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집중분석] ‘폭설’③ 김윤석, “언젠가는 외로워질 우리 모두의 이야기”…김윤석, 퇴직 앞둔 역장으로 건네는 쓸쓸하고 웃긴 얼굴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10-31 23:53:14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배우 김윤석이 영화 ‘폭설’에서 평생 설오역을 지켜온 역장 갑수로 돌아온다. 김윤석은 3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작품은 떠나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 신세대와 구세대, 어쩌면 아버지와 자식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군더더기 없이 뼈대만 남은 이야기에 매료”
김윤석은 출연 이유로 시나리오의 힘을 꼽았다. 그는 “늘 하는 이야기지만, 시나리오의 힘에 매료돼 출연하게 됐다”며 “군더더기가 완전히 빠지고 뼈대만 남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영화라 오랜만에 이런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담금주와 수석, 수십 권의 업무일지…외로움이 쌓인 역장의 살림
김윤석은 갑수라는 인물을 설오역의 ‘산증인’으로 설명했다. 석탄을 실은 열차가 하루에도 수십 번 드나들던 큰 역이었지만, 수요가 줄며 직원이 떠나고 건물이 허물어져 지금은 대합실이 있는 작은 역사 하나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나 외롭게 혼자 있었으면 담금주를 담글 정도였겠느냐”며 “외롭지만 알차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 매일 업무일지를 일기처럼 써온 사람”이라고 갑수를 소개했다.
소품에도 애정을 드러냈다. 김윤석은 “영화에 담금주가 아주 많이 나오고, 수석도 있다”며 “사실은 갑수의 퇴직금 같은 재산”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펜으로 손수 써온 수십 권의 업무일지에 대해서는 “설오역의 역사와 함께 갑수의 나이 든 모습과 닮아 있다”고 했다. 가장 아끼는 소품으로는 사냥용 장총을 꼽았고, 강원도 산간 지역이라 멧돼지가 자주 내려오는 설정이 숨어 있다고 귀띔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나약한 인간의 선택
김윤석은 ‘폭설’의 정서를 ‘희비극’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강한 육체 능력을 지닌 범죄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라며 “강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 선택을 할 때 희비극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심각하게 보면서 저게 웃어도 되나 싶은 분도 있고, 웃는 분도 있을 만큼 대비가 심한 영화”라고 덧붙였다.
구교환은 ‘피터팬’…10년 뒤에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한 사이
김윤석은 이번 작품에서 구교환과의 재회를 특별하게 여겼다. 그는 “영화 모가디슈에서 처음 만났을 때 보자마자 동심이 느껴졌다”며 “어린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금방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이 지난 뒤에 만나도, 10년 뒤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한 사람”이라며 “힘들었던 순간도 나중에는 웃을 수 있는 추억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 현장에서 만났을 때도 편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윤석은 “두 사람에게 몰아붙이라는 판을 깔아주셔서 먹는 것부터 자는 것, 티키타카까지 호흡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더 잘 삐지고 무뚝뚝하지만, 분위기를 조금만 맞춰주면 간도 다 빼준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구교환이 자신을 팅커벨에 비유한 대목에는 “사회자인 박경림 씨에게 넘기고 싶다”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촬영 현장의 농담도 공개했다. 김윤석은 촬영 중 구교환과 시신을 두고 주고받은 농담을 소개하며 “오늘은 웃음이 적다”고 객석을 향해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를 풀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외로워진다”…퇴직한 친구들 이야기
김윤석은 이번 역할을 하며 자신의 나이 듦도 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갑수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외로워질 거라는 이야기”라며 “하나둘 떠나가고, 나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람이 와서 내 자리를 차지할 때를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퇴직한 친구들의 일화도 전했다. 은행에서 일하다 퇴직한 친구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빨간 바지를 샀고, 한 번도 길러보지 못했다며 수염을 길러보겠다고 한 친구도 있다는 것이다. 김윤석은 “우스갯소리로 하지만, 그런 것을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비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홍의정 감독에 대한 존경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홍 감독님은 작가적 성향이 강한 분으로, 허공에 떠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땅바닥에 내려앉은 인간을 그리는 데 탁월하다”며 “이런 작품, 이런 감독과 작업하는 건 드문 일이라 귀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작품을 만들어주시길 바란다”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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