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프랑스 화가 자크 마르탱-페리에르(Jacques Martin-Ferrieres, 1893-1972)의 1926년 작품 'Sud d'Eau(물의 남쪽)'는 베네치아 운하의 빛과 물결을 독특한 기법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이 작품(54 x 64.8cm)은 베네치아의 운하와 건축물을 배경으로 물 위에 반사되는 빛의 찰나를 포착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운하의 물결은 황금빛, 청록색, 분홍빛이 어우러지며 생동감 넘치는 모자이크를 이룬다.
마르탱-페리에르는 후기인상주의 거장 앙리 마르탱(Henri Martin, 1860-1943)의 아들로 1893년 프랑스 생폴(타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프레데릭 코르몽(1845-1924), 에르네스트 로랑(1859-1929) 밑에서 수학하며 회화의 기초를 다졌다.
화학을 전공한 그는 안료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조합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학적 접근은 그의 독특한 화법 개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마르탱-페리에르는 살롱 데 아르티스트 프랑세의 정규 출품 작가로 활동하며 1920년 명예상, 1923년 은상, 1925년 국가상(Prix National), 1928년 금상 및 프리 르게-르브런(Prix Legay-Lebrun)을 수상했다. 1937년에는 만국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받았으며, 1956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마르탱-페리에르의 가장 큰 특징은 짧고 빠른 붓터치로 불투명한 색채를 겹치거나 분리해 모자이크 같은 표면을 만드는 기법이다. 물감을 두껍게 층층이 쌓아올려 캔버스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빛이 반짝이는 효과를 재현하는 데 탁월했다.
아버지로부터 점묘법을 배웠지만, 그는 독자적인 기법을 발전시켰다. 겹치는 붓터치 사이로 드러나는 밝은 바탕층은 마치 빛이 캔버스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Sud d'Eau'는 이러한 기법이 정점에 달한 1920년대 중반의 작품이다. 베네치아의 따스한 햇살이 운하 위를 비추는 순간, 물결이 일렁이며 만들어내는 색채의 향연을 화가는 수백 개의 짧은 붓터치로 재현해냈다.
마르탱-페리에르는 1924년 이탈리아 여행 장학금을 받아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아시시를 방문했다. 이 여행은 그에게 여행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스코틀랜드 등 유럽 전역을 누비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베네치아는 그가 가장 사랑한 도시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후, 1950년부터 다시 붓을 잡은 그는 베네치아를 반복적으로 찾았다. 1965년에는 베네치아 풍경과 설경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마르탱-페리에르의 작품은 보카 레이튼 미술관(플로리다),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 파리 프티 팔레, 르아브르 말로 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1939년과 1965년 파리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다.
'Sud d'Eau'는 화가의 전성기였던 1920년대 중반 작품으로, 베네치아의 빛과 물을 독창적 기법으로 포착한 수작이다. 후기인상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 화풍을 확립한 마르탱-페리에르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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