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1923-1997)의 1985년 작품 'ROAD BEFORE THE FOREST(Corlett 213)'가 전통 풍경화 장르를 팝아트 미학으로 재해석한 혁신적 시도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 대형 프린트(이미지 37 x 52 1/4인치, 약 940 x 1327mm)는 컬러 리소그래프, 목판화, 스크린프린트를 결합한 복합 기법 작품이다.
1923년 뉴욕에서 태어난 리히텐슈타인은 팝아트 운동의 창시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실천가로 평가받는다. 레지널드 마시 밑에서 수학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1년 만화책 패널을 활용한 작품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리히텐슈타인은 상업 인쇄 기법인 벤데이 도트(Ben-Day dots)를 캔버스에 도입하며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1962년 뉴욕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은 매진을 기록하며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트를 이끈 리히텐슈타인은 'Whaam!'(1963), 'Drowning Girl'(1963) 같은 만화 기반 작품으로 명성을 확립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이후 만화를 벗어나 풍경, 정물, 추상표현주의 패러디 등 다양한 주제로 확장했다.
'ROAD BEFORE THE FOREST'는 1985년 제작된 Landscapes 시리즈 7점 중 하나다. 이 시리즈는 리히텐슈타인이 1960년대 만화 중심 작품에서 벗어나 전통적 풍경화 장르를 팝아트 미학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작품 전면에는 녹색과 흰색의 굵은 곡선이 나무와 숲을 암시하며 화면을 지배한다. 녹색 가지들 사이로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역동적 붓질이 어우러지며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하단에는 검은색과 회색의 수평 선들이 도로를 나타낸다.
리히텐슈타인은 나무, 산, 물 같은 자연 요소를 만화 구성을 연상시키는 단순화된 기하학적 형태로 변환했다. 평면적 색면, 굵은 윤곽선, 균일한 패턴은 풍경 장면 내에 인위성과 추상성을 창출한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이 추상표현주의의 이상화된 붓터치를 모방한다고 분석한다. 감정적 붓질은 움직이는 자연을 흉내 내면서도, 과거 회화적 제스처에 부여된 진정성을 비판한다. 손으로 그린 요소와 기계적 단순 형태를 결합함으로써, 레이아웃은 동시대 'Brushstroke Faces' 시리즈처럼 추상화된다.
이 시리즈는 인상주의, 야수파, 점묘파, 독일 낭만주의, 중국 산수화 등 다양한 미술사적 전통을 참조한다. 리히텐슈타인은 자연세계를 대량생산 이미지의 양식화되고 기계적인 측면과 결합함으로써 인위성과 자연의 교차점을 강조한다.
리히텐슈타인의 경력은 단순히 팝아트를 넘어 미술사 전반을 아우른다. 5000여 점의 회화, 프린트, 드로잉, 조각, 벽화를 제작하며 그는 회화가 세계를 재현하는 방식, 인상주의·입체주의·표현주의 같은 미술 운동이 제시하는 다양한 재현 이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독일 표현주의 판화 컬렉션에 매료되어 'The White Tree'(1980), 'Dr. Waldmann'(1980) 같은 작품을 제작했다. 목판화 기법을 통해 에밀 놀데, 오토 딕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를 참조했다.
1990년대에는 전화번호부와 광고판의 가구 광고에서 영감을 받은 'Interiors' 시리즈, 에드가 드가의 단색 판화에서 영감을 받은 'Landscapes in the Chinese Style' 시리즈를 선보였다. 세잔, 피카소, 마티스, 모네 같은 거장들을 직접 참조하며 유럽 미술사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워싱턴 국립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1997년 폐렴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팝아트를 넘어 현대미술 전반에 지울 수 없는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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