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1966년 파리 방돔 광장에서 탄생한 음반 'Place Vendome(방돔 광장)'은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허문 20세기 음악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윙글 싱어즈와 모던 재즈 콰르텟이라는 두 전설적 앙상블의 만남으로 완성된 이 앨범은 바흐와 퍼셀의 클래식 명곡을 재즈 언어로 재창조한 혁신적 시도였다.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한 스윙글 싱어즈는 1962년 워드 스윙글이 창단한 보컬 앙상블이다. 이들은 바흐를 비롯한 바로크 음악을 스캣 창법으로 부르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정교한 화성과 완벽한 앙상블 능력으로 클래식의 구조적 엄밀함을 유지하면서도 재즈 특유의 스윙감을 더해 독창적인 사운드를 구축했다.
스윙글 싱어즈는 1963년 첫 앨범 'Jazz Sebastien Bach'로 그래미상 5개 부문을 석권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악기 없이 오직 목소리만으로 바흐의 푸가와 인벤션을 재현하는 이들의 연주는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모던 재즈 콰르텟(MJQ)은 1952년 결성된 재즈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앙상블 중 하나다.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 비브라폰 연주자 밀트 잭슨, 베이시스트 퍼시 히스, 드러머 코니 케이로 구성된 이 그룹은 재즈에 클래식 음악의 구조미와 절제미를 접목시킨 '쿨 재즈'의 정수를 보여줬다.
존 루이스는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클래식 작곡을 공부한 인물로, MJQ의 음악적 방향성을 주도했다. 그는 바흐의 대위법과 르네상스 음악의 구조를 재즈 편곡에 적용하며 즉흥 연주와 치밀한 구성의 균형을 추구했다. 밀트 잭슨의 서정적인 비브라폰 연주는 MJQ 사운드의 핵심으로, 블루스 감성과 클래식적 우아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Place Vendome'은 바흐의 '푸가의 기법'과 '음악의 헌정', 관현악 모음곡 3번의 '아리아', 퍼셀의 '디도의 탄식' 등 바로크 명곡들과 존 루이스의 오리지널 작곡을 수록했다. 1966년 9월부터 10월까지 파리에서 녹음된 이 앨범은 스윙글 싱어즈의 정교한 보컬 하모니와 MJQ의 세련된 연주가 완벽하게 융합된 결과물이다.
특히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리체르카레 2성에서 6성까지'는 존 루이스의 편곡으로 재탄생했다. 복잡한 대위법 구조를 재즈 리듬 위에 올려놓으면서도 원곡의 엄숙함을 잃지 않는 해석은 이 앨범의 백미로 꼽힌다.
이 음반은 단순한 크로스오버를 넘어 두 장르의 본질적 친화성을 입증했다. 바흐 음악에 내재된 즉흥성과 리듬감, 그리고 재즈의 화성적 복잡성과 구조미가 서로 공명하며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Place Vendome'은 발매 이후 재즈와 클래식 양쪽 팬층으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크로스오버 음악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 음악가들에게 여전히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는 이 앨범은 진정한 음악적 대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책] "청산되지 않은 역사, 오늘도 반복된다"... 정운현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민낯 파헤쳐](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5/11/30/p1065601127143133_350_h2.jpg)
![[이 그림] 히에로니무스 보스](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5/11/30/p1065579673704327_435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