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카운터테너 이동규, 18년 만의 솔로 앨범 'Dream Quilter'...꿈결로 안내하는 美聲의 바느질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11 11:32:32

이동규의 'Dream Quilter(드림 퀼터): 꿈을 누비는 자' 이여름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한국 1세대 카운터테너 이동규(47, David DQ Lee)가 세계 3대 클래식 음반사 워너클래식 산하 명문 레이블 '에라토(Erato)'를 통해 18년 만의 솔로 독집 앨범 'Dream Quilter(드림 퀼터): 꿈을 누비는 자'를 지난해 발매했다. 조수미가 1990년대 에라토 레이블과 전속계약을 맺고 '온리 러브' 등 대표작을 발표한 이후, 한국계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이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매했다.

18년 만의 귀환, 에라토 레이블이 갖는 상징적 의미

이동규가 2006년 첫 솔로 앨범 '리플렉션' 이후 18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에라토는 바로크 음악의 명가로 꼽히며, 현재 워너 클래식이 관리하는 프리미엄 레이블이다. 

이동규는 "대학 1학년 때 레코드숍에서 조수미 선생님의 앨범에 달린 초록색 에라토 마크를 보고 '나도 언젠가 이 레이블에서 앨범을 내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며 "헨델의 오페라 등 바로크 작품을 담은 에라토 앨범을 수집하며 성장했기에 이번 발매가 더욱 감격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앨범은 발매 일주일 만인 2024년 8월 20일 플래티넘을 달성하며 대중적 성공도 거뒀다.  

세계가 인정한 카운터테너, 독학에서 오페라 주역까지

이동규는 한국 카운터테너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78년생인 그는 어린 시절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에서 보이 소프라노로 활동하다 변성기를 거쳤고, 1991년 15세의 나이에 홀로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을 떠났다. 5개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고3 때 영화 '파리넬리'를 보고 카운터테너의 가능성을 발견, 18세에 독학으로 입문해 밴쿠버 음악 아카데미에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후 그의 행보는 카운터테너로서 유례없는 커리어로 점철됐다. 2005년 동양인 최초로 무지카 사크라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만장일치 1위를 차지했고, 2006년 스페인 비냐스 콩쿠르에서 1위를 포함해 총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우승한 그 대회로, 이동규는 조수미의 뒤를 잇는 성과를 거뒀다. 영국 BBC 카디프 세계 성악가 대회 콘서트 부문 2위, 뉴욕 조지 런던 콩쿠르 로이드 리글러상 수상 등 굵직한 성과를 연이어 기록했다.

빈 슈타츠오퍼,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오페라단 등 세계 최정상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여성스러운 유연함과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모두 갖춘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라는 평을 받았다. 

헨델 '라다미스토', 브리튼 '한여름 밤의 꿈' 오베론 역 등 바로크부터 현대 오페라까지 종횡무진 소화하며 '바로크 음악 외의 영역도 넘나드는 특별한 카운터테너'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JTBC '팬텀싱어4'에 4인조 테너 그룹 포르테나의 멤버로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바로크부터 한국 동요까지, 음악 인생 '누비듯' 담아낸 선곡

앨범명 'Dream Quilter'는 이동규의 이니셜 'DQ'에서 출발했다. 그는 팬들과 소통할 때 '이동규 Dream'이라는 서명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조각보를 누비는 사람'을 뜻하는 Quilter를 결합했다. "조각마다 전부 하나씩 이야기가 담긴 퀼트처럼, 수록곡마다 제 삶과 이야기를 담았다"는 그의 설명처럼, 앨범은 바로크 시대부터 20세기 현대음악, 한국 동요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아우른다.

총 12곡의 수록곡은 카치니/바빌로프 '아베 마리아'로 시작해 비발디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스카를라티 '잠들어라, 전쟁의 번개여', 퍼셀 '비올을 쳐라', 헨델 '바람이여, 회오리바람이여' 등 바로크 시대 명곡들과 슈베르트 '마왕', 포레 '꿈을 꾼 후에', 드뷔시 '달빛', 비제 '하바네라', 커트 와일 '나는 여기선 이방인', 이흥렬 작곡 '섬집아기', 바흐/슈베르트 '아베 마리아'로 구성됐다.

특히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하바네라'를 카운터테너 버전으로 수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동규는 "카운터테너도 다른 음역의 성악가가 부르는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카운터테너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밝혔다. 한국 동요 '섬집아기'는 피아니스트 이루마와의 협연으로 잘 알려진 곡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해 담았다.

베를린 명문 오케스트라와의 만남, 완성도 높인 협연

이번 앨범에서 이동규와 호흡을 맞춘 다스 프라이에 오르케스터 베를린(Das Freie Orchester Berlin)은 베를린의 명문 오케스트라 전통을 잇는 앙상블이다. 신진 연주자와 정상급 연주자들이 균형 있게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이념이나 스타일의 경계 없이 연주하고 녹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라이(frei·자유)'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오케스트라의 핵심 가치는 국가 보조금과 상업 스폰서로부터의 독립이다. 이를 통해 작곡가와 긴밀히 협력하며 오직 음악의 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유를 확보했다. 원래 프로듀서 디르크 피셔가 자신의 레이블 솔레어 레코드(Solaire Records)의 전속 오케스트라로 창단했으며, 스튜디오 녹음부터 영화 사운드트랙, 상업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앨범에는 곡마다 이동규가 직접 쓴 짧은 글을 해설집에 수록해 각 작품에 얽힌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달했다. 특히 2008년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해 카치니/바빌로프 '아베 마리아'를 불렀을 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카운터테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어올린 에피소드 등이 담겨 있다.

클래식 부흥의 꿈, 한국 카운터테너계의 미래 개척

이동규는 이번 앨범을 통해 "클래식 음악으로 더 많은 팬을 끌어들이는 클래식계의 샛별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국내에서 카운터테너의 영역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다"며 "후배들이 저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18년 만의 솔로 앨범이지만, 그 사이 그는 칸타타와 오페라 음반에 꾸준히 참여하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예전 음반을 들어보니 '그때는 내가 어렸구나' 싶었다"며 "이번 음반에는 더 성숙해진 제 목소리가 담겨 있다"고 자신했다. 앞으로 한국 오페라 무대에 서고 직접 오페라를 연출하는 꿈도 품고 있다.

'드림 퀼터'는 단순한 음반을 넘어 한국 카운터테너가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이룬 성취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학으로 시작해 세계 최정상 무대를 누비고, 명문 레이블에서 꿈의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이동규가 누벼온 꿈의 조각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퀼트로 완성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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