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슬라바는 20세기 첼로의 거장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의 애칭이다. 2007년 크론베르크 첼로 페스티벌에서 녹음된 'Celebrating Slava! - In Remembrance of Mstislav Rostropovich'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를 기리는 기념비적 음반이다. 프로필 레이블의 귄터 헨슬러 에디션으로 제작된 이 4CD 세트는 로스트로포비치가 위촉하거나 초연한 27개 작품을 담았다.
이 음반의 가치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선다. 데이비드 게링가스, 나탈리아 구트만, 린 해럴, 기돈 크레머, 미샤 마이스키, 미클로시 페레니 등 현대 최고의 첼리스트들이 참여해 로스트로포비치가 개척한 레퍼토리를 재조명했다.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협연은 음반의 완성도를 높였다.
수록곡은 20세기 첼로 음악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월튼의 첼로 협주곡, 브리튼의 첼로 모음곡,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프로코피예프의 첼로 소나타 등 로스트로포비치의 예술적 유산이 총망라됐다. 특히 슈니트케, 칸첼리, 셰드린 등 구소련 작곡가들의 작품은 로스트로포비치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음악들이다.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는 첼로 연주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그의 연주는 압도적인 기교와 폭넓은 다이내믹, 깊은 서정성이 특징이었다.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전 시대를 아우르는 레퍼토리로 첼로를 독주 악기의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브리튼 등 20세기 거장들이 그를 위해 협주곡을 작곡했고, 100곡이 넘는 작품을 초연하며 현대음악 확산에 기여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해석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작곡가와의 직접적 교류에서 비롯됐다. 쇼스타코비치와의 긴밀한 관계는 러시아 음악 해석에 권위를 부여했고, 브리튼과의 협업은 영국 첼로 레퍼토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로맨틱한 감성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구현하는 능력은 후대 첼리스트들의 모델이 됐다.
음악가를 넘어 인권운동가로서의 면모도 주목할 만하다. 1970년대 소련에서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을 옹호해 해외로 추방됐고,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현장에서 연주하며 자유의 상징이 됐다. 예술과 양심을 결합한 삶은 그의 음악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 음반은 로스트로포비치의 유산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가 개척한 레퍼토리를 현대 거장들이 자신들의 해석으로 재현하며 20세기 첼로 음악의 생명력을 증명했다. 총 264분에 달하는 연주는 한 예술가가 음악사에 남긴 족적의 크기를 가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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