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제2 빈 악파의 핵심 인물 안톤 베베른의 가곡 전집을 담은 음반이 뉴턴 클래식스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 소프라노 크리스티아네 외엘체와 피아니스트 에릭 슈나이더가 참여한 이 음반은 베베른 예술세계의 진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안톤 베베른(1883-1945)은 아놀드 쇤베르크, 알반 베르크와 함께 '제2 빈 악파'를 이끈 20세기 현대음악의 거장이다. 극도로 압축된 형식과 12음기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음악사에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그의 작품 세계는 후대 작곡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음반에 수록된 레퍼토리는 베베른의 음악적 진화 과정을 총망라한다. 1899년부터 1903년 사이에 작곡된 초기 가곡들은 후기 낭만주의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는 작품으로, 바그너와 말러의 전통 속에서 젊은 작곡가의 개성이 싹트는 모습을 보여준다.
1901년부터 1904년 사이의 '8개의 초기 가곡'과 페르디난트 아베나리우스의 시에 붙인 가곡들은 점차 조성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과도기적 작품이다. 리하르트 데멜의 시를 가사로 한 5개 가곡(1906-1908)에 이르면 무조음악으로의 전환이 더욱 뚜렷해진다.
베베른 가곡 예술의 정점은 단연 슈테판 게오르게의 시에 붙인 일련의 작품들이다. '일곱 번째 고리'에서 선택한 5개 가곡 Op.3과 게오르게 시에 의한 5개 가곡 Op.4, 그리고 1908-1909년의 4개 가곡은 베베른 특유의 극도로 응축된 형식미를 완성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음악학자들은 "베베른의 게오르게 가곡들은 몇 분에 불과한 연주 시간 안에 우주를 담아내는 듯한 밀도를 자랑한다"며 "각 음표와 휴지부가 절대적 의미를 갖는 점묘주의적 음악 언어의 극치"라고 분석한다.
음반 후반부에 수록된 힐데가르트 요네의 시에 의한 작품들은 베베른의 후기 양식을 대표한다. 'Viae inviae'의 3개 노래 Op.23과 요네 시에 의한 3개 가곡 Op.25는 12음기법을 완전히 내면화한 상태에서 탄생한 정교한 구조물이다. 4개 가곡 Op.12 역시 극도의 간결함 속에 깊은 정서를 담아낸 명작으로 손꼽힌다.
소프라노 크리스티아네 외엘체는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명성을 쌓은 독일 성악가다. 그녀의 맑고 투명한 음색과 정확한 음정, 세밀한 뉘앙스 표현은 베베른의 까다로운 성악 작품을 소화하는 데 이상적이다.
피아니스트 에릭 슈나이더는 가곡 반주자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연주자로,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를 비롯한 정상급 성악가들과 협연해왔다. 이 음반에서도 그는 베베른 음악의 복잡한 구조를 명료하게 드러내면서도 시적 감성을 잃지 않는 균형 잡힌 연주를 들려준다.
베를린 랑크비츠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베베른의 가곡 세계를 조망하는 귀중한 자료다. 전체 연주 시간은 약 80분으로, 베베른의 간결한 음악 언어를 감안하면 총 43곡의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담고 있다.
음악 평론가들은 "베베른의 가곡들은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악 작품군 중 하나"라며 "이 음반은 현대음악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레퍼런스"라고 평가한다.
뉴턴 클래식스 레이블의 이 음반은 1995년 도이체 그라모폰 녹음을 재발매한 것으로, DDD 디지털 스테레오 방식으로 제작되어 뛰어난 음질을 자랑한다. 베베른의 미시적 음향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한 세심한 녹음 기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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