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영화 '굿뉴스'서 정체불명 '아무개' 변신..."다른 인물과 섞이지 않게 의도"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0-15 09:28:22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 호흡, "대본 보기 전에 출연 결정"
"묘하고 어려운 캐릭터...말투·외형·행동 일부러 과장했다"
설경구가 영화 '굿뉴스' 제작보고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여름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모두 베일에 싸인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로 변신한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굿뉴스' 제작보고회에서 설경구는 자신이 연기한 '아무개' 캐릭터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는 "이번에도 변 감독을 믿었다. 대본을 보기도 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본을 받아든 순간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이) 대본을 던져주고 '하시죠?'라고 해서 우선 하겠다고 했다. 근데 이름도 '아무개'고, 대본 보고 조금 당황스러웠다"며 "그 시대에 있었던 인물이 아니고, 툭 던져놓은 인물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본을 몇 번 읽어도 다른 인물과 섞이지 않더라. 감독님한테 물었더니 일단 섞이지 말아보자고 했다. 묘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캐릭터였다"고 고백했다.
 
'아무개'는 이름도, 출신도 베일에 싸인 정체불명의 해결사다. 비상한 머리와 빠른 임기응변, 유연한 대처 능력으로 암암리에 나라의 대소사를 해결하는 인물이다.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한 존재로, 1970년대 비행기 납치 사건을 둘러싼 수상한 작전의 핵심 기획자다.

설경구는 '아무개' 캐릭터에 대해 "전체적인 모습도 권력자들과 섞이면서도 섞이지 않고, 결국엔 소비되고, 없어져 버리는, 그러나 단지 이름 석 자 받고 싶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존 인물이 아닌 만큼, 완전히 처음부터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했다. 설경구는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인물이기에 변성현 감독과 오랜 논의 끝에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무개'가 다른 등장인물들과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인물들과 섞이지 않게 의도했다. 말투, 외형, 행동 등을 일부러 과장했다"고 강조했다.

캐릭터의 외형에도 많은 고민이 들어갔다. 설경구는 "점이 원래 세 개였는데 하나로 뺐다. 모자를 씌운 것도 더 이질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체중 조절도 감행했다. 설경구는 "외형적으로 의상 피팅할 때 살을 많이 뺐다. 근데 더 빼면 안 된다고 해서 거기서 좀 더 찌웠던 기억이 난다"며 "날카롭고 분석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다. 매일 줄넘기를 뛰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하면 다른 인물과 섞이지 않을지 고민했다"며 캐릭터 완성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와의 재회에 대해 "아무래도 고민이 있었다"면서 "고민을 하다가 '아무개' 캐릭터를 쓰면서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변 감독은 "배우 설경구의 다른 모습과 매력을 끄집어내고 싶었다"며 "경구 선배님이 '불한당' 이후 계속 슈트 차림으로 나오는데 그게 꼴 보기 싫었다. 실제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예전 작품들을 찾아보며 캐릭터 연구를 했다. 꺼낼 얼굴과 매력이 더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변 감독은 또한 "테스트 촬영 때 설경구 배우께 한 번 걸어봐 달라고 했는데 몇 걸음 걷는 걸 보는 순간 저도 '됐다!'라고 생각했다"며 배우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전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를 "완벽히 구겼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존의 세련되고 샤프한 이미지가 아닌, 허름한 외투와 캐주얼한 모자를 걸친 구부정한 모습의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과의 네 번째 작업에 대해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같이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한 네 가지 이야기가 다 달랐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꾸밀지 궁금했다. 변성현 감독과의 작업은 늘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네 작품을 변성현 감독과 하게 된 것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 '좋아해서요'라고 했다가 고백 기사가 났다. 그리고 오후에는 이제 작업을 안 하겠다는 결별 기사가 나서 곤란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에 대해 "항상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궁금증을 자극하는 연출자"라고 치켜세웠다.
 
설경구는 '굿뉴스'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그는 "'굿뉴스'는 변성현이라는 지휘자가 완벽하게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합주라고 생각한다"며 "작은 포인트라도 변성현 감독의 톡톡 튀는 디렉션이 더해져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장의 열정이 남달랐다고 강조했다. 설경구는 "한 컷이 끝날 때마다 세트를 바꾸고 수정했다"며 "이렇게 모든 스태프가 컷마다 공들인 영화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다들 책임감과 중압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잘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굿뉴스'는 제50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다. 현장을 함께한 변성현 감독, 설경구, 홍경은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설경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분이 기립 박수를 보내주셨다"며 "부산에서 반응이 좋아서 만족했다. 함께 하길 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저 역시 전 세계 관객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한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굿뉴스'는 1970년 3월 실제로 발생한 일본 항공기 납치 사건 '요도호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블랙코미디 장르로 그려냈다.

변성현 감독은 "실화를 완전히 따르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지금 세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를 녹여냈다"며 "실존 인물보다는 재창조한 캐릭터를 가지고 연출하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제작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증을 지키되 블랙 코미디 장르에 어울리는 약간 붕 뜨는 분위기를 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너무 실제 같으면 재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굿뉴스'에는 설경구와 함께 홍경, 류승범이 출연한다. 홍경은 비밀 작전에 투입된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역을, 류승범은 모든 작전의 지휘권을 통제하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 역을 맡았다.

설경구와 류승범의 만남도 주목할 만하다. 두 배우가 함께 영화에 출연하기는 2010년 '용서는 없다' 이후 15년 만이다.

변성현 감독은 "한두 명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라 여러 배우들이 오케스트라처럼 호흡을 이루는 작품"이라며 앙상블 연기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의 조합은 이미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을 통해 검증됐다"며 "이번 '굿뉴스'에서는 슈트를 벗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설경구의 연기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온 변성현 감독의 유니크한 연출과 예측 불가한 전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대립을 그려낼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 시너지로 신선한 재미를 선보일 영화 '굿뉴스'는 10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