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S/S 서울패션위크] 테일러링, 기능을 입다 — 데일리미러가 다시 쓰는 수트의 문법···DDP서 펼쳐진 도시적 균형감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03 22:38:11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데일리미러(DAILY MIRROR)의 런웨이는 시작부터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클래식한 칼라가 무대를 열었지만, 그 위에는 트레킹화, 드로스트링, 스냅 버튼 같은 아웃도어의 언어가 자연스레 포개져 있었다. 정장이라는 오래된 형식과 기능복이라는 실용의 언어가 한 몸에서 충돌 없이 공존하는 이 장면은, 이번 컬렉션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해체된 수트, 다시 조립된 실루엣
컬렉션 전반을 관통한 것은 오버사이즈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와이드 팬츠, 그리고 정교하게 재단된 트렌치코트였다. 그러나 이 옷들은 전통적인 격식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벨트로 허리를 강하게 조인 롱코트, 비대칭으로 늘어진 밑단, 어깨선이 과장되게 부풀려진 재킷은 클래식한 테일러링을 해체한 뒤 도시적 무드로 다시 조립한 결과물처럼 보였다.
팝업 형태로 겹쳐진 셔츠 자락과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레이어는 완성된 한 벌의 옷이 아니라, 여러 겹의 태도가 쌓여 만들어진 앙상블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아웃도어의 문법을 입은 도시 여성
무대를 오간 아노락 스타일 점퍼, 바이저와 고글, 스트링과 지퍼 디테일은 언뜻 기능복처럼 보였지만 실루엣만큼은 철저히 도심적이었다.
크롭 기장의 아노락 아래로 드러난 미니스커트, 카고 포켓과 정장 팬츠의 매치, 스포티한 슬립온과 하이힐이 나란히 등장하는 조합은 아웃도어웨어의 실용성을 여성복의 감각으로 번역해낸 결과였다.
실용적인 디테일이 장식이 아니라 옷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기능은 곧 스타일의 언어가 되었다.
절제된 팔레트 위에서 터지는 색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 블랙이 만드는 뉴트럴 톤의 기조 속에서 코발트블루와 소프트 핑크 같은 채도 높은 색이 간간이 등장했다. 이 색들은 전체 무드를 흔들기보다, 무채색의 절제된 화면 안에서 시선을 붙잡는 정확한 방점으로 기능했다.
매니시한 실루엣 위에 얹힌 파스텔 컬러, 혹은 강렬한 블루 점퍼 아래 드러난 타이트한 미니스커트는 절제와 대비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구조와 움직임 사이, 데일리미러가 그리는 균형
이번 무대가 보여준 것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 격식과 실용은 서로 다른 방향이 아니라 하나의 옷 안에서 만날 수 있는가. 데일리미러는 그 답을 정교한 테일러링에 기능성 소재와 레이어링 시스템을 겹치는 방식으로 제시했다.
각 잡힌 어깨선과 헐렁한 아노락, 절제된 수트와 실용적인 포켓이 나란히 걸어 나온 이번 런웨이는 도시와 야외, 격식과 자유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실험하는 브랜드의 태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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