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집중분석] '상자 속의 양'②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는 찍히지 않은 부분이 더 중요…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봐달라"
이여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6-07 12:47:25
[K라이프저니|이여름 기자] 영화 '상자 속의 양'으로 4일 서울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출발점부터 연출 철학, 배우에 대한 신뢰까지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중국의 AI 부활 비즈니스에서 시작된 착상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화를 착상하게 된 것이 약 2년 전이라고 밝혔다. "생성형 AI가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비즈니스가 중국에서 굉장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고, 상하이에 갈 일이 있어 그 비즈니스를 하는 사장님을 직접 만나 핸드폰 속에 담긴 고인의 영상과 사진을 AI가 재현한 결과물을 보게 되었다"며 "그것이 이 영화의 스타트 지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와 건축의 공통점, 보이지 않는 공간의 중요성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건축가 캐릭터에 대해 감독은 실제 일본의 건축가 요시자카 유타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분의 책에서 건축은 무언가를 짓는 것이지만, 보이지 않는 장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읽었는데, 영화에서 배우가 공간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가를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작업과 굉장히 닮아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공통점이 건축이라는 소재를 영화에 끌어들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배우에게 디렉팅한다는 단어 자체가 내게는 없다"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에서의 연출 방식에 대해 "배우에게 디렉팅이나 지도를 한다는 단어 자체가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배우들이 대기 시간에 서로 대화를 나누고 연습하는 동안 분위기가 무르익는 순간을 포착해 카메라를 돌린다고 했다. 아야세 하루카와의 작업에 대해서는 "10년 만에 다시 함께 일을 했는데, 한 적이 없었던 감정의 표현을 해보자라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며 "10년 동안 서로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이질적 존재의 공존이 곧 가족의 본질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공존에 대한 결론을 묻는 질문에 감독은 "이질적인 두 존재가 함께하는 것은 부부 관계와도 굉장히 닮아 있다"고 답했다. 아이를 잃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후회하는 부부가 같은 공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도 자체가, 영화가 말하는 공존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감독은 마무리 발언에서 "영화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지지만, 찍히지 않은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여러분들께서 영화 속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상상을 많이 하시면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상자 속의 양'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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