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역사 '하겐 콰르텟' 9년 만에 내한공연…은퇴 전 마지막 한국 무대 될 듯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0-05 16:38:33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현역 최고의 현악 4중주단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하겐 콰르텟이 9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2026년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이번 공연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1일 클래식 공연기획사 목프로덕션에 따르면, 하겐 콰르텟은 11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2016년 내한 이후 9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사중주 제16번(Op. 135), 서거 80주년을 맞이한 오스트리아 작곡가 베베른의 '현악사중주를 위한 5개의 악장(Op. 5)'과 '현악사중주를 위한 6개의 바가텔(Op. 9)', 그리고 슈베르트의 걸작 '죽음과 소녀'(D.810)를 연주할 예정이다.
목프로덕션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콰르텟 연주자로서 자신들의 연주 인생을 회고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며 "은퇴 전 마지막 한국 무대가 될 수도 있는 하겐 콰르텟 공연은 실내악 팬들에게 뜻깊은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겐 콰르텟은 1981년 오스트리아 음악 명문가인 하겐 가(家)의 네 형제가 창단한 현악 4중주단이다. 현재 단원은 루카스 하겐(바이올린), 라이너 슈미트(바이올린), 베로니카 하겐(비올라), 클레멘스 하겐(첼로)로 구성돼 있다. 라이너 슈미트만 하겐 가문 출신이 아니지만, 1987년부터 이들 남매와 함께 견고한 앙상블을 유지하고 있다.
198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 이후 하겐 콰르텟은 빠르게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창단 초반부터 각종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2012-2013 시즌에는 뉴욕, 도쿄, 파리, 런던, 잘츠부르크, 빈에서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 연주회를 개최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과거 파가니니 콰르텟, 클리블랜드 현악 4중주단, 도쿄 현악 4중주단이 연주했던 네 대의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 악기로 연주하기도 했다.
하겐 콰르텟은 창단 초기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어 20년간 약 45장의 음반을 녹음했다. 고전 레퍼토리에서 리게티, 루토슬라브스키, 쿠르탁에 이르는 현대 음악까지 한곳에 치우침 없이 균형 잡힌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2006년에는 모차르트 현악 4중주 전곡 녹음을 발매했으며,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 녹음 프로젝트도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는 음반 레이블 미리오스 클래식스(myrios classics)와 협력하며 새로운 녹음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협연 아티스트로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죄르지 쿠르탁, 마우리치오 폴리니, 미츠코 우치다, 크리스티안 치메르만, 하인리히 쉬프, 예르크 비트만 등이 있다.
하겐 콰르텟은 45년간 탁월한 앙상블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다수 받았다. 2019년에는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프라이즈를 수상했으며, 2011년 에코 클래식 올해의 앙상블 상, 2012년 빈 콘체르트하우스 명예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겐 콰르텟은 2025-2026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2025-2026 시즌에는 여러 차례의 고별 연주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2026년 6월 16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와 15번을 연주하며 고향 무대에 작별을 고할 예정이다.
단원들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과 바젤 음악대학에서 교수 및 멘토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써왔다. 은퇴 후에도 교육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45년간 세계 실내악계를 이끌어온 하겐 콰르텟의 마지막 한국 공연은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 역사적인 순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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