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할리우드 명배우 앤소니 퀸(Anthony Quinn, 1915-2001)이 주연을 맡은 1981년 영화 '사막의 라이온(Lion of the Desert)'은 이탈리아 파시스트 식민 통치에 맞서 싸운 리비아 독립운동가 오마르 묵크타르(Omar Mukhtar, 1858-1931)의 실제 삶을 그린 역사 대작이다. 시리아계 미국인 감독 무스타파 아카드(Moustapha Akkad)가 연출한 이 작품은 한 민족의 자유를 위한 불굴의 투쟁과 희생을 장대한 스케일로 담아냈다.
영화는 1911년부터 1931년까지 20년간 이어진 리비아의 대(對)이탈리아 저항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오마르 묵크타르는 꾸란 교사이자 수피 종단의 지도자였지만, 조국이 침략을 당하자 무기를 들었다. 50대에 시작된 그의 투쟁은 73세의 나이로 순교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앤소니 퀸은 묵크타르를 단순한 전사가 아니라 지혜롭고 자비로운 지도자로 그려냈다. 안경을 쓴 노(老)투사의 모습은 전형적인 전쟁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바로 그 점이 캐릭터에 진정성을 부여했다. 그는 불필요한 살생을 거부하고, 포로를 인도적으로 대했으며, 끝까지 명예와 신념을 지켰다.
영화는 묵크타르가 이끄는 게릴라 부대가 절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군에 맞서는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사막의 지형지물을 활용한 매복 작전, 적은 병력으로 대규모 부대를 교란하는 전술,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들의 용맹은 압도적이다.
묵크타르의 적수로 등장하는 이탈리아 장군 로돌포 그라치아니 역은 올리버 리드(Oliver Reed)가 맡았다. 파시즘의 원조 무솔리니가 파견한 그라치아니는 리비아를 평정하기 위해 무차별 폭격, 독가스 사용, 민간인 학살, 강제 수용소 설치 등 잔혹한 작전을 펼친다.
영화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0만 명 이상의 리비아인이 사막의 수용소에 강제 수용되었고, 유목민들의 가축과 우물이 파괴되었으며, 저항하는 마을은 공중폭격으로 초토화되었다. '문명'을 가져온다던 제국주의의 실체는 야만 그 자체였다.
그러나 묵크타르는 잔혹함에 잔혹함으로 맞서지 않았다. 그는 부하들에게 포로를 학대하지 말고,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며, 이슬람의 전쟁 윤리를 지킬 것을 명령했다. 이 도덕적 고결함이 그를 단순한 반란자가 아니라 진정한 지도자로 만들었다.
1931년 9월, 묵크타르는 결국 이탈리아군에 체포된다. 73세의 노인은 사슬에 묶여 재판장에 선다. 그라치아니는 그에게 항복을 권유하고 협력을 제안하지만, 묵크타르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우리는 승리하거나 죽을 것이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는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처형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장엄한 순간이다. 2만 명의 리비아인이 강제로 동원되어 교수형을 목격해야 했다. 이탈리아는 공포를 통해 저항의 불씨를 끄려 했다. 그러나 교수대에 오르는 묵크타르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앤소니 퀸은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묵크타르의 마지막 순간을 연기했다. 안경을 쓴 노인의 침착하고 평온한 모습은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주었다. 그의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였다. 육체는 파괴되었지만, 정신은 영원히 살아남았다.
무스타파 아카드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리비아 정부의 후원을 받았다. 당시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3,500만 달러를 투자한 이 영화는 1980년대 초반 가장 비용이 많이 든 영화 중 하나였다.
촬영은 리비아의 실제 사막에서 이루어졌으며,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다. 전투 장면은 실제 전차와 항공기를 사용해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아카드 감독은 할리우드 시스템 밖에서 거대한 역사 서사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앤소니 퀸은 당시 65세로, 묵크타르의 실제 나이에 가까웠다. 멕시코계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던 그는, 묵크타르 역에서 경력의 정점 중 하나를 찍었다. 그의 연기는 위엄과 인간미, 강인함과 자비를 동시에 담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이탈리아에서 상영이 금지되었다. 강간과 살인 등 파시스트 시대의 전쟁 범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문제였다. 이스라엘에서도 팔레스타인 저항과의 연관성 때문에 상영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아랍권과 제3세계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식민 통치의 경험을 가진 국가들에게 묵크타르의 이야기는 자신들의 역사였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반제국주의 투쟁의 기념비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도 일제강점기를 거쳤기 때문에 공유한 바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막의 라이온'이 4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유가 무임승차가 아니라는 보편적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묵크타르는 20년간 사막을 떠돌며 싸웠고, 결국 목숨을 바쳤다. 그러나 그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리비아는 1951년 독립을 쟁취했다.
영화는 묻는다. 정의를 위한 싸움은 언제나 가치가 있는가? 희생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리고 한 사람의 신념이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오마르 묵크타르의 삶은 이렇게 대답한다. 자유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며, 정의를 위한 싸움은 결코 헛되지 않고, 한 사람의 불굴의 정신은 한 민족을 일깨울 수 있다.
앤소니 퀸은 이 역할을 평생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꼽았다. 무스타파 아카드 감독은 이후에도 이슬람과 아랍 세계를 할리우드에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리고 오마르 묵크타르는 리비아뿐 아니라 전 세계 피억압 민족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사막의 모래는 발자국을 지우지만, 정신은 영원히 남는다. 안경을 쓴 노(老)전사가 교수대에 오르는 그 장면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 가치에 대한 영원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승리하거나 죽을 것이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는다."
그 말은 지금도 메아리친다. 사막의 바람을 타고, 자유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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