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지난 17일 임오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정당한 보상' 법안에 대해 공식 환영 성명을 냈다. DGK는 이번 개정안이 감독과 작가의 권리를 작품의 긴 생애와 연결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평가했다.
"이미 세계는 발견했다, 이제 법과 제도가 발견할 차례"
DGK는 닷새 전 발표한 '뤼미에르 선언' 관련 성명을 언급하며 이번 개정안을 그 후속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세계의 관객은 한국의 창작자를 발견했으니, 이제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가 그 창작자를 발견할 차례라는 것이 당시 성명의 요지였다.
DGK는 지난 7일 프랑스 생폴드방스에서 한국이 공동의장국으로서 채택한 두 개의 선언에도 주목했다. 이재명 정부는 영화·영상의 미래와 인공지능 시대 문화적 거버넌스에 관한 선언을 세계와 함께 채택하고, 향후 5년간 5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DGK는 이를 두고 한국이 "규칙을 받아 적는 나라"에서 "함께 쓰는 나라"로 옮겨 앉은 장면이라고 표현하며, 이번 개정안을 그 국제적 약속을 국내법으로 옮기는 "첫 번째 번역"이라고 규정했다.
"잔상이 끊기면 영화는 멈춘다"
성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창작자의 삶을 영화의 원리에 빗댄 부분이다. DGK는 영화가 1초 24장의 정지 사진이 눈의 잔상으로 이어져 움직임이 되는 원리를 설명하며, 작품이 살아 있는 동안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몫이 바로 그 "잔상"이라고 밝혔다. 이 잔상이 끊기면 한국 영화는 이어지는 흐름이 아니라 "한 번 빛났다 사라지는 정지 사진들의 목록"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DGK는 현재 이름이 알려진 감독들조차 다음 작품을 기약하지 못하고, 첫 영화를 만든 신인 감독들이 두 번째 영화를 찍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나는 현실을 지적했다. 조합은 이 법을 기다려온 절박함이 더 갖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다음 컷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었다고 밝혔다.
제작자와의 상생 강조…"기둥이 아니라 들보"
DGK는 이번 개정안이 산업 구조 자체를 흔드는 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상저작물 이용 편의를 위한 현행 저작권법 제100조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며, 법 시행 전 체결된 계약의 효력도 그대로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보상 규모 역시 창작자 단체와 제작자, 사업자가 매년 협의해 정하도록 했으며, 공적 기준은 협의가 끝내 결렬될 때만 개입하는 보완적 장치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송·재송신, OTT 등 작품이 실제로 관객에게 도달해 수익이 발생하는 지점의 사업자가 직접 보상 의무를 지도록 했으며, 계약의 준거법을 해외로 정하는 방식으로 이 의무를 회피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DGK는 제작자를 "가장 오랜 동반자"로 칭하며, 이 법이 대립이 아니라 "같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그 영화의 긴 생애를 함께 책임지자는 제안"으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명하지 않으면 영화가 없는" 신인을 위한 조항
개정안에는 보상받을 권리를 사전에 포기하거나 양도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DGK는 이를 두고 계약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이름난 감독은 계약서에 조건을 더할 수 있는 반면 데뷔를 앞둔 신인에게는 그런 협상력이 없다는 현실을 짚었다. 서명하지 않으면 영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에서, 이 조항이 협상력이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국회·정부·산업계에 동시 요청
DGK는 이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처리되지 못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지난해 6월 여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가 공동 주최한 공청회에서 그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독·작가·배우·독립PD 등이 '창작자 연대'를 이뤄 이 문제에 대응해온 점도 강조했다.
DGK는 국회에는 법안이 다시 장기 표류에 빠지지 않도록 신속한 심사를, 정부에는 창작자 단체 요건과 정보 제공 방식을 정할 하위 법령의 실효성 있는 설계를, 제작자·플랫폼 업계에는 법 완성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 협의 테이블에 앉아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은 "권리는 책임과 함께 온다"며, 보상의 산정과 분배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책임 있는 권리 단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DGK는 성명 말미에 "이름만 남고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던 크레딧의 시대를 닫고, 그 이름을 따라 작품의 삶이 돌아오는 시대를 열자"고 밝히며 성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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