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데미트와 본 윌리엄스의 제자, 유대계 망명 작곡가의 깊이 있는 음악세계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독일 CPO 레이블이 2019년 발매한 프란츠 라이젠슈타인의 음반이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음반은 20세기 중반 영국에서 활동했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작곡가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프란츠 라이젠슈타인(1911-1968)은 뉘른베르크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5살에 첫 작곡을 하고 17세에 현악 사중주를 완성한 신동이었다. 그는 베를린 국립음악대학에서 파울 힌데미트에게 작곡을, 레오니트 크로이처에게 피아노를 사사했다.
1934년 나치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라이젠슈타인은 본 윌리엄스에게 작곡을 추가로 배웠으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맨 섬의 수용소에 억류되기도 했다. 전쟁 중에는 기차 차장으로 일하면서도 작곡과 연주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1958년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 1964년 로열 맨체스터 음악대학 교수로 임용되어 영국 음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라이젠슈타인은 동시대 많은 작곡가들이 따랐던 12음 기법을 거부하고, 본 윌리엄스와 영국 서정 전통의 영향을 받은 조성 음악을 고수하면서도 힌데미트로부터 배운 대위법적 복잡성을 결합한 독자적인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그의 작품은 바흐, 브루크너, 레거로 이어지는 독일 대위법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동시에 월튼, 쇼스타코비치, 바르톡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반영되어 있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세 작품은 라이젠슈타인의 작곡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대표한다. 피아노 협주곡 2번 작품번호 37은 그의 중기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작으로, 1947년부터 1960년까지 이어진 가장 생산적인 시기의 정점에 해당한다. 1961년 6월 초연된 이 협주곡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더욱 서정적이고 표현적인 음악 언어를 구사한다.
1951년 작곡된 세레나데 작품번호 29a는 관악기를 위한 작품으로, 힌데미트로부터 배운 관악기 작곡 기법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27분 52초에 달하는 이 작품은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과 더블베이스가 어우러지는 풍부한 음향을 자랑한다. 서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작품번호 28은 에드몽 로스탕의 유명한 희곡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극적인 색채와 낭만적 정서가 돋보인다.
독일 피아니스트 올리버 트린들은 이 음반에서 라이젠슈타인의 복잡한 피아노 파트를 명료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CPO 레이블은 이미 마틴 존스의 라이젠슈타인 피아노 작품 전곡 녹음에 이어 이번 협주곡 음반을 통해 작곡가 재발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뉘른베르크 심포니커의 연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라이젠슈타인의 마지막 연주가 1968년 9월 고향 뉘른베르크에서의 라디오 방송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고향 오케스트라가 이 음반에 참여한 것은 상징적이다.
야론 트라우브의 지휘는 작품의 신고전주의적 균형감과 낭만적 표현력을 동시에 살려내며, 라이젠슈타인 음악의 이중적 성격을 잘 포착하고 있다.
힌데미트와 본 윌리엄스 모두 라이젠슈타인을 높이 평가했으며, 1966년 보스턴 대학교는 그를 6개월간 방문 작곡 교수로 초청해 두 차례의 작품 연주회를 열 정도로 그의 음악적 가치를 인정했다.
57세의 나이로 사망한 라이젠슈타인은 생전에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 연주되고 있다. 이번 음반은 20세기 중반 유럽 음악사의 숨겨진 보석을 드러내는 중요한 기록물로, 신고전주의 음악의 진가를 재확인시켜 주는 귀중한 자료다.
2018년 5월 뉘른베르크 콩그레스홀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작곡가의 고향에서 이루어진 헌정의 의미까지 담고 있어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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