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73세, 130명이 롯데콘서트홀에 선다…백세합창단 "Forever! Meistersingers!"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8-15 09:26:24

국내 최대 규모의 시니어 합창단 백세합창단. 사진 | 백세합창단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시니어 합창단 백세합창단이 9월 1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제4회 정기연주회의 주제는 'Forever! Meistersingers!(명가수여! 영원하라!)'다.

평균 연령 73세, 단원 130명이 한 무대에 모여 자신들이 살아낸 시간과 앞으로 품은 꿈을 노래로 풀어낸다. 60인조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고,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이 찬조출연해 무대에 깊이를 더한다.

'오늘의 마이스터징어'를 자처하다

공연의 제목이기도 한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는 중세 말에서 근세 초기 독일 도시에서 활동하던 시민 음악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전문 음악가가 아니라 장인이나 상인처럼 저마다의 생업을 가진 시민이었지만, 엄격한 훈련과 규율 속에서 시와 음악을 갈고닦아 공동체를 향해 노래했다.

백세합창단은 이 정신이 지금의 자신들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단원들 역시 전문 음악가가 아니라 가정을 지키고 일터를 일구며 한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이제 음악을 통해 삶의 경험과 신념, 기쁨과 상처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삶을 노래하는 오늘의 마이스터징어'라 부른다.

최동천 단장과 김상경 상임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단원들이 살아온 시간의 무게와 기쁨이 담긴 진실한 고백"이라며 "과거의 마이스터징어들이 공동체를 향해 노래했듯, 오늘의 시니어들이 다음 세대에 삶의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삶의 궤적을 담은 프로그램

공연의 문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중 두 합창을 발췌해 이은 'Silentium ~ Ert eure deutschen Meister'로 연다. 평범한 시민이 훈련과 노력을 통해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이 곡은, 일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보여주며 이번 무대 전체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제시한다.

이어지는 곡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 중 합창 'O Signore, dal tetto natio'다.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거쳐온 단원들에게는 지나온 삶과 그리운 사람들을 되돌아보는 노래로 다가온다.

김상경 상임지휘자는 "첫 곡이 평범한 시민들이 삶과 예술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장인정신과 인간의 존엄을 상징한다면, 두 번째 곡은 긴 세월 속에 쌓인 그리움과 기억, 삶의 깊이를 들려준다"고 설명했다.

무대는 이후로도 도전과 운명, 사랑과 그리움, 우정과 연대를 폭넓게 아우른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The Impossible Dream'이 불가능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신념과 용기를 노래하고, 카를 오르프의 'O Fortuna'는 거대한 운명 앞에 선 인간의 삶을 강렬한 리듬으로 그려낸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Sunrise, Sunset'은 자녀가 자라고 세월이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을, 스코틀랜드 민요 'Annie Laurie'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순수한 마음을 담는다.

한국적 정서를 살린 무대도 준비됐다. '내 맘의 강물'은 흐르는 강물에 지나간 시간과 그리움을 비유하고, '총각 타령'과 '경복궁 타령'은 우리 민족 특유의 흥과 에너지를 화려한 합창으로 펼친다.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벗과 공동체의 의미를 담은 'Amigos Para Siempre'도 무대에 오른다.

오케스트라와 명창의 만남

이번 공연에는 1997년 창단된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지금까지 131회의 정기연주회를 포함해 2,500여 회의 무대에 선 이 악단은 2025~2026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대표예술단체(군포시)'로 선정된 바 있다. 130명 규모의 합창과 전문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롯데콘서트홀을 채울 전망이다.

바리톤 고성현의 찬조출연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는 한국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비롯해 두 곡을 독창으로 들려준 뒤, 공연 마지막에는 백세합창단과 함께 앙코르곡을 부른다. 전문 성악가와 평균 연령 73세 시니어 합창단이 하나의 목소리로 어우러지는 장면이 이번 무대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세 번의 무대, 그리고 다시 롯데콘서트홀로

백세합창단은 창단 이후 세 차례의 정기연주회를 모두 롯데콘서트홀에서 대형 오케스트라와 함께 열었다. 공연 실황은 ArteTV를 통해 방영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한국합창제와 보훈음악회 등 국내 여러 무대에도 참여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 요코하마 시니어 국제가요제에 참가해 외국단체 중 최고상인 국제교류상을 받기도 했다.

최동천 단장은 "이번 4회 공연을 통해 '나이 든 사람들이 노래하는 무대'가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예술로 증언하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30명의 목소리에는 130개의 인생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하는 노래이고, 누군가에게는 견뎌온 세월의 기록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다음 세대에 건네는 응원이다. 9월 14일 밤, 평균 연령 73세의 단원들은 무대 위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 그리고 130명의 '오늘의 마이스터징어'들은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바리톤 고성현과 함께 음악으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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