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집중분석] ‘폭설’② 홍의정 감독, “흔들렸던 만큼 관객도 흔들리길”…김윤석은 천재, 구교환은 괴인!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10-31 23:44:40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의 6년 만의 두 번째 질문…“내 판단이 이렇게까지 틀렸다고?” 홍의정 감독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영화 ‘소리도 없이’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던 홍의정 감독이 6년 만의 신작 ‘폭설’로 돌아왔다. 홍 감독은 3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제작 자체가 꿈같고 감사한 일”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가장 힘든 것은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일”

홍 감독은 두 번째 장편을 내놓는 마음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이야기에 빗대 풀어냈다. 그는 “영화인에게 가장 힘든 일이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스코세이지 감독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며 “첫 영화의 결과에 따라 두 번째 영화의 운명이 정해지기 때문에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사이 좋은 시나리오도 많이 만났지만, 마음을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사로잡은 작품이 ‘폭설’이었다는 설명이다.

“시선이 바뀌는 순간”…‘폭설’을 선택한 이유

홍 감독이 이 시나리오에 끌린 이유는 ‘시선의 변화’라는 주제 때문이다. 그는 “제가 늘 흥미로워하는 것이 시선이 바뀔 때 이야기의 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인데, ‘폭설’이 그것을 완벽하게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립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과정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관객에게 바라는 경험도 분명했다. 홍 감독은 “영화를 즐겁게 보고, 긴장하고, 웃으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만나는 경험을 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그는 “‘내 판단이 이렇게까지 틀렸다고?’, ‘내가 이 사람을 응원하는 게 옳은 일일까?’ 하고 가치관을 흔드는 사건들이 있다”며 “제가 흔들렸던 만큼 관객도 흔들릴 수 있다는 기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살아 있는 영화 사전, 구교환은 긍정적인 괴인”

이번 작품에서 홍 감독이 가장 큰 힘을 얻은 존재는 두 주연 배우였다. 홍 감독은 스스로를 두 배우의 오랜 팬이라고 소개하며 “모니터 앞에서 선배님의 연기를 보며 ‘이럴 수가 있나’ 하고 머리를 쥐어뜯은 적이 여러 번”이라고 했다.

그는 김윤석을 “천재라는 단어가 너무나 어울리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상황 판단과 분석이 빠를 뿐 아니라 “뇌 용량이 엄청나서 살아 있는 영화 사전 같다”는 것이다. 홍 감독이 레퍼런스 영화를 예로 들려 하면, 김윤석이 먼저 개봉 연도와 주인공, 감독, 촬영감독까지 줄줄이 짚어내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옆에 있던 구교환은 “지금의 트렌디한 문화까지 다 섭렵하고 계셔서 식사 자리가 정말 재밌다”고 거들었다.

구교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괴인,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관계 속에서 학습한 평범한 인사나 습관적인 대사를 무심코 던졌을 때, 전혀 기대하지 않은 답이 돌아온다”며 “연구한다기보다 DNA가 그러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천재와 괴인의 조합이 모니터에서 이렇게 짜릿할 수 있나 싶었다”며 “정말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설오역을 ‘캐릭터’로, 장르의 변주는 배우들과 함께

설오역을 연출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홍 감독은 “설오역이 하나의 캐릭터로 보이길 바랐다”며 “갑수의 젊은 시절이 그랬을 것처럼 바쁘고 활동적인 시기를 거친 공간에, 갑수의 개인적인 생활이 고스란히 담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라면을 먹고 담금주를 담그는 역장의 일상이 있고, 폭설이 오면 외딴섬처럼 덩그러니 놓이는 고립된 역의 이미지가 영화의 출발점이었다.

장르의 변주에 대해서는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홍 감독은 “극단적 상황에서 인물들이 내리는 판단은 때로 우스꽝스럽고 때로 걱정스럽다”며 “예상치 못한 블랙 코미디 모먼트는 목적을 갖고 만들었다기보다 두 분이 현장에서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환이 “다음 영화에서도 써 달라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홍 감독은 “정말 추울 때 만든 영화인 만큼, 극장에서 그 추위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폭설’은 11월 18일 개봉한다.

홍의정 감독, 구교환, 김윤석(왼쪽부터)이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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