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S/S 서울패션위크] 통제된 과잉, 어둠이 걸어 나오다 — 바로크(BAROQUE)가 그린 2027 S/S 남성복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07 04:51:16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7 S/S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다크웨어 브랜드 바로크(BAROQUE)가 올랐다.
런웨이를 채운 건 오직 무채색, 그리고 조명을 받아 만들어낸 무수한 명암의 편차였다. 화려함을 밀어내고 절제를 택한 자리에서, 오히려 더 짙은 존재감이 뿜어져 나왔다.
가죽이 말하는 두 표정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소재 표면이 만드는 대비였다. 라이더 재킷류는 매끈히 광이 도는 가죽에 지퍼와 버클을 앞세워 절제된 관능을 드러낸 반면, 롱코트와 오버사이즈 아우터는 구김이 그대로 남은 표면으로 인위성을 걷어냈다.
정제된 광택과 방치된 듯한 구김이 한 무대 위에서 나란히 걸어 나오는 장면은, 다듬어진 것과 다듬어지지 않은 것 사이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압축한 결과로 읽힌다.
열린 지퍼, 드러난 살결
런웨이를 관통한 또 다른 문법은 '열림'이었다. 다수의 모델이 지퍼를 끝까지 올리지 않은 채 맨몸을 드러냈다. 완성된 옷이라기보다 막 걸치거나 벗어던지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한 이 연출은, 단정함 대신 퇴폐적 나른함에 방점을 찍는다. 젖은 듯 눌러 붙인 헤어스타일과 무표정한 시선, 짙게 깔린 안개와 역광 조명까지 더해지며 무대 전체가 하나의 정지된 장면처럼 조율됐다.
실루엣의 두 갈래 길
하의로 눈을 돌리면 또 다른 대비가 발견된다. 발목에서 툭 떨어지는 루즈핏 팬츠와 카고 반바지는 워크웨어의 실용성을 끌어오면서도,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몸의 선을 지워냈다. 여기에 캐스팅의 폭도 눈에 띈다. 젊은 남성 모델들 사이로 중년 여성 모델이 자연스럽게 섞여 걸었다는 점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다크웨어가 특정 연령이나 성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무언의 선언처럼 다가온다.
경계를 조율하는 감각
결국 이번 무대가 보여준 것은 강렬함을 그대로 쏟아내는 대신,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 멈출지를 세심히 계산한 균형 감각이었다. 광택과 구김, 노출과 은폐, 실용과 과장이 한 컬렉션 안에서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정교한 편집의 결과로 보인다.
바로크는 무채색을 바탕으로 유행이나 세대에 구애받지 않는 다크웨어 언어를 구축해 온 브랜드다. 디자이너 이도연이 신진 디자이너 무대에서 출발해 정규 컬렉션으로 성장해온 행보 속에서, 화려함의 이면에 자리한 어둠과 절제의 미학을 꾸준히 탐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이번 컬렉션이 보여준 것은 어둠을 더 짙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그 어둠 안에서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거둬들일지를 가늠하는 한층 성숙해진 시선이었다. 과잉과 절제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낸 것, 그것이 이번 무대가 남긴 가장 뚜렷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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