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지휘자 존 바비롤리(Sir John Barbirolli, 1899-1970)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1964년 녹음해 EMI에서 발매한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9번 음반은 클래식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64년 녹음 당시는 말러 음악이 본격적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말러 사후 반세기가 지난 1960년대, 레너드 번스타인을 필두로 한 지휘자들이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말러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바비롤리의 이 녹음은 그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탄생한 기념비적 작업이다.
특히 영국 지휘자 바비롤리가 독일의 명문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베를린 필은 당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전성기 시대를 누리고 있었지만, 바비롤리는 객원 지휘자로 초청받아 이 역사적 녹음을 남겼다.
말러 교향곡 9번은 작곡가가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으로, 죽음과 이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1909년 작곡된 이 작품은 말러가 딸의 죽음, 자신의 심장병 진단, 부인 알마와의 불화 등을 겪으며 쓴 자전적 고백이다. 말러는 1860년 7월 7일 태어나 1911년 5월 18일 사망했다. 향년 50세였다.
4악장 구조로 이루어진 이 교향곡은 1악장의 장대한 서정성, 2악장의 거친 춤곡 리듬, 3악장의 냉소적 론도, 그리고 마지막 4악장의 초월적 아다지오로 구성된다. 특히 마지막 악장은 음악이 점점 사라져가며 침묵으로 회귀하는 구조로, 생의 마지막을 예감한 작곡가의 영혼이 담겨 있다.
존 바비롤리는 이탈리아계 영국인으로,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답게 서정적이고 노래하는 듯한 음악 만들기에 탁월했다. 그는 말러의 음악을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깊은 정서로 표현하는 독자적 해석으로 평가받았다.
이 녹음에서 바비롤리는 말러 특유의 극단적 감정 변화를 절제된 방식으로 구현했다. 1악장에서는 느린 템포로 각 악구를 세심하게 노래하듯 이끌며, 현악의 따뜻한 음색을 최대한 살렸다. 4악장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멈춘 듯한 명상적 해석으로 죽음 앞의 평온함을 표현했다.
바비롤리의 해석은 당시 주류였던 극적이고 웅장한 말러 해석과 차별화된다. 그는 말러를 후기 낭만파 작곡가로서 서정성과 인간적 감성에 초점을 맞췄으며, 과도한 극적 효과보다는 음악 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풍부하고 밀도 높은 사운드는 바비롤리의 서정적 해석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특히 현악 섹션의 깊이 있는 음색과 목관 섹션의 섬세한 표현력은 말러가 의도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정수를 보여줬다.
1964년 녹음 기술은 오늘날 기준으로는 제한적이지만, EMI의 녹음 팀은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Jesus-Christus-Kirche)에서 오케스트라의 자연스러운 울림과 공간감을 훌륭하게 포착했다.
바비롤리의 이 녹음은 번스타인,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페러 등 당대 거장들의 말러 해석과 함께 중요한 참조점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영국적 서정성과 이탈리아적 칸타빌레가 결합된 그의 독특한 접근은 이후 말러 해석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 녹음은 발매 60년이 지난 지금도 말러 9번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바비롤리는 화려한 기교나 극적 효과 대신, 말러가 담고자 한 인간 존재의 본질적 질문들을 음악으로 진솔하게 전달했다. 그의 해석은 말러 교향곡이 단순히 거대한 관현악 작품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오한 예술임을 증명했다.
바비롤리와 베를린 필의 1964년 녹음은 말러 음악의 재발견 시대에 탄생한 역사적 유산이자, 지금도 청중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살아있는 예술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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