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2018년 동계올림픽의 화려한 막이 내린 지 7년. 평창은 '포스트 올림픽' 시대의 숙제와 마주했다. 대규모 인프라는 구축됐지만, 관광객은 여전히 알펜시아와 용평리조트 등 특정 시설에 집중됐고, 지역 전체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확산되지 못했다. 평창군이 내놓은 해법은 명확했다. 대형 관광지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단위의 '로컬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1박2일 관광의 한계, '체류형 모델'로 돌파
평창군관광협의회가 추진하는 '체크인평창' 프로그램은 단순 방문형 관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다. 기존 평창 관광이 스키와 목장 체험 등 특정 액티비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에 머물며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평창스테이' 패키지는 숙박과 지역 사업체의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상품이다. 방문객은 평창의 특산물과 지역 정보가 담긴 웰컴키트를 받고, 청정 산림지대에서의 드라이빙, 전문 작가와 협업한 드론 촬영 등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보고 떠나는' 관광이 아닌, '머물며 느끼는' 여행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평창군관광협의회 관계자는 "올림픽 이후 평창은 인프라는 있지만 체류시간이 짧아 실질적 경제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장기 체류를 유도해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평창을 제2의 고향처럼 여기는 '관계인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관계인구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교류하며 지역과 관계를 맺는 인구를 의미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최근 국내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고 있다.
'HAPPY700' 프로젝트, 관광 불균형 해소 나서
평창의 지형적 특성은 관광 발전의 걸림돌이었다. 동서로 길게 뻗은 평창군은 면적이 1,464㎢에 달하지만, 관광객은 오대산·대관령·봉평 등 일부 지역에만 집중됐다. 이는 지역 간 경제 격차를 심화시키고, 관광 수익이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는 문제를 야기했다.
'HAPPY700 작은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 지역관광 추진조직), 평창구석구석' 프로젝트는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야심찬 시도다. 미탄면, 평창읍, 대화면, 방림면, 용평면 등 그동안 관광 사각지대에 놓였던 지역을 전면에 내세워 평창 전역을 관광 목적지로 재구성한다는 전략이다.
주목할 점은 '주민 주도형 관광'이라는 점이다. 지자체나 외부 업체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마을 이야기와 자원을 발굴해 관광 상품을 기획한다. 4개 협의체인 평창강DMO(미탄면·평창읍), 드림DMO(방림면·대화면), 메밀꽃DMO(봉평면·용평면), 오대산DMO(진부면·대관령면)를 중심으로 총 25개의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700빌리지 로드 체험은 평창의 해발 700m 고원지대를 따라 걷는 프로그램이고, 핸드메이드 체험은 지역 장인들과 함께하는 공예 활동, 테라리움 체험은 평창의 청정 식물로 만드는 미니정원 프로그램, 오감 힐링 체험은 숲과 계곡에서의 명상과 치유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한 지역 관광 전문가는 "주민이 관광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모델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직접 수익을 창출하고 자부심을 느낄 때 관광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 역량 강화와 디지털 마케팅 투트랙
평창 DMO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평창관광아카데미'를 통해 지역 관광 종사자, 숙박업소 운영자, 체험 프로그램 기획자들의 서비스 역량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고객 응대, 안전 관리, 프로그램 기획, 마케팅 등 전문성을 갖춘 인적 자원을 육성해 관광 품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 '평창플러팅' 사진·영상 공모전은 평창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직접 발굴한 숨은 명소와 매력 포인트를 SNS로 확산시키는 캠페인이다. 관광공사나 지자체의 일방적 홍보가 아닌, 실제 방문객의 생생한 경험과 시각을 통해 평창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MZ세대가 여행지를 선택할 때 공식 광고보다 개인의 솔직한 후기와 SNS 콘텐츠를 더 신뢰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지자체의 '로컬 관광 모델' 될까
평창의 실험은 단순히 한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넘어, 전국 지자체가 직면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형 시설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 고유의 자원과 주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관광 모델은, 지방 소멸 위기에 놓인 많은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로컬 거버넌스 모델인 평창 DMO는 청년층부터 고령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 소통하며 평창 관광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세대 간 갈등이 아닌 협력을 통해 전통과 혁신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다만 과제도 남아있다. 주민 주도형 관광이 초기 열정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수익 구조 확립과 전문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25개 체험 프로그램의 품질 관리와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평창의 이러한 시도가 '올림픽 이후' 고민하던 많은 지역에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관광의 혜택이 실제로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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