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CPO 레이블과 독일 공영방송 도이칠란트푼크가 공동 제작한 'The Baroque Recorder Concerto - An Anthology(6CD)'는 단순한 음반을 넘어 바로크 시대 리코더 음악의 역사를 집대성한 기념비적 작업이다. 리코더 연주자 미하엘 슈나이더가 라 스타지오네 프랑크푸르트, 카펠라 아카데미카 프랑크푸르트, 카메라타 쾰른 등 정상급 바로크 앙상블들과 함께 완성한 이 앤솔로지는 17-18세기 유럽 전역에서 꽃피웠던 리코더 협주곡의 찬란한 유산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이 음반의 가장 큰 의미는 비발디와 텔레만 같은 거장들의 유명 작품뿐 아니라, 시간 속에 묻혀버린 수많은 바로크 작곡가들의 걸작을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파슈, 그라우프너, 슐체, 슐리크 같은 독일 작곡가들, 사마르티니, 만치니, 빈치, 피오렌차 등 이탈리아 작곡가들, 그리고 우드콕, 바벨, 바스톤 등 영국 작곡가들의 리코더 협주곡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18세기 초중반은 리코더가 독주 악기로서 정점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플루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리코더는 궁정과 교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목관악기였고, 수많은 작곡가들이 이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남겼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이후 플루트에 밀려 잊혀지면서 이들 작품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음반은 그 공백을 메우며 바로크 음악사의 완전한 그림을 그려낸다.
미하엘 슈나이더는 독일을 대표하는 리코더 연주자이자 바로크 음악 전문가로, 역사적 연주 관행에 충실하면서도 현대 청중과 소통하는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바로크 시대 원전 악기를 사용하고, 당시의 조율과 연주 기법을 세밀하게 재현하면서도 학술적 딱딱함을 넘어 음악적 생동감을 잃지 않는다.
함께한 연주 단체들 역시 독일 고음악계의 정수다. 라 스타지오네 프랑크푸르트는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에 정통하고, 카펠라 아카데미카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후기 바로크의 엄격함과 우아함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카메라타 쾰른은 실내악적 친밀함과 합주의 정교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들의 연주는 솔리스트를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풍성한 음향적 배경을 제공하며, 바로크 협주곡 특유의 대화적 구조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비발디의 협주곡들은 베네치아의 화려한 색채와 극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RV 443-445의 플라우티노(소형 리코더) 협주곡은 새소리처럼 맑고 경쾌한 음색으로 봄날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반면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의 7개 협주곡은 나폴리 악파 특유의 서정성과 우아한 선율미가 돋보인다.
텔레만의 다양한 리코더 협주곡들은 독일 바로크의 정교함과 프랑스 양식의 우아함이 결합된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특히 호른과 리코더를 위한 협주곡(TWV 42: F14)은 이질적인 두 악기의 조화가 신선한 음향적 실험이다. 두 대의 리코더를 위한 협주곡들은 두 악기가 주고받는 대화가 마치 한 편의 음악극처럼 펼쳐진다.
영국 작곡가 우드콕과 바벨의 협주곡들은 런던 귀족 사회의 세련된 취향을 반영하며, 파슈와 그라우프너의 작품들은 독일 궁정악의 장엄함과 구조미를 담았다. 각 나라, 각 작곡가마다 리코더라는 악기로 표현한 음악적 어법이 다르고, 그 다양성이야말로 바로크 음악의 풍요로움을 증명한다.
리코더는 작고 소박한 악기지만,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은 이 악기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때로는 새의 지저귐처럼 경쾌하게, 때로는 인간의 목소리처럼 애절하게, 때로는 관현악과 대등하게 대화하는 리코더의 다채로운 모습이 이 음반 전체에 펼쳐진다.
미하엘 슈나이더와 독일 바로크 앙상블들이 완성한 이 방대한 앤솔로지는 단순히 역사적 자료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바로크 시대 리코더 음악이 지닌 예술적 완성도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현대 청중에게 전한다. 300년 전 유럽 궁정을 울렸던 리코더의 목소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를 이 음반은 명쾌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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