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여름 기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다면, 그 상실을 어떻게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 '그림자 아이'를 연출한 유은정 감독이 지난 25일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개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도플갱어라는 장르적 장치를 경유, 상실과 애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물음으로 확장된 이 영화는 오는 7월 1일 개봉한다.
"상실을 채우려는 마음은 애도가 아닐 수 있다"
감독이 처음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와 똑닮은 사람을 만난다면 상실이 채워질까. 그러나 감독은 이 물음을 더 깊이 파고들면서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다. "상실을 채우려는 것은 어쩌면 애도와는 좀 다른 결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사람으로 빈자리를 메우려 하는 마음 속에는 이기적인 욕망이 숨어 있고, 그 과정에서 원본과 복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릿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감독은 "존재에 진짜와 가짜는 없다. 떠나보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은 한 명의 존재로 존중받아야 하며, 누가 누구를 위해 있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국 전래동화에서 길어 올린 그림자의 세계
감독은 어릴 때부터 '장화홍련전' 등 한국 전래동화와 설화를 즐겨 접하며 이야기 속에 내재된 '현실 속 판타지'에 매료됐다고 고백했다. 캐스퍼 등의 영화를 보며 자랐고, 전래동화 특유의 지하 세계와 저승 개념,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존재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를 이번 영화에 녹여내 '그림자가 사는 저 세계'를 밤하늘이자 꿈속 같은 공간으로 설정했다.
오랜 세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려 그 어두운 공간과 경계가 사라져 버린 그림자가, 즐겁게 노는 두 아이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현실로 나온다는 설정이 영화의 핵심 동력이다. 그림자가 현실로 넘어오는 통로는 목탄 드로잉으로 시각화됐다. 원래는 검은 잉크였으나 개발 과정에서 목탄으로 변경됐고, 종이에 스며드는 잉크처럼 무언가가 현실로 스며들어 오는 이미지를 의도했다.
임수정 배우의 프로듀서 합류, 현장의 품을 넓히다
감독은 임수정의 프로듀서 합류에 대해 "이 영화의 레퍼런스가 장화홍련이었는데, 그 감정에 중점을 둔 영화를 연상시킬 수 있는 분에게 시나리오를 드릴 때 임수정 선배님 이름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임수정은 배우로 먼저 캐스팅된 뒤, 제작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공동 제작자 역할까지 수행했다.
감독은 특히 "선배님이 현장에서 누군가가 힘들거나 상처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셨고, 소이와 유나 배우를 비롯한 아역들이 이 작업에서 좋은 기억을 가져갔으면 한다는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해 주셨다"고 전하며 임수정이 현장 전체를 따뜻하게 품어준 존재였음을 강조했다.
캐스팅 1순위는 처음부터 박소이·유나
박소이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떠올렸던 배우라고 감독은 밝혔다. "영화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관객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수안 역의 1순위로 점찍어 두었다. 유나는 2022년 드라마 '파친코'가 공개된 직후 주변에서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으며 주목하게 됐다. 당시에는 두 배우 모두 역할의 나이와 맞지 않았지만, 실제 촬영 시점이 되자 나이가 딱 맞아떨어져 모두 1순위로 연락했고 두 배우 모두 수락했다고 감독은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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