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에 전시된 키스 반 동겐의 '경마장에서'가 관람객들에게 20세기 파리의 생동감을 전하고 있다. 1950년대 제작된 이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로버트 리먼 컬렉션 소장품으로, 야수파 거장이 만년에 선보인 역동적인 경마장 풍경을 담았다.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진 이 작품은 회전목마를 연상시키는 형형색색의 목마들과 그 위에 탄 기수들, 그리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몰려든 관중들의 모습을 강렬한 색채로 포착했다. 주황색, 붉은색, 노란색의 목마들은 생생한 초록빛 잔디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며, 파란색, 분홍색, 흰색 등 다채로운 의상을 입은 관중들은 두터운 붓질로 표현되어 경마장의 열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화면 왼쪽에는 빨강과 노란색이 섞인 대형 파라솔이 배치되어 있고, 배경에는 푸른 나무들과 파리 시내의 건물들이 자리한다. 반 동겐은 선명하고 강렬한 색조를 통해 경기에 대한 긴장과 기대감, 말을 탄 기수들의 행진을 보려고 몰려든 관중들의 열기를 화폭에 담아냈다. 두 마리의 개가 뛰노는 모습도 포착되어 있어 당시 파리 상류층의 여가 생활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경마는 19세기 이후 프랑스의 국민적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수십 년 동안 여러 화가의 주요 작품 소재로 등장했다. 반 동겐은 1950년대에도 여전히 파리 사교계의 주요 행사였던 경마를 야수파 특유의 강렬한 색채로 재해석했다.
키스 반 동겐은 1877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근교 델프샤벤에서 태어나 1968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1892년 16세의 나이에 로테르담 왕립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해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학창 시절 항구의 선원들과 매춘부들을 스케치하며 도시 하층민의 삶에 관심을 보였다.
1897년 파리로 건너간 반 동겐은 몽마르트르의 보헤미안적 분위기 속에서 간판 그림을 그리거나 풍자 잡지에 삽화를 그리는 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 시기 그는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 시인, 음악가들과 교류하며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페르낭드 올리비에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1905년 반 동겐은 앙리 마티스, 앙드레 드랭, 모리스 블라맹크 등과 함께 살롱 도톤(가을 살롱) 전시회에 참가했다. 미술 비평가 루이 보셀은 이들의 작품을 보고 '레 포브(Les Fauves)', 즉 '야수들'이라고 비꼬았고, 이는 오히려 '야수파(Fauvism)'라는 새로운 미술 사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반 동겐은 원색조의 강렬한 색채와 정적인 관능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야수파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야수파의 특징은 강한 붓질과 과감한 원색 처리, 대상에 대한 고도의 간략화와 추상화다. 눈에 보이는 색채가 아닌 마음에 느껴지는 색채를 밝고 거침없이 표현했으며, 이지적인 큐비즘과 달리 감정을 중시했다. 반 동겐은 이러한 야수파 정신을 충실히 구현한 화가로, 1905년부터 1910년까지의 작품이 그의 절정기로 평가받는다.
1908년에는 독일 표현주의 그룹 '다리파(Die Brucke)'에도 참여해 프랑스 야수파와 독일 표현주의 회화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했다. 그는 유일한 야수파 화가로서 두 운동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반 동겐은 주로 서커스, 카바레, 극장 등 도시의 유흥시설과 밤의 도시 생활을 주제로 택했다. 순수한 색채와 유혹적이면서도 정적인 관능미가 넘치는 인물 표현으로 사교계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는 사교계의 공식 초상화가로 활동하며 저명인사와 유명 여배우들의 초상을 그렸다.
마티스와 함께 야수파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반 동겐은 특히 감각적으로 그린 여성 초상화들로 유명하다. 날씬하고 세련된 여성을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했으며, 운치 있는 관능미와 퇴폐미를 곁들인 화풍으로 상류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1926년에는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1927년에는 벨기에 왕관 훈장을 수여받았다.
이번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은 미국 금융가 로버트 리먼이 수집한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에서 20세기 초 모더니즘에 이르는 프랑스 회화를 선보인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로버트 리먼 컬렉션 중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빈센트 반 고흐의 '꽃 피는 과수원' 등 회화와 드로잉 81점이 전시되고 있다.
1957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약 300여 점의 로버트 리먼 컬렉션이 유럽에 소개된 이후, 이번 전시는 가장 큰 규모의 해외 전시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상주의가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사조의 흐름을 따라 화가들이 전통적 장르를 새롭게 해석한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2026년 3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1에서 계속된다. 관람 시간은 월·화·목·금·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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