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요한 크리스찬 바흐 '밀라노 저녁 시편' 세계 최초 녹음, 18세기 교회음악의 숨은 보석!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07 14:33:21

'음악의 아버지' 바흐 막내아들의 걸작...클래식 음악사의 공백을 메운 역사적 녹음  요한 크리스찬 바흐의 '밀라노 저녁 시편(Mailander Vesperpsalmen)'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2010년 독일 카루스 레이블은 요한 크리스찬 바흐(1735-1782)의 '밀라노 저녁 시편(Mailander Vesperpsalmen)' 전곡을 세계 최초로 녹음.발매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막내아들이자 '런던의 바흐'로 불렸던 요한 크리스찬 바흐의 이 작품은 그가 밀라노 대성당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하던 1757-1762년 사이 작곡한 교회음악의 정수를 담고 있다.

250년 만에 부활한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의 걸작

이 음반은 요한 크리스찬 바흐가 20대 초반 밀라노에서 작곡한 저녁기도 시편 다섯 곡(Warb E 14, E 16, E 17, E 19, E 22)을 2CD에 담았다. 작품들은 'Domine ad adjuvandum', 'Confitebor tibi Domine', 'Beatus vir', 'Laudate pueri Dominum', 'Magnificat' 등 가톨릭 저녁기도 전례의 핵심 시편들로 구성됐다.

이 작품들은 요한 크리스찬 바흐가 이탈리아 유학 시절 파도바의 거장 파드레 마르티니에게 사사하며 익힌 이탈리아 교회음악 양식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독일 대위법 전통이 절묘하게 융합된 결과물이다. 특히 화려한 콜로라투라와 극적인 합창 대비,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은 당시 밀라노 오페라 문화의 영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예네만의 섬세한 해석, 18세기 밀라노 사운드를 재현하다

지휘자 게르하르트 예네만은 이번 녹음에서 역사적 연주 관행에 충실한 접근을 택했다. 쥐트도이체 카머코어의 투명하고 균형 잡힌 합창 사운드는 18세기 밀라노 대성당의 음향을 현대에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네만은 각 시편의 구조적 대비를 명확히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명상적이고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Magnificat'에서 보여주는 해석은 압권이다. 독창과 합창, 오케스트라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다층적 텍스처를 예네만은 절제된 템포와 다이내믹 조절로 유려하게 풀어냈다. 2009년 11월 알체나우-알프슈타트 비르켄하이너 홀레에서 진행된 녹음은 자연스러운 잔향과 악기 간 명료한 분리를 동시에 구현해냈다.

세계적 솔리스트진, 작품의 오페라적 화려함을 완벽 구현

이번 녹음에는 바로크 음악계의 정상급 솔리스트들이 참여했다. 소프라노 요안네 룬은 'Gloria Patri'와 'Laudate pueri Dominum'에서 기교적 난이도가 높은 콜로라투라 악구들을 경이로운 정확성과 표현력으로 소화해냈다. 알토 엘레나 비스쿠올라는 풍부한 중음역과 섬세한 프레이징으로 작품의 서정적 깊이를 더했다.

테너 게오르그 포플루츠는 이탈리아 벨칸토 양식에 능통한 가창으로 'Beatus vir'의 독창 파트에서 빛났다. 베이스 토마스 E. 바우어는 권위 있으면서도 따뜻한 음색으로 합창과의 앙상블에서 든든한 기반을 제공했다. 네 솔리스트는 중창 악장들에서도 완벽한 블렌딩과 개성 있는 성부 표현을 동시에 보여줬다.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 콘체르토 쾰른은 고전파 초기 양식에 최적화된 연주를 들려준다. 현악의 투명한 음색과 목관의 섬세한 뉘앙스, 호른과 트럼펫의 화려한 팡파르는 작품의 축제적 성격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모차르트에게 '갈란트 양식'을 가르친 스승의 작품

요한 크리스찬 바흐는 모차르트 음악 세계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1764년 런던에서 8세의 모차르트를 만난 요한 크리스찬 바흐는 소년 천재에게 갈란트 양식의 우아함과 이탈리아 오페라의 극적 표현법을 전수했다. 모차르트는 평생 '런던의 바흐'를 존경했으며, 그의 피아노 협주곡과 오페라 작곡에는 요한 크리스찬 바흐의 영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밀라노 저녁 시편'은 바로 그 갈란트 양식의 원형을 보여준다. 명료한 선율선, 투명한 화성 진행, 극적 대비와 서정성의 균형은 모차르트가 후일 자신의 교회음악에서 발전시킨 특징들이다. 특히 독창 아리아의 오페라적 화려함과 합창의 경건한 단순함이 공존하는 양식적 이중성은 모차르트 '대관식 미사'나 '레퀴엠'의 선구적 형태로 평가받는다.

음악학자들은 이 작품들이 바흐 가문의 대위법 전통이 18세기 이탈리아 양식과 만나 새로운 고전파 교회음악으로 진화하는 과도기적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요한 크리스찬 바흐는 아버지 세대의 복잡한 푸가 기법 대신 명료한 호모포니 텍스처를 선택했지만, 중요한 악장에서는 여전히 정교한 대위법적 처리를 구사해 두 시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클래식 음악사의 공백을 메운 역사적 녹음

카루스 레이블이 진행한 녹음은 단순한 신보 발매를 넘어 음악사적 공백을 메운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요한 크리스찬 바흐는 생전 런던과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떨쳤지만, 사후 그의 교회음악은 오페라와 기악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특히 밀라노 시기 작품들은 악보만 전해질 뿐 연주 기회가 거의 없었다.

2010년에 이루어진 세계 최초 녹음은 18세기 중반 밀라노 교회음악의 실체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또한 요한 크리스찬 바흐를 '모차르트의 스승'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일반 청중에게 그가 독자적인 음악적 성취를 이룬 작곡가였음을 각인시킨다.

총 92분에 달하는 2CD 세트는 작품의 전모를 파악하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북클릿에는 각 시편의 라틴어 가사와 독일어·영어 번역, 상세한 작품 해설이 수록돼 있어 감상에 도움을 준다. 카루스 레이블 특유의 명료한 녹음 품질은 바로크 앙상블의 섬세한 뉘앙스까지 놓치지 않는다.

바로크 음악 애호가뿐 아니라 모차르트와 고전파 음악의 뿌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청 음반으로 추천된다. 요한 크리스찬 바흐의 '밀라노 저녁 시편'은 18세기 교회음악의 숨겨진 보석이자, 고전주의 양식이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할 수 있는 귀중한 음악적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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