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프리더 베르니우스가 지휘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성악 버전, 하이든의 영적 깊이를 재조명하다!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07 14:56:08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독일의 명문 레이블 카루스(Carus)가 요셉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Die Sieben letzten Worte unseres Erlosers am Kreuze, Hob. XX:2)' 성악 버전 음반을 발매했다. 지휘자 프리더 베르니우스가 이끄는 슈투트가르트 실내합창단(Kammerchor Stuttgart)과 호프카펠레 슈투트가르트(Hofkapelle Stuttgart)의 연주로, 2021년 3월 신델핑엔 시청 홀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고전주의 시대 종교 음악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
작품의 역사적 가치와 음반의 의미
하이든이 1786년 스페인 카디스의 산타 쿠에바 성당 의뢰로 작곡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원래 관현악 버전으로 탄생했다. 작곡가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남긴 일곱 마지막 말씀을 각각 독립된 악장으로 구성해 명상적 분위기를 창출했다.
이후 1796년 하이든은 고트프리트 판 슈비텐 남작의 제안으로 이 작품을 오라토리오로 재구성했으며, 합창과 독창을 추가한 성악 버전은 원곡의 기악적 깊이에 가사의 극적 표현력을 더해 작품의 종교적 메시지를 한층 선명하게 전달한다.
이 음반은 역사적 연주 관행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해석으로 주목받는다. 카루스 레이블은 바흐, 멘델스존 등 독일 종교 음악 전통의 학술적 연구와 연주에 특화된 레이블로, 이번 음반 역시 원전 악보를 기반으로 한 정통 접근을 보여준다.
프리더 베르니우스의 섬세한 해석
독일의 저명한 합창 지휘자 프리더 베르니우스는 바로크와 고전주의 음악 해석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 음반에서 하이든 특유의 균형미와 명료함을 유지하면서도 각 악장이 담고 있는 신학적 깊이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서주인 '마에스토소 에 아다지오(Maestoso ed adagio)'부터 작품을 관통하는 엄숙함과 내적 고뇌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베르니우스의 해석에서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템포 조절과 다이내믹의 섬세한 대비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Pater, dimitte illis)'에서는 용서의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달하고,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Deus meus, ut quid dereliquisti me)'에서는 절망과 고통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마지막 '지진(Il Terremoto)' 악장에서는 프레스토 템포로 자연의 격렬한 반응을 묘사하며 작품 전체의 종결을 극적으로 완성한다.
성악진과 연주단체의 탁월한 역량
이번 음반의 성악진은 독일 성악계의 차세대 주자들로 구성됐다. 소프라노 안나-레나 엘베르트는 맑고 투명한 음색으로 천상의 위로를 표현하며, 알토 소피 하름센은 깊이 있는 중저음으로 작품의 비극적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테너 플로리안 지버스는 서정적이면서도 극적인 표현력을 보여주고, 베이스 세바스티안 노악은 중후한 음색으로 작품의 신학적 무게를 더한다. 네 솔리스트는 독창 부분뿐 아니라 앙상블에서도 조화로운 블렌딩을 이루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슈투트가르트 실내합창단은 1968년 창단 이후 독일 합창 음악의 최고봉으로 자리매김한 단체다. 이들은 정확한 피치와 투명한 음색, 뛰어난 딕션으로 라틴어 가사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호프카펠레 슈투트가르트는 역사적 악기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로, 18세기 스타일의 순수한 음향을 재현하며 합창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특히 현악 섹션의 섬세한 보잉 기법과 관악 섹션의 절제된 표현은 하이든 음악의 우아함을 잘 살려낸다.
하이든이 후대에 미친 영향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셉 하이든(1732-1809)은 고전주의 음악 양식을 확립한 작곡가로, 교향곡과 현악 사중주 장르의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러나 종교 음악 분야에서도 그의 업적은 지대하다. '천지창조', '사계'와 함께 이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하이든의 영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하이든의 종교 음악은 바로크 시대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고전주의의 균형미와 명료함을 추구했다. 복잡한 대위법보다는 선율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화성의 논리적 진행을 강조했으며, 이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베토벤의 대작 '장엄 미사'에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전통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또한 하이든은 기악곡을 성악곡으로 재구성하는 혁신적 시도를 통해 작품의 생명력을 확장했다.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의 여러 버전은 작곡가가 동일한 음악적 소재를 다양한 편성으로 재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선구적 사례다. 이러한 접근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리스트와 브람스의 편곡 작업으로 이어졌다.
하이든의 음악 언어는 명료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정 표현으로 고전주의 이상을 구현했으며, 그의 종교 음악은 인간의 영적 갈망과 신앙의 본질을 음향으로 승화시킨 불멸의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프리더 베르니우스가 진행한 이 음반은 그러한 하이든의 예술 세계를 현대 청중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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