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앙젤리나 드뤼모(Angelina Drumaux, 1881~1959)의 1933년작 유화 ‘봄의 꽃다발(Spring Bouquet)’은 20세기 벨기에 정물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창가에 놓인 초록 꽃병 속에 활짝 핀 튤립과 아네모네, 수선화가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이 그림은 사실주의에서 출발해 후기인상주의로 나아간 화가의 원숙한 경지를 잘 드러낸다.
시인의 딸, 꽃의 화가로 서다
드뤼모는 시인 아르투르 드뤼모의 딸로 1881년 벨기에 부용에서 태어났다. 리에주 예술 아카데미에서 아드리앙 드 비트를 사사하며 화업에 입문했고, 1908년·1920년·1929년 프랑스 살롱전에서 입상했으며 1949년 레오폴드 훈장을 수훈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은 브뤼셀 국가 컬렉션과 리에주·렌트·파리 등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미술사적으로 그는 19세기 말 벨기에 사실주의 전통과 20세기 초 후기인상주의의 색채 해방 사이에서 독자적 위치를 점한다. 귀스타브 스메트 등 동시대 화가들이 표현주의와 입체주의로 나아간 것과 달리, 드뤼모는 아름다운 사물의 세계에 충실했다. 그것은 취약함이 아니라 탁월한 집중의 선택이었다.
봄빛 상가의 구성과 화법
‘봄의 꽃다발’은 창문 앞 탁자 위 초록빛 유리 꽃병을 중심으로 한 정물화다. 붉은 튤립과 분홍·흰·보라 아네모네, 수선화가 풍성하게 담긴 꽃병 곁에 금빛 도자기 찻잔과 설탕 그릇이 놓여 있고, 열린 창 너머로는 초록 나뭇잎과 먼 풍경이 실내와 외부 자연을 하나로 잇는다. 붓질은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활달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꽃잎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 짧고 리듬감 있는 터치로 빛의 반짝임과 꽃의 생기를 포착했다. 붉은 꽃의 강렬한 채도와 흰 꽃의 청명한 밝기, 짙은 초록 꽃병이 이루는 색채 균형은 화면 전체에 안정감과 약동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아름다움의 긍정, 봄의 시간
이 작품이 제작된 1933년은 대공항의 어두운 그림자가 유럽을 덮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드뤼모는 꽃을 그렸다. 서양 미술사에서 꽃 정물화는 덧없음을 상징하는 바니타스(Vanitas)의 전통으로 기능해왔지만, 드뤼모의 꽃은 죽음을 암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의 충만함을 긍정한다. 그림 앞에 서면 봄 아침의 공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창문 너머 빛이 꽃잎 위에 내려앉고, 붉은 튤립은 탁자 위로 막 쓰러질 듯 몸을 기울인다. 꽃병 속 꽃들은 저마다의 방향으로, 저마다의 속도로 피어 있다. 어쩐지 인간의 삶을 닮은 모습이다. 드뤼모의 붓은 꽃을 그렸지만, 결국 시간을 그렸다. 지금 막 시작되어 이미 지나가고 있는 봄의 시간을.
경매 시장에서의 위상
드뤼모는 국제 미술 시장에서 벨기에 후기인상주의 화훼화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경매 데이터베이스에는 130건 이상의 경매 기록이 등록되어 있으며, 100건 이상이 낙찰된 사례로 집계된다. 본햄스·크리스티·반데르킨데르·오르타 등 영국·벨기에·프랑스의 유력 경매사가 그의 작품을 취급해왔으며, 가격대는 수백 유로에서 수만 유로까지 폭넓게 형성된다.
2023년까지 꾸준한 출품이 이어지고 있어 시장 내 안정적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봄의 꽃다발’처럼 구성이 풍성하고 제작 연도가 명확한 서명작은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앙젤리나 드뤼모는 화려한 혁명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직 꽃과 빛을 향한 그 충실함 속에서, 그의 그림은 90년이 지난 지금도 봄의 공기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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