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S/S 서울패션위크] 절제된 슈트가 벗어던진 틀, 카루소(CARUSO)가 그린 '경계 없는 신사'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05 03:33:12

컬러가 말하는 무드…원색의 향연 속 숨은 질서 모델이 카루소(CARUSO)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2027 S/S 서울패션위크' 카루소(CARUSO) 컬렉션은 런웨이 초반부터 강렬한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카키빛이 도는 올리브 그린 슈트, 형광에 가까운 라임 그린 슈트, 민트톤 재킷과 새빨간 프린지의 대비, 보랏빛 시스루 니트까지. 모델들이 차례로 등장할 때마다 무대의 색온도 자체가 바뀌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 화려한 컬러 무빙에는 나름의 규칙이 읽혔다. 재킷 한 벌을 하나의 색으로 통일해 강한 인상을 주되, 안에 받쳐 입은 이너나 소품에서만 보색이나 이질적인 패턴(레오파드 프린트, 페이즐리 스카프)을 절제해 배치하는 방식이다. 화려함이 산만함으로 흐르지 않도록 색을 다루는 태도에서 오랜 시간 슈트를 만들어온 브랜드 특유의 균형 감각이 느껴졌다.

반쯤 풀어헤친 재킷, 해체된 테일러링의 문법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정통 테일러링을 일부러 흐트러뜨리는' 연출이었다. 네이비와 그레이 두 가지 재킷을 겹쳐 입은 듯 보이게 만든 크롭 톱 재킷, 맨살이 훤히 드러나도록 라펠을 깊게 파고든 그린 슈트, 니트 카디건을 허리에 묶어 크롭 형태로 재배치한 룩 등은 모두 클래식한 슈트 실루엣을 기본값으로 둔 채 그 위에 해체와 레이어링을 더한 결과물이었다.

여기에 오버사이즈 보타이, 손목을 휘감은 러플 장식, 술 장식(프린지)이 달린 새시 벨트 같은 과장된 디테일이 곳곳에 배치되며 전통적인 신사복이 가질 법한 경직된 이미지를 흔들어놓았다. 젠더의 경계를 지우는 스타일링 역시 두드러졌다.

남성 슈트의 완성도 높은 구조 위에 여성적인 리본, 러플, 시스루 소재를 자연스럽게 얹은 방식은 '남성복'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전통 갓을 연상시키는 챙 넓은 모자와 꽃·콧수염 모양의 알록달록한 자수 장식이 더해진 룩은 위트와 함께 한국적 정서를 은근히 녹여낸 순간이었다.

화려함보다 완성도, 장광효가 지켜온 신사의 태도

이 같은 실험적인 스타일링에도 불구하고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탄탄한 슈트 라인'이었다. 아무리 색이 튀고 디테일이 과감해져도 어깨선과 라펠, 허리 라인의 구조만큼은 흐트러짐 없이 정교했다.

이는 1987년 국내 최초의 남성 디자이너 브랜드로 출발해 33년 넘게 서울패션위크 무대를 지켜온 장광효 디자이너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오랜 시간 쌓아온 테일러링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이번 시즌의 방향은, 화려한 색과 과감한 레이어링이라는 표면적 실험 아래에서도 결국 '잘 만든 슈트'라는 기본기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접근은 영리하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대신, 이미 검증된 슈트 구조에 컬러와 디테일만 과감하게 바꿔 입히는 방식은 브랜드의 오랜 고객층에게는 익숙함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룩들이 SNS와 해외 매체의 시선을 끄는 사이, 정작 브랜드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슈트의 완성도에 고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카루소는 실험과 전통 사이의 균형점을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새로운 트렌드는 없다'는 이번 시즌의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변화무쌍한 컬러와 실루엣 실험을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증명됐다.

모델이 카루소(CARUSO)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카루소(CARUSO)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카루소(CARUSO)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카루소(CARUSO)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카루소(CARUSO)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카루소(CARUSO)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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