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프랑스 바로크 성악의 권위자 마르크 모이용과 류트 연주자 앙젤리크 모이용, 그리고 소프라노 미리암 리뇰이 하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음반 'Je m'abandonne a vous(당신에게 나를 맡깁니다)'가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앨범은 17세기 프랑스의 귀족 시인이자 문학 살롱의 주인공이었던 라 쉬즈 백작부인(Comtesse de la Suze, 1618-1673)의 시에 곡을 붙인 바로크 시대 아리아들을 담고 있다.
앙리에트 드 콜리니 드 라 쉬즈라고도 불린 라 쉬즈 백작부인은 당대 프레시오지테(preciosite, 귀족 여성들의 세련된 문학 운동) 문화의 중심 인물로, 사랑과 이별,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시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에 곡을 붙인 음악들은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다.
테너 마르크 모이용은 프랑스 바로크 레퍼토리의 대표 주자로, 몽테베르디 합창단,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 등 유럽 최고의 고음악 단체들과 협연해온 성악가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17세기 프랑스 궁정의 우아함과 감정의 섬세한 뉘앙스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류트 연주자이자 편곡자인 앙젤리크 모이용은 남편 마르크와의 오랜 호흡을 바탕으로 시대 악기의 부드러운 음색과 화성적 깊이를 더했다. 류트의 섬세한 아르페지오는 시의 서정성을 배가시키며, 성악 선율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소프라노 미리암 리뇰은 몇몇 곡에서 중창으로 참여해 앨범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 앨범의 가장 큰 의의는 거의 연주되지 않았던 17세기 프랑스 에어 드 쿠르(air de cour, 궁정 가곡)와 칸타트(cantate) 레퍼토리를 발굴했다는 점이다.
당시 프랑스 귀족 사회에서는 시와 음악이 분리될 수 없는 예술이었으며, 특히 여성 시인들의 작품에 곡을 붙이는 것이 하나의 문화적 관습이었다. 라 쉬즈 백작부인의 시에는 미셸 램베르, 조제프 카바니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곡을 붙였다.
음악평론가들은 "이 앨범이 단순한 고음악 복원을 넘어, 17세기 프랑스 궁정 문화의 정수를 현대에 되살렸다"며 "마르크 모이용의 명료한 딕션과 감정 표현, 앙젤리크 모이용의 세련된 반주는 바로크 성악 연주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프랑스어 가사의 발음과 억양을 음악적 선율로 승화시키는 모이용의 기교는 프랑스 바로크 성악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현대 청중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보편성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앨범 타이틀 'Je m'abandonne a vous(당신에게 나를 맡깁니다)'는 사랑의 항복이자 예술적 헌신을 의미한다. 커버에 사용된 고전주의 회화 속 편지를 읽는 여인의 모습은, 17세기 여성 문인이 글과 음악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지성을 표현했던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앨범은 역사 속에 묻혔던 여성 예술가의 목소리를 되살림으로써, 고음악 연주가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닌 현재적 의미를 지닌 문화적 행위임을 증명한다.
하모니아 문디 레이블의 발굴은 바로크 음악 애호가들뿐 아니라, 문학과 여성사에 관심 있는 청중들에게도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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