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S/S 서울패션위크] 심해에서 건져 올린 미래 — 키모우이(KIMOUI)가 그린 2027 봄과 여름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07 05:12:14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5일 서울 중국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7 S/S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키모우이(KIMOUI)가 올랐다.
런웨이는 짙은 남색과 흰색을 축으로, 그 사이사이에 은빛 금속과 청록빛 한 점이 스며든 팔레트로 채워졌다. 화려한 색보다 빛의 반사와 투명도로 계절감을 말하는 무대였다.
비치는 층위, 감춰지지 않는 살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겹겹이 쌓인 반투명 소재였다. 얇은 니트, 비치는 오간자, PVC에 가까운 광택 원단이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투과시켰고, 그 위로 크롭 상의나 브라렛이 덧대어지며 레이어의 깊이를 만들었다.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진 이 옷들은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얻었고, 젖은 듯 붙인 헤어와 창백한 메이크업이 더해지며 마치 물속에서 막 건져 올린 듯한 인상을 완성했다.
입을 가린 은빛 오브제
반복적으로 등장한 금속 입가리개는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도발적인 장치였다. 말을 삼킨 듯한 이 오브제는 인체의 일부를 기계적 사물로 대체하며, 자연과 기술이 뒤섞인 낯선 신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크로셰의 손맛과 금속의 차가움이 한 얼굴 위에서 충돌하는 순간, 컬렉션은 손으로 짠 옷과 인공물 사이의 긴장을 시각적 메시지로 던진 셈이다.
버려진 것에서 태어난 반짝임
런웨이 후반부에 등장한, 음료수 캔 고리를 엮어 만든 드레스는 이번 무대의 정점이었다. 무수한 금속 고리가 살에 닿을 듯 늘어지며 만든 프린지는 해파리의 촉수를 연상시켰고, 버려진 산업 부산물이 몸을 감싸는 장신구로 재탄생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선언처럼 읽혔다. 초반의 크로셰, 니트, 시스루 원단들이 손의 노동을 보여줬다면, 이 마지막 옷은 재료의 순환을 보여준 셈이다.
균질함으로 닫힌 무대
쇼의 마지막은 흰색으로 통일된 그룹 워킹으로 마무리됐다. 크로셰 브라와 스커트, 오버사이즈 셔츠, 시스루 롱드레스가 한데 섞여 걸으며 컬렉션 전체를 지배했던 어둡고 습한 무드를 밝은 톤으로 정리했다. 심해에서 시작한 여정이 결국 표면 위, 빛이 닿는 자리로 올라오는 구성으로 읽힌다.
디자이너 김대성이 이끄는 키모우이는 니트웨어를 핵심 언어로 삼아온 유니섹스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이번 시즌 역시 손으로 짜는 공정과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면서도, 심해 생태계와 미래적 감각을 겹쳐 놓은 세계관을 제시했다.
자연에서 온 유기적 형태와 인공적인 금속 오브제가 한 몸 위에서 공존하는 방식은, 순수함을 지향하되 그것을 단순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재료와 형태의 실험으로 확장하려는 태도로 읽힌다. 버려진 것을 다시 아름다움으로 되돌리는 감각이, 이번 컬렉션이 남긴 가장 설득력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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