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S/S 서울패션위크] 시간이 남긴 흔적 위에 세운 우아함, 리이(RE RHEE)가 그린 '남겨진 것들의 가치'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02 07:14:50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7 S/S 서울패션위크' 리이(RE RHEE) 컬렉션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시즌 리이가 내건 주제는 '남겨진 것들의 가치'. 시간의 흔적과 세월을 견디며 깊어진 아름다움을 조명하겠다는 브랜드의 메시지가 절제된 실루엣과 빛바랜 색감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빛바랜 팔레트, 시간을 입은 컬러
이번 컬렉션을 관통한 가장 큰 인상은 색이었다. 아이보리, 그레이, 카키, 모브(mauve) 등 채도를 낮춘 뮤트한 톤이 룩마다 반복되며 무대 전체를 하나의 정서로 묶어냈다.
화려하게 선명한 색 대신 오래 입은 옷처럼 자연스럽게 바랜 듯한 컬러들은, 시간이 지나며 깊어지는 아름다움이라는 이번 시즌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전달하는 장치였다.
남성복 라인의 카키 트렌치코트와 여성복의 그레이·베이지 톤 슈트 룩이 서로 다른 실루엣 안에서도 같은 색의 언어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해체된 테일러링, 정제와 흐트러짐의 공존
리이 특유의 정제된 테일러링은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무대의 중심을 잡았지만, 그 안에는 의도적인 흐트러짐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를 어깨에 반쯤 걸치듯 늘어뜨린 룩, 셔츠와 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룩, 클래식한 재킷 속에 시스루 이너를 겹쳐 입어 절제와 노출이 공존하게 만든 룩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러한 해체적 디테일은 완벽하게 다림질된 새 옷이 아니라, 오랜 시간 몸에 맞춰 길들여진 옷처럼 자연스러운 주름과 흐름을 남겼다. 정제된 테일러링에 의도적으로 남겨진 주름과 해체적 요소를 더한다는 이번 시즌 콘셉트가 그대로 구현된 지점이다.
레이어링과 소재의 대비, 섬세하게 쌓아 올린 질감
시폰처럼 하늘거리는 소재와 매끈한 레더, 뻣뻣한 울 소재가 한 룩 안에서 겹겹이 레이어링되며 서로 다른 질감의 대비를 만들어냈다.
크롭한 홀터넥 톱과 로우라이즈 스커트, 스트랩과 버클로 여민 블랙 레더 룩, 시스루 프린트 셔츠 위에 걸친 무광 트렌치코트까지 모두 절제된 색과 실루엣 안에서 소재의 감각적인 교차를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과장 없이도 시선을 끄는 이 같은 레이어링은,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대체 불가능한 핵심만을 남긴다는 리이의 오랜 디자인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다시 나를 찾다', 절제 속에서 완성된 우아함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만난 이준복·주현정 두 디자이너가 2019년 론칭한 리이는 '다시 나를 찾다'라는 철학 아래, 맥시멀한 요소를 덜어내고 하나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디자인을 추구해왔다.
이번 '남겨진 것들의 가치' 컬렉션은 이 철학을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확장한 무대였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시대 속에서도 대체되지 않는 가치를 탐구하겠다는 브랜드의 메시지는, 빛바랜 컬러와 해체적 주름, 섬세한 레이어링이 어우러진 이번 런웨이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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