 자연을 묘사하는 방식—광원의 처리, 계절의 표현, 수목의 양식화—에 하나의 준거점이 됐다. 

또한 거대한 자연을 인간적 스케일로 환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장대함으로 포착하는 그의 시각은, 오늘날 생태주의적 감수성과 맞닿아 현대 미술에서 재조명받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파트너로 바라보는 시선은 21세기 환경 담론의 맥락에서 더욱 현재적인 울림을 갖는다.

경매 시장에서의 위상 

오스카르 베리만은 스웨덴 국내 경매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는 작가다. 스웨덴 최대 경매사인 부코브스키스(Bukowskis)와 도로테움(Dorotheum) 등 북유럽·유럽 주요 경매에서 그의 작품은 정기적으로 거래된다. 소품 수채화의 경우 수천 달러 선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번 작품처럼 완성도 높은 대형 유채 혹은 수채 풍경화는 수만 달러에서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을 호가하기도 한다. 

베리만은 국제 경매 시장에서 '스웨덴 근대 풍경화'라는 카테고리의 핵심 작가로 분류되며, 북유럽 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최근 추세 속에서 그의 작품 평가액도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완성도 높은 수채화와 유화 모두 안정적인 투자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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