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야수파 거장 모리스 드 블라맹크, 'Paysage de Borde de Riviere(강변 풍경)'로 본 색채 혁명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22 02:11:02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모리스 드 블라맹크(Maurice de Vlaminck, 1876-1958)의 'Paysage de Borde de Riviere(강변 풍경)'는 20세기 초 야수파(Fauvism) 운동의 혁명적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1905년 파리 살롱 도톤(Salon d'Automne)에서 시작된 야수파 운동은 전통적인 자연주의 색채 개념을 거부하고, 화가의 내면적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과감한 원색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블라맹크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앙드레 드랭(Andre Derain)과 함께 야수파의 3대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특히 가장 급진적이고 본능적인 색채 실험을 시도한 화가로 기록된다. 미술 평론가들은 그를 "순수한 감정의 화가"로 규정하며, 인상주의 이후 정체되었던 프랑스 회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인물로 평가한다.
야수파라는 명칭은 1905년 비평가 루이 보셀(Louis Vauxcelles)이 전시장에서 "마치 야수들에 둘러싸인 듯하다(Donatello chez les fauves)"고 평한 데서 유래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일 만큼 강렬하고 비현실적인 색채 사용을 빗댄 표현이었다.
블라맹크는 야수파 화가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이고 격정적인 작업 방식을 보여줬다. 그는 "나는 튜브에서 짜낸 물감으로 태양을 불태우고 싶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이는 그의 예술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오히려 그 점을 강점으로 삼아 순수한 본능과 감정에 충실한 작품을 창조했다.
그의 화풍은 반 고흐의 영향을 받았지만, 더욱 거칠고 역동적인 붓터치와 극도로 과장된 색채 대비가 특징이다. 청색, 녹색, 황색을 대담하게 병치시키며 자연을 재해석했고, 두꺼운 임파스토(impasto) 기법으로 물감의 물질성을 강조했다.
블라맹크의 예술적 기여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된다. 첫째, 색채의 독립성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그는 색채가 대상을 묘사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임을 증명했다. 둘째, 표현주의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다. 야수파 이후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은 블라맹크의 감정적 색채 사용에서 영감을 받았다.
셋째, 순수한 본능의 중요성을 재발견했다. 아카데믹한 훈련 없이도 위대한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며, 20세기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의 선구적 사례가 되었다. 미술사가들은 블라맹크가 없었다면 야수파는 훨씬 온건한 운동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작품은 강변의 풍경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양쪽에 늘어선 나무들 사이로 하늘과 물이 보이는 구도를 취한다.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강렬한 청색과 회색 계열의 하늘과 물,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진한 갈색의 집과 검은색의 나무 실루엣이다. 오른쪽 전경의 밝은 녹색과 황색 패치는 들판을 암시하며 색채적 균형을 이룬다.
블라맹크 특유의 거칠고 역동적인 붓터치가 두드러진다. 하늘은 소용돌이치듯 휘몰아치는 붓질로 표현되어 움직임과 에너지를 전달하며, 나무들은 빠르고 과감한 스트로크로 단순화되어 있다.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린 임파스토 기법은 그림에 조각적 질감을 부여한다.
색채는 자연의 실제 색상과는 거리가 멀다. 청색은 과도하게 강렬하고, 녹색은 형광빛에 가깝다. 이는 블라맹크가 "자연을 보는 대로가 아니라 느끼는 대로" 그렸음을 보여준다. 원근법은 의도적으로 평면화되어 있으며, 이는 일본 판화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블라맹크의 작품은 현대 미술 시장에서 꾸준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야수파 시기(1900-1907)의 작품들은 특히 높은 평가를 받으며, 주요 경매에서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22년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야수파 시기 풍경화가 약 700만 달러(약 92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Paysage de Borde de Riviere'와 같은 강변 풍경 시리즈는 블라맹크의 대표 주제 중 하나로, 컬렉터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야수파 작품이 20세기 모더니즘의 핵심 자산으로서 지속적인 투자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작품의 진위성(provenance), 전시 이력, 출판 기록 등이 가치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블라맹크 작품은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모던 등이 대표적이다.
미술 컨설턴트들은 야수파 작품이 인상주의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블라맹크처럼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시장 가격이 마티스나 피카소에 비해 접근 가능한 수준인 작가들의 작품은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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