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조지 화이트필드 채드윅(George Whitefield Chadwick, 1854-1931).
오늘날 그의 이름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낯설지 모른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그는 미국이 낳은 최초의 진정한 콘서트 음악 작곡가였다. 낙소스(Naxos) 레이블의 아메리칸 클래식스 시리즈가 그의 서곡과 교향시(Tone Poems)를 담은 음반을 발매하며, 잊혀진 거장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했다.
채드윅의 음악은 한마디로 '미국적'이다. 그의 작품들은 유럽 낭만주의의 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미국인 특유의 재치(wit), 활기(snap), 독립정신을 담아냈다. 유럽 음악의 아류가 아닌, 미국 고유의 음악 정체성을 확립한 최초의 작곡가였다.
그의 영향력은 작곡에만 그치지 않았다. 뉴잉글랜드 음악원(New England Conservatory)을 현대화하며, 미국 음악가들이 자국에서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여성과 소수 인종에게 전문 음악 교육의 문을 연 선구자였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세대의 미국 작곡가들을 가르치며 미국 클래식 음악의 씨앗을 뿌렸다.
이 음반에 수록된 세 개의 서곡은 그리스 신화의 뮤즈들에서 이름을 따왔다. 탈리아(Thalia, 1883)는 희극의 뮤즈, 멜포메네(Melpomene, 1887)는 비극의 뮤즈, 에우테르페(Euterpe, 1903)는 음악의 뮤즈를 의미한다. 각 작품은 해당 뮤즈의 성격을 음악적으로 구현해낸다.
특히 교향시 아프로디테(Aphrodite, 1911)는 28분이 넘는 대작으로,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을 묘사한다. 죽음의 천사(Angel of Death, 1918)와 함께 이 두 교향시는 시각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으며, 채드윅이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예술 장르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능력을 보여준다.
지휘자 케네스 셔머혼(Kenneth Schermerhorn, 1929-2005)과 내슈빌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이 음반의 백미다. 셔머혼은 미국 음악 해석의 권위자로, 특히 잊혀진 미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평생을 바친 지휘자였다.
2001년 3월과 6월, 테네시 공연예술센터의 앤드류 잭슨 홀에서 진행된 이 녹음에서, 내슈빌 심포니는 놀라운 기량을 선보인다. 미국 중부의 오케스트라라는 선입견을 깨고, 정교한 앙상블과 풍부한 사운드로 채드윅의 복잡한 관현악법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셔머혼의 해석은 절제되면서도 열정적이다. 과장 없이 작품의 구조를 명확히 드러내면서도, 낭만적 서정성을 잃지 않는다. 특히 아프로디테의 긴 호흡을 설득력 있게 이끌어가는 능력은 그의 노련함을 증명한다.
이 음반의 역사적 의의는 크다. 첫째, 미국 클래식 음악의 뿌리를 보여준다. 20세기 미국 음악의 거장들인코플랜드, 번스타인, 바버가 나오기 전, 채드윅이 이미 미국적 음악 어법을 개척했음을 증명한다.
둘째, 낙소스의 아메리칸 클래식스 시리즈는 잊혀진 미국 작곡가들을 체계적으로 복원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아론 코플랜드 음악 기금(Aaron Copland Fund for Music)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 음반은, 학문적 가치와 대중적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셋째, 이 녹음은 미국 지방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이나 보스턴이 아닌 내슈빌에서, 세계적 수준의 녹음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음질은 DDD(디지털) 녹음답게 선명하고, 엔지니어 존 뉴턴(John Newton)의 작업은 관현악의 색채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표지에 사용된 아서 보웬 데이비스(Arthur Bowen Davies)의 그림 '새벽'(The Dawning, c.1915)도 채드윅 음악의 인상주의적 색채와 잘 어울린다.
이 음반은 단순한 잊혀진 음악의 발굴을 넘어, 미국 음악사의 빈 공간을 메우는 중요한 작업이다. 채드윅의 음악이 유럽의 브람스나 드보르자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그리고 미국 클래식 음악의 전통이 생각보다 훨씬 깊고 풍부함을 일깨워준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책] "청산되지 않은 역사, 오늘도 반복된다"... 정운현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민낯 파헤쳐](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5/11/30/p1065601127143133_350_h2.jpg)
![[이 그림] 히에로니무스 보스](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5/11/30/p1065579673704327_435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