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4000년 전 비극적 사랑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조 클로드 고테로의 '피라모와 티스베'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0-08 22:05:18

갈라진 벽 틈으로 속삭인 사랑, 오해로 인한 동반 자살로 비극 맞아 피에르-클로드 고테로의 피라모와 티스베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4000년 전 고대 바빌론 시대, 서로 이웃해 살던 연인 피라모와 티스베의 이야기는 인류 최초의 비극적 러브스토리로 알려져 있다.

건조한 기후 탓에 벽돌집이 많았던 고대 오리엔트 지역에서 두 사람은 바로 이웃이었다. 하지만 집안 간 극심한 반목으로 만남이 어려웠던 이들은 갈라진 벽돌 틈 사이로 매일 속삭이며 사랑을 키워갔다.
 
결국 두 사람은 부모를 피해 도망가기로 결심했다. 만날 장소는 세미라미스 여왕의 남편인 니누스 왕의 무덤. 이른 새벽, 티스베가 베일을 쓰고 먼저 도착해 뽕나무 아래서 피라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입가에 피를 묻힌 암사자가 나타났다. 놀란 티스베는 근처 동굴로 몸을 피했지만 베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자는 베일을 물고 흔들어댔고, 먹잇감이 아님을 알고 베일을 버린 채 사라졌다.
 
무서움에 동굴에 숨어있던 티스베. 뒤늦게 도착한 피라모의 눈에 보인 것은 피로 물든 베일과 사자 발자국뿐이었다. 티스베가 사자에게 죽었다고 생각한 피라모는 자책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자의 기척이 사라진 후 동굴 밖으로 나온 티스베는 쓰러진 피라모의 시체를 발견했다. 피라모의 손에 꼭 쥐어진 피 묻은 자신의 베일을 보고 상황을 깨달은 티스베 역시 같은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사람이 흘린 피는 하얀 뽕나무를 적셨고, 이후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검붉은 색을 띠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애틋한 이야기는 4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에 차용되었고, 세익스피어는 이를 바탕으로 불멸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의 '춘향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고구려 안장왕과 한주의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는 설이 있다. 신분의 차이와 정치적 대립을 넘어선 사랑이라는 점에서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한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클로드 고테로 (Pierre-Claude Gautherot, 1769-1825)는 이 비극적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 그림 속 피라모스는 정신을 잃은 채 고개가 젖혀져 있고, 티스베는 칼을 자신의 가슴에 향한 채 슬픈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 

성급함이 부른 비극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죽음마저 하찮게 여길 만큼 깊었던 두 사람의 사랑은 4000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에게 영원한 사랑의 원형으로 기억되고 있다. 

화가 피에르-클로드 고테로는 보통 '클로드 고테로(Claude Gautherot)' 또는 '피에르 고테로(Pierre Gautherot)'로 불린다. 1769년 파리에서 태어나 1825년 같은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고테로는 신고전주의의 거장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의 제자였다. 스승과의 우정으로 인해 프랑스 혁명의 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고테로는 디자인 학교를 열어 많은 저명한 예술가들을 가르쳤다. 그의 지도 아래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수학했다. 그의 가장 중요한 작품은 '아우크스부르크의 레흐 다리에서 군대에게 연설하는 나폴레옹(Napoleon haranguing his troops on the Bridge of the Lech at Augsburg)'으로, 현재 베르사유 궁전에 소장되어 있다.  

고테로는 화가이자 조각가로도 활동했다. 그는 스승 다비드의 화풍을 계승하여 전아한 고전주의 양식을 추구했으며, 나폴레옹과 함께 원정에 참가하여 그의 모습을 연작으로 남겼다. 신화적 주제도 즐겨 다루었는데, '피라모와 티스베'는 그의 대표적인 신화 소재 작품 중 하나다.
 
고테로는 신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특히 나폴레옹 시대의 역사적 순간들을 기록한 중요한 예술가다. 그의 작품들은 19세기 초 프랑스의 정치적·문화적 격동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되고 있다.

한편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반 레이블 하르모니아 문디는 바로크 시대의 거장 독일의 아돌프 하세의 동명의 오페라를 올해 음반으로 출시해 커다란 화제를 일으켰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