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표트르 페트로비치 콘찰로프스키(Petr Petrovich Konchalovsky, 1876-1956)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의 핵심 인물로, 서구 모더니즘을 러시아 화단에 도입한 선구자다.
1876년 당시 러시아 제국 하리코프 지역(현 우크라이나)에서 출판인이자 미술 애호가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발렌틴 세로프, 미하일 브루벨, 바실리 수리코프 등 당대 거장들과 교류하며 예술적 감각을 키웠다.
1896년부터 1898년까지 파리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수학한 콘찰로프스키는 프랑스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의 세례를 받았다. 그는 폴 세잔의 열렬한 추종자로, 에밀 베르나르의 세잔 연구서를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출판하기도 했다. 동시대인들은 그를 '러시아 세잔니즘의 창시자'로 평가했으며, 그의 작품은 세잔의 구조적 접근법과 러시아 모스크바파의 대담한 색채감이 결합된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1910년 콘찰로프스키는 일리야 마시코프, 아리스타르흐 렌툴로프와 함께 러시아 최초의 아방가르드 그룹인 '다이아몬드의 잭(Jack of Diamonds)'을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 그룹은 프랑스와 독일의 모던 아트를 러시아 원시주의와 결합시키려는 혁신적 시도를 했으며,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의 초석을 놓았다.
1921년 작 'Bridge with Horse'(캔버스에 유채, 66.7 x 81.9 cm)는 콘찰로프스키의 창작 역량이 정점에 달한 시기의 작품이다. 1918년부터 1922년은 그가 풍경화와 정물화에 집중하며 세잔의 영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 시기로, 이 작품 역시 후기인상주의적 화풍을 잘 보여준다.
화면은 무성한 녹색 수목으로 둘러싸인 목조 다리 구조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리 위에는 붉은 옷을 입은 인물과 갈색 말이 배치되어 있어, 러시아 시골 풍경의 일상적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콘찰로프스키 특유의 대담한 붓놀림과 풍부한 색채 레이어링이 두드러지며, 청록색, 올리브색, 에메랄드 톤의 다층적 녹색 처리는 세잔의 구조적 색면 분할 기법을 연상시킨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하늘과 구름의 처리 방식이다. 회색빛 하늘에 옅은 보라색과 푸른색의 뉘앙스를 더해 대기의 습도와 빛의 변화를 표현했으며, 이는 인상주의자들의 광학적 관찰과 세잔의 기하학적 구성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나무의 형태는 다소 단순화되어 있지만, 나뭇잎의 질감과 양감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평면성과 입체감의 균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 20세기 초 러시아 미술의 전환점을 상징한다. 콘찰로프스키는 서구의 혁신적 기법을 러시아적 주제와 감수성에 접목시킴으로써, 러시아 아방가르드가 서구 모더니즘의 단순한 모방이 아닌 독자적 미학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922년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개최된 그의 첫 개인전은 러시아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이 프랑스 미술의 정수를 흡수하면서도 러시아 고유의 서정성과 대륙적 스케일을 잃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이아몬드의 잭 그룹이 추구한 '교육된 눈'의 미학, 즉 전통적 미의 기준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 언어를 대중에게 제시하려는 노력은 이 작품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콘찰로프스키는 평생 5000점 이상의 작품을 제작한 다작 화가였다. 1930년대 이후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전향하며 초기의 혁신성을 다소 잃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1910년대부터 1920년대 초반의 작품들은 여전히 러시아 모더니즘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콘찰로프스키는 현재 국제 미술 시장에서 가장 비싼 러시아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소더비, 크리스티 등 주요 경매사의 러시아 미술 섹션에서 꾸준히 거래되며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경매 기록을 살펴보면, 2018년 맥두걸스 경매에서 일리야 마시코프와 공동 작업한 'The Game of Billiards'가 206만 9983달러에 낙찰되며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1917년 작 대형 유화 'Family Portrait in the Artist's Studio'가 소더비 경매 전 개인 거래로 약 468만 파운드(약 750만 달러)에 판매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는 당시 추정가의 4배를 넘는 금액으로, 2007년 맥두걸스에서 'Malwa'가 100만 파운드에 낙찰된 이전 기록을 크게 갱신한 것이었다.
2011년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는 1920년 작 'Portrait of the Artist Levon Bunatian'이 90만 달러 이상에 낙찰되었으며, 2003년 소더비 경매에서는 'Bathing at Midday'가 35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최근 거래 사례를 보면, 그의 작품 가격대는 수채화와 드로잉의 경우 700~1만 5000유로, 중형 유화는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 대형 걸작의 경우 100만 달러 이상을 형성하고 있다.
콘찰로프스키의 시장 가치는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그의 후손들이 예술계와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작가의 명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손자인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와 니키타 미할코프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영화감독이며, 니키타 미할코프는 1994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둘째, 2006년 설립된 페트르 콘찰로프스키 재단이 작품의 진위 감정과 전시 기획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셋째, 러시아 미술 시장의 성장과 함께 자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연례 러시아 미술 경매에서 콘찰로프스키 작품은 항상 주목받는 품목이다.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그의 1910~1920년대 작품, 특히 세잔의 영향이 강한 풍경화와 정물화를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 미술 시장이 정치적 요인으로 다소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콘찰로프스키의 주요 작품들은 여전히 견고한 가격을 유지하며 블루칩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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