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집중분석] '가능한 사랑'④ 설경구, "'호석'은 침묵과 시선으로 말하는 인물"…이창동의 페르소나가 다시 마주한 상처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8-27 11:36:50

'진짜 부부 아닙니다' 영화에서 세 번째로 부부의 호흡을 맞추는 전도연과 설경구(오른쪽)가 익살스러운 제스처로 포토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설경구가 연기한 '호석'은 해고 노동자로, 총파업과 강제 진압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인물이다.

아내 미옥, 아들 철이와 함께 살아가던 어느 날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려는 예지와 그의 남편 상우를 만나 자신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죄책감과 분노, 수치심을 안고 하루하루를 견디는 남자

25일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서 설경구는 이 인물에 대해 "영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해고 노동자"라며 "속에 많은 감정을 담고 사는 사람이다. 죄책감도 있을 것이고, 분노도 수치심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감정을 담고 하루하루를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호석'은 침묵과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호석'의 눈을 통해 그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준비하지 않는 것이 준비"…비워야 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

캐릭터 준비 과정을 묻는 질문에 설경구는 전도연과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그는 "전도연 씨와 비슷하다. 준비를 하면 안 되는, 오히려 비워야 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하는 건 없고 그냥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에 대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기 전까지는 되게 자유로웠는데, 딱 읽고 나니 '박하사탕' 때만큼은 아니지만 긴장감이 오더라"며 "그런 초심 같은 마음이 좋았던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하사탕'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경험도 많이 없었고, 저한테 주어진 감정들은 너무 벅찼고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기억이 너무 그리웠던 것 같다"며 "그리움이 다시 현실화되니 마음이 벅차고 기대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함께한 이창동의 세계

이창동 감독이 지금까지 연출한 장편 영화 일곱 편 중 설경구는 '박하사탕', '오아시스'에 이어 '가능한 사랑'까지 세 편을 함께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날 "전도연 씨와 설경구 씨야말로 '미옥'과 '호석'이라는 인물에 딱 맞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설경구 씨는 '호석'이라는 인물의 내면의 어두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감독은 또 "설경구 씨는 그 인물이 가진 다양한 감정들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배우"라며 "두 사람이 이 인물에 아주 적역이라기보다는 그냥 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캐스팅에는 뒷이야기도 있었다. 설경구는 당초 스케줄상 출연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창동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스케줄을 조정해 합류했다. 그는 "저도 전도연 씨와 이유는 똑같다. 이창동 감독님이었다"며 이번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세계가 다시 부르는 이름

'가능한 사랑'이 제84회 베니스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제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소식에 설경구는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소식을 접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감독님이랑 작업한 지 20여 년이 됐는데도 이런 좋은 소식이 있어 너무너무 기분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하사탕', '공공의 적', '실미도', '오아시스', '해운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을 통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온 그가 이번에는 침묵과 시선의 연기로 관객들에게 또 다른 울림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는 9월 23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전도연과 설경구(오른쪽)가 환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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