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7 S/S 서울패션위크' 홀리넘버7(HOLY NUMBER 7) 컬렉션은 시작부터 명확한 이미지를 던졌다.
런웨이 백월에는 공항 전광판을 연상시키는 'BOARDING', 'ON TIME', 'DELAYED' 문구가 흘러나왔고, 첫 모델은 실제 공항에서 쓰이는 리모와 캐리어 카트를 밀며 등장했다. 낡은 스티커와 태그가 그대로 붙은 카트 위 캐리어들은 이미 어딘가를 다녀온 듯한 여정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 오프닝 룩은 이번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선언이었다 — 이번 시즌 홀리넘버세븐이 그리는 것은 '이미 도착한 곳'이 아니라 '아직 가는 중인 길'이라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스트리트, 저항의 언어
이어진 룩들에서는 브랜드 특유의 스트리트·힙합 문화적 뿌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카무플라주 패턴의 오버사이즈 재킷과 카고 팬츠는 지퍼와 체인, 십자가 펜던트, 카라비너 등 하드웨어 디테일로 무장해 밀리터리 무드에 반항적 감성을 더했다.
스터드 장식의 벨트와 여러 겹으로 늘어뜨린 체인 목걸이, 이마 위로 늘어진 십자가 헤어핀 등 종교적 상징을 차용한 액세서리들이 룩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컬렉션 전반에 통일된 서브컬처 정서를 부여했다.
블랙 레더 반바지에 스팽글 브라톱을 매치한 룩, 크롭 톱과 스타킹을 겹쳐 신은 룩 등은 힙합과 댄스 퍼포먼스에서 비롯된 자유분방하고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그대로 옷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테일러링과 드레이핑의 충돌, 블랙&화이트의 대비
이번 시즌에서 특히 두드러진 것은 '만들어진 길'과 '새로 나아가는 길'을 표현한 직선적 테일러링과 예측 불가능한 드레이핑의 공존이었다. 각진 숄더라인의 크롭 재킷이 시퀸 장식 쇼츠, 레이스 소재의 롱글러브와 만나 하드함과 여성스러움이 동시에 존재했고, 오버사이즈 레이스 재킷 아래로 드러난 속옷 형태의 실루엣은 겉과 속의 경계를 허무는 브랜드의 실험적 태도를 보여줬다.
블랙과 화이트 팔레트의 강한 대비도 컬렉션 전반을 지배했다. 딥 블랙의 볼레로 재킷과 새하얀 레이스 톱의 조합, 그레이 톤의 드레이프 니트와 체크 셔츠 레이어링 등은 두려움과 희망, 도전과 전진의 의지를 상징하는 브랜드의 색채 언어를 그대로 구현한 결과였다.
낡은 데님, 세대를 넘나드는 캐스팅
이번 런웨이에서 눈에 띈 또 다른 지점은 파격적으로 찢어진 와이드 데님 팬츠에 글리터 텍스처의 롱코트를 매치한 룩이 중년 모델과 젊은 모델 두 사람에게 동일하게 입혀졌다는 점이다. 세대를 넘나드는 캐스팅은 홀리넘버세븐이 말하는 '청춘'이 특정 나이대에 국한되지 않는, 도전하는 모든 이들의 태도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해진 데님 위로 오래 입은 듯한 워싱과 헤진 자국들은 브랜드가 지속해온 업사이클링 철학, 즉 버려진 원단과 지난 시즌의 흔적을 다시 연결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었다.
'WAY MAKER', 길을 믿는 이들을 위한 컬렉션
홀리넘버세븐은 2017년 서울컬렉션에서 출발해 힙합 문화의 저항 정신을 디자인 언어로 승화시켜온 브랜드다. '반항'이 아닌 '저항', '부정'이 아닌 '긍정'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서울패션위크는 물론 광저우, 방콕 등 해외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왔고, 최근에는 블랙핑크 월드투어 무대 의상 제작에 참여하며 글로벌 인지도를 넓혔다.
이번 2027 S/S 시즌의 콘셉트 'WAY MAKER'는 아직 보이지 않는 길을 믿고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을 담아냈다. 공항이라는 이동의 상징적 공간, 상반된 소재의 충돌, 세대를 아우르는 캐스팅까지 — 이번 런웨이에 등장한 모든 장치들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됐다.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믿음과 도전과 열정이 있다면 결국 새로운 길이 만들어진다는 것. 홀리넘버세븐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그 여정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옷들을 선보이며, 서울패션위크의 무대 위에서 또 한 번 자신들만의 저항과 긍정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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