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는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대형 한국화 작품이 걸려 있다. 단정(旦丁) 김경식(金敬植) 화백의 '금강산 비봉폭포 소견(金剛山 飛鳳瀑布 所見)'이다. 2001년 광목천에 수묵담채 기법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가로 6,250mm, 세로 7,960mm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로, 금강산 4대 폭포 중 하나인 비봉폭포의 웅장한 장관을 화폭에 담아냈다.
비봉폭포는 금강산 옥류동 세존봉 서쪽에 위치한 높이 139m의 장대한 폭포로, 폭포수가 암벽을 타고 떨어지는 모습이 봉황이 날아오르는 형상과 닮아 그 이름이 붙었다. 이 작품이 제작된 2001년은 남북 교류가 일부 재개되던 시기였으나, 여전히 금강산은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김경식 화백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분단의 아픔과 민족의 그리움을 화폭에 담아냈다.
작품은 전통 한국화의 수묵담채 기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독자적 화풍을 구현했다. 광목천이라는 재료 선택은 대형 작품에 적합한 견고함을 제공하면서도 먹의 번짐과 스며듦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했다. 화면 구성은 전통 산수화의 삼원법(三遠法) 중 고원법(高遠法)을 활용해 비봉폭포를 중심으로 주변 산세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먹의 농담 조절을 통해 암벽의 질감과 폭포수의 역동성을 동시에 구현했으며, 담채를 가미해 소나무와 수목의 생동감을 더했다. 폭포수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 떨어지는 장면은 섬세한 필선으로 처리되어 물의 흐름과 안개가 어우러지는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KBS 신관에 이 작품이 소장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한국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이라는 사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약 50㎡에 달하는 대형 작품은 방송국을 찾는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한국 전통 산수화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문화 외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작품 속 금강산은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민족의 정서와 역사가 투영된 공간이다. 비봉폭포의 장엄한 모습은 분단 이전 우리 선조들이 자유롭게 유람하던 명승지에 대한 그리움과, 언젠가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01년 당시는 한국화단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김경식 화백의 이 작품은 전통 산수화의 정신과 기법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공간에 어울리는 대형 작품으로 제작되어 전통 한국화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광목천이라는 재료와 수묵담채 기법의 결합, 그리고 초대형 규모의 작품 제작은 한국화가 현대 건축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공공미술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한국화가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넘어 일상적 공간에서도 감상 가능한 예술 형식임을 재확인시켜준다.
현재 이 작품은 KBS 신관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으며, 한국 전통미술의 아름다움과 민족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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