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오르가눔 클래식스(Organum Classics) 레이블이 2007년 9월 선보인 독특한 음반이 바로크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트럼펫 연주자 매튜 새들러와 오르가니스트 마르쿠스 슈테르크가 바이에른 프리드베르크 성 야콥 교구 교회의 메츨러 오르간으로 녹음한 이 음반은 텔레만의 '12개의 영웅적 행진곡'과 바흐의 대표적 오르간 작품들을 독창적으로 결합했다.
이 음반의 핵심은 텔레만의 '12개의 영웅적 행진곡(Twelve Heroic Marches TWV 50: 31-42)'이다. 원래 트럼펫과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이 작품들은 각각 인간의 고귀한 덕목을 상징하는 프랑스어 제목을 달고 있다. '위엄(La Majeste)', '은총(La Grace)', '용맹(La Vaillance)', '무장(L'Armement)', '평온(La Tranquillite)', '사랑(L'Amour)', '온화함(La Douceur)', '경계(La Vigilance)', '쾌활함(La Gaillardise)', '관대함(La Generosite)', '희망(L'Esperance)', '환희(La Rejouissance)'로 이어지는 12곡은 마치 이상적인 영웅의 모습을 음악으로 그려낸 초상화다.
텔레만은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다작하고 다재다능했던 작곡가 중 한 명으로, 30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지만 그중 상당수가 아직도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이 행진곡들은 바로크 궁정의 화려함과 계몽주의 시대의 이상주의가 결합된 독특한 작품으로, 단순한 군악이 아닌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다.
텔레만의 행진곡들 사이사이에 배치된 바흐의 오르간 작품들은 음반에 깊이와 대비를 더한다. 프렐류드와 푸가 G장조 BWV 541은 바흐 오르간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화려한 프렐류드와 정교한 대위법의 푸가가 대비를 이룬다. 안단테 h단조 BWV 528은 트리오 소나타 2번에서 발췌한 곡으로 깊은 서정성을 담았다.
라르고 A장조 BWV 1056은 하프시코드 협주곡 f단조의 2악장을 오르간으로 편곡한 것으로, 바흐 선율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로 꼽힌다. 환상곡 G장조 BWV 572는 자유로운 형식과 즉흥적 성격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오르간의 다채로운 음색과 기교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녹음의 또 다른 주역은 바이에른 프리드베르크 성 야콥 교구 교회의 메츨러 오르간이다. 메츨러는 독일 오르간 제작의 명가로, 이 악기는 바로크 시대 오르간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안정성을 갖췄다. 풍부한 저음부터 화려한 고음까지, 각 음역대가 균형 잡힌 음색을 자랑하며, 특히 트럼펫 연주와 어우러질 때 교회 공간 특유의 울림이 더해져 장엄한 음향을 만들어낸다.
매튜 새들러의 트럼펫 연주는 바로크 트럼펫 특유의 명료하고 화려한 음색을 들려준다. 텔레만의 행진곡에서 그는 각 곡이 상징하는 덕목의 성격을 음색과 표현으로 섬세하게 구현한다. '위엄'에서는 당당하고 품위 있게, '사랑'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용맹'에서는 힘차고 결연하게 연주하며, 12개의 서로 다른 음악적 인격을 완성한다.
마르쿠스 슈테르크의 오르간 연주는 트럼펫의 파트너이자 독립적인 음악적 주체로서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텔레만 작품에서는 트럼펫을 받쳐주는 화성적 기반과 리듬적 추진력을 제공하면서도, 바흐 작품에서는 오르간 음악 특유의 건축적 구조와 대위법적 복잡성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특히 BWV 541의 푸가에서 보여주는 성부 간 균형과 BWV 572 환상곡의 즉흥적 자유로움은 탁월한 기교와 음악적 통찰을 입증한다.
이 음반의 진정한 가치는 텔레만과 바흐라는 동시대 거장의 음악을 한 프로그램에 담으며, 바로크 음악의 두 측면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텔레만의 행진곡은 궁정의 세속적 화려함과 계몽주의적 이상을 담았고, 바흐의 오르간 작품은 교회음악의 신성함과 영적 깊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두 작곡가 모두 음악을 통해 인간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하나로 만난다.
트럼펫과 오르간이라는 조합 역시 상징적이다. 트럼펫은 왕과 영웅을 상징하는 세속 권력의 악기이자 천상의 나팔을 뜻하는 신성한 악기다. 오르간은 교회 음악의 왕이면서 동시에 바로크 시대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 장치였다. 두 악기의 만남은 바로크 시대가 추구했던 세속과 신성, 인간과 신,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음악으로 구현한다.
2007년 프리드베르크의 교회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300년 전 텔레만과 바흐가 꿈꾸었던 음악의 이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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