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S/S 서울패션위크] 침묵이 만든 존재감, 켈리신(KELLY SHIN)이 그린 '뉴 우먼'의 초상···절제 속에서 태어난 아우라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04 13:28:10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무대 위로 흐르는 짙은 바다빛 영상을 배경으로, 모델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화려한 수사도, 과장된 제스처도 없었다. 그러나 그 절제된 걸음걸이 안에는 분명한 힘이 있었다. 하이엔드 여성복 브랜드 켈리신(KELLY SHIN)이 이번 시즌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드러냄'이 아니라 '스며듦'으로 완성되는 존재감이었다.

팔레트의 여정, 흑백에서 안개빛으로

컬렉션은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슬랙스의 강렬한 대비로 문을 열었다. 각진 어깨선과 뾰족하게 세운 카라가 도시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오프닝 룩이었다. 이후 무대는 블랙 레더 코르셋과 시스루 니트로 넘어가며 관능과 절제가 팽팽하게 맞서는 구간을 지나쳤다. 중반부터는 팔레트 자체가 서서히 물러서듯 옅어진다. 스틸그레이 트렌치, 라벤더빛 시퀸 가운, 안개 낀 듯한 블루그레이 튤 스커트가 차례로 이어지며, 색이 짙어지는 대신 빛의 밀도가 짙어지는 방식으로 룩과 룩 사이의 온도가 상승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다시 짙은 네이비 톤으로 회귀한 머메이드 실루엣의 크리스털 가운. 시작의 흑백이 끝의 심연으로 되돌아가는 이 구조는 우연이 아니라, 침묵에서 출발해 하나의 아우라로 응축되는 서사적 설계로 읽힌다.

구조와 흐름의 이중주

이번 런웨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건축적 구조'와 '유동적 흐름'이 한 몸에서 충돌 없이 공존했다는 것이다. 어깨를 강조한 재킷과 트렌치코트가 신체를 하나의 조형물처럼 세웠다면,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오간자 러플과 프린지 스커트, 넷 소재의 스커트는 걸음마다 흔들리며 정적인 실루엣에 호흡을 불어넣었다. 크롭 트위드 재킷 아래 드러난 허리와, 그 아래로 겹겹이 갈라지는 러플 스커트의 대비는 특히 상징적이었다. 강함과 부드러움, 통제와 이완이 한 벌의 옷 안에서 동시에 말을 거는 방식이다.

웨딩드레스가 남긴 유산

디자이너 신수진은 여성복 시장에서 브랜드를 직접 운영해온 이력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루엣의 미세한 차이가 여성의 자신감을 완성한다는 관점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이번 무대에서도 그 감각은 선명했다.

벨트 버클의 각도, 소매 끝단이 손등을 감싸는 길이, 스커트 절개선이 걸음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타이밍까지—모든 디테일이 우연이 아니라 계산된 완성도로 다가왔다. 화려함으로 시선을 끄는 대신, 정교함으로 시선을 붙드는 방식. 이는 과시적 럭셔리가 아니라 자기 확신에서 비롯되는 우아함을 지향해온 브랜드의 태도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조용한 존재감, 상업적 언어가 되다

켈리신이 파리 무대와 유럽 팝업을 거치며 해외 바이어와 접점을 넓혀온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컬렉션이 보여준 '절제된 존재감'은 단순한 미학적 선언을 넘어선다. 과장 없이도 알아보게 만드는 디자인은, 다양한 시장과 취향을 가로지르며 소구할 수 있는 가장 유연한 상업적 언어이기도 하다.

침묵 속에서 응축된 에너지가 결국 공간 전체를 장악하는 마지막 룩처럼, 켈리신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법을 이번 무대에서 다시 한번 증명했다.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들이 켈리신(KELLY SHIN)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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