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 "복 받은 감독, 유해진-박지훈 부자 같은 케미"

이여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22 11:25:20

역사의 행간 채운 감동 사극… "한 인간의 시간 함께 걸어본 느낌으로" 장항준 감독.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이여름 기자] '리바운드', '더 킬러스'로 대중과 평단의 신뢰를 얻은 장항준 감독이 신작 '왕과 사는 남자'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점에서 열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과 장항준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복을 받은 감독"… 배우들에게 전한 감사

이날 장항준 감독은 작품 공개를 앞둔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시험을 끝내고 채점을 기다리는 기분"이라며 긴장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참 복이 많은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 감독은 "나는 현장에서도 그렇고, 내가 정말 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인기를 떠나서 얼마나 캐릭터와 잘 어울릴지와 연기력만을 봤는데 현장에서 너무 감탄했다"며 "정말 연기력 하나를 봤다. 인기도 이런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캐릭터의 싱크로율과 연기력을 봤는데 편집하면서도 정말 캐스팅이 잘 됐구나 느꼈다.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해진과 박지훈의 앙상블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 감독은 "두 분이 일상에서 현실에서도 영월에서 합숙을 하다시피 있었는데 현실에서도 유해진 씨와 박지훈 씨는 부자관계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로 아끼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게 눈에 보여서 정말 '내가 복 받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이 서로 마음을 열고 임해주니 그게 영화에도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유해진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

유해진의 엄흥도 역 캐스팅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부터 엄흥도는 유해진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인간적인 온기와 삶의 결이 묻어나는 얼굴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 쓰면서 무의식적으로 유해진 씨 떠오르면서 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가 생각하는 엄흥도란 사람의 인간적 면모와 정감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처음부터 유해진 씨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유해진 씨가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대본에 생명력을 잘 불어넣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본을 건네며 많이 떨렸는데, 흔쾌히 '하고 싶다'고 답해줘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달한 후에 유해진이 '하고 싶다'고 승낙해 줘서 제작진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 회상했다. "캐스팅 수락하셨을 때도 너무 저를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단종 역 박지훈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약한영웅'이란 드라마를 보라는 추천을 받아 봤었는데 그걸 보고 나서 '이 배우가 단종을 하면 좋겠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에는 박지훈이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그렇게 뚜렷하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박지훈 씨가 그 이후에 글로벌 스타가 돼 기분이 좋다"고 유쾌하게 캐스팅 배경을 회상했다.

역사의 행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다

장항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의 경계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며 여러 역사학자의 자문을 받았다.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 상상할 수 있는 지점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실록에 남아 있는 문장들은 짧지만, 그 사이의 공백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행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엄흥도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실록에는 '노산군(단종)이 돌아가셨을 때 엄흥도가 슬퍼하며 곡을 하고 시신을 수습한 뒤 숨어 살았다'는 정도만 기록돼 있다. 그 짧은 문장 속 감정을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이 영화가 거창한 교훈을 주기보다는, 한 인간의 시간을 함께 걸어본 느낌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작품의 지향점을 밝혔다. 이어 "간절히 손익분기점을 넘어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밀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무해함과 따뜻함으로 완성한 필모그래피

장항준 감독은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시작으로 '기억의 밤', '오픈 더 도어', '더 킬러스', '리바운드' 등을 연출하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2023년 개봉한 '리바운드'는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로, 장항준 감독 특유의 무해함과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장 감독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계의 소중함을 담아내는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2024년 개봉한 '더 킬러스'에서는 장르 영화에 도전하며 연출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액션과 스릴러 장르 속에서도 인간 군상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장 감독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장항준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김민을 '리바운드', '더 킬러스'에 이어 '왕과 사는 남자'까지 세 작품 연속 캐스팅한 것도 배우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보여주는 사례다. 안재홍 역시 '리바운드'에서 인연을 맺은 뒤 이번 작품에 특별 출연으로 화답했다.

역사극에 불어넣은 장항준표 온기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본격 역사극이다.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박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12세의 나이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에게 권좌를 빼앗긴 뒤 청령포로 유배돼 1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단종의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계유정난 전후의 정치적 격변보다는 왕좌에서 밀려난 이후, 한 인간으로 살아간 단종의 마지막 여정에 주목한다.

장 감독은 화려한 궁궐이나 치열한 정치의 현장을 과감히 비켜서, 산골 마을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했다. 유배지 광천골에서 단종은 더 이상 왕이 아닌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 그를 감시하고 보살피는 촌장 엄흥도,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과의 일상에서 단종은 처음으로 명령이 아닌 선택, 권력이 아닌 관계를 경험한다.

이는 장항준 감독이 그간 작품들을 통해 일관되게 보여온 '관계'에 대한 천착과 맞닿아 있다. 권력과 정치를 넘어선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관계, 유배지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왕과 신하, 권력과 백성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하루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장항준 감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충무로 마당발의 화려한 캐스팅

장항준 감독의 또 다른 강점은 '충무로 마당발'다운 화려한 캐스팅이다. 이번 작품에는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금성대군 역의 이준혁은 단종의 복위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극에 존재감을 더했다. 장 감독은 "금성대군은 실현되지 못한 정의를 품은 인물이다. 왕족의 기품과 이상을 동시에 표현할 배우가 필요했고, 이준혁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재홍에 대해서는 "특별 출연을 부탁하자 고민도 하지 않고 노루골 촌장 역할을 선택하더라. 유해진과는 또 다른 색의 촌장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계의 밀알이 되기를

장항준 감독은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간절히 손익분기점을 넘어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밀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그의 말에는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묻어났다.

'왕과 사는 남자'는 정치극이 아닌 관계극을 택한 사극이고, 비정함 속에서도 착하고 따뜻하다. 장항준 감독 특유의 무해함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역사극이라는 장르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바운드', '더 킬러스', '오픈 더 도어', '기억의 밤'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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