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누적 848만 돌파…천만 고지 초읽기, 장항준의 '개명·성형' 공약도 현실로?
이여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3-02 08:57:32
[K라이프저니|이여름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 배급 쇼박스)가 개봉 4주 차에도 식지 않는 흥행 화력을 과시하며 천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는 이날 누적 관객 수 848만 3889명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하루에만 81만 6668명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4주 차임에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 흥행 파워를 입증했다. 통상 개봉 3~4주 차에 접어들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는 것이 극장가의 통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기록이다. 이 같은 추이라면 천만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명하고 성형하겠다"…장항준 감독의 '천만 공약' 현실이 되나
흥행 열기가 가속화되면서 장항준 감독의 '천만 공약'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1월 29일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에 홍보차 출연해 "천만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진행자 배성재의 질문에 "천만이 될 리도 없는데 만약에라도 되면 일단 전화번호 바꾸고, 개명하고, 성형할 거다. 아무도 날 못 알아보게 하겠다. 어디 다른 데로 귀화할지도 생각 중"이라고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을 웃겼다. 여기에 더해 "요트를 사서 선상 파티를 열겠다"는 발언까지 덧붙여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현실성 없는 '설마'의 농담으로 받아들여졌던 이 발언은, '왕사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천만 고지를 향해 질주하자 순식간에 재조명됐다. 온라인에서는 "장항준이 천만 감독이라니", "아내 김은희 어쩌나" 같은 반응이 쏟아지며 웃음과 기대가 뒤섞이고 있다.
한편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은 1일 공식 SNS를 통해 "흥행감독 대열에 합류 중인 신 흥행감독 장항준. 경거망동하다 성명, 개명, 귀화 직전에 놓이고 '배텐'에 뜬다"고 장 감독의 재출연을 예고했다. 천만 돌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그가 '개명·성형·귀화·요트' 공약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연기 열전…유해진의 품, 박지훈의 몸, 유지태의 눈빛
영화는 1457년 강원도 영월 청령포를 무대로, 계유정난 이후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 이홍위(박지훈)와 마을의 촌장 엄흥도(유해진)를 비롯한 광천골 사람들의 교감을 그린다.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왕의 마지막 나날을 인간적 시선으로 조명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가 흥행을 이끈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유해진은 특유의 생활감으로 이야기를 현실에 붙이며, 왕을 '모시는' 인물이 아닌 왕과 '사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박지훈은 단종 역할을 위해 두 달간 하루 사과 한 개만 먹으며 15kg을 감량, 고통을 대사가 아닌 몸으로 먼저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명회 역의 유지태는 악인을 기능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감정의 결을 쌓아 올리며, 단종과 마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전미도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안재홍의 코믹한 존재감도 극에 온기를 더한다.
영화의 흥행 여파는 출연 배우들의 다른 작품으로도 번지고 있다. 박지훈이 출연한 시리즈 '약한영웅'(2025)이 넷플릭스 국내 인기 콘텐츠 TOP10에 재진입하며 역주행했고, 박지훈이 출연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분은 올해 최고 시청률인 4.9%를 기록했다. 스크린을 넘어 OTT와 예능 프로그램까지 들썩이게 만든 것이다.
왜 '왕사남'인가…대형 사극의 흥행 공식을 깬 온도
전문가들은 이 영화의 흥행 비결로 '승리한 권력자'가 아닌 '패배한 소년'에 초점을 맞춘 서사의 참신함을 첫손에 꼽는다. 여태껏 사극은 궁중 암투나 전쟁이 주를 이뤘지만, 이 영화는 쫓겨난 어린 왕과 민초들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택하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 화려한 권력 서사 대신 인물의 감정선을 오래 붙드는 연출, 침묵과 눈빛이 긴 정적의 미학이 오히려 큰 스크린에서 더 강하게 작동하며 OTT와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흥행 계보는 '왕의 남자'(2005·천만),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천만)와 맥이 닿아 있다. 신분의 차이에서 웃음을, 그 차이를 넘어선 인간적 교감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관객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린 것이다. 만약 '왕사남'이 천만을 돌파하면, 제목에 '왕'과 '남자'가 모두 들어간 조선 시대 사극 세 편이 모두 천만 영화에 오르는 진기록이 탄생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세 작품 모두에 유해진이 출연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청령포·장릉으로 관광객 몰려…'왕사남' 신드롬이 강원도 영월을 깨우다
'왕사남' 열풍의 여파는 스크린 밖 현실 공간으로도 번지고 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 청령포를 찾는 발길이 급증한 것이다. 영월군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처음 맞은 설 연휴 기간 동안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은 1만 64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방문객 2006명과 비교해 5배 이상 폭증한 수치로, 나룻배 선착장에 긴 대기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단종의 왕릉인 장릉에도 추모성 리뷰와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오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영월동강둔치에서 열리는 제59회 단종문화제 역시 영화 흥행 효과에 힘입어 역대급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설 연휴 기간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함께 직접 '왕사남'을 관람해 화제성을 한층 높였다.
침체된 극장가의 구원투수…천만 도달하면 '범죄도시4' 이후 약 2년 만
'왕사남'의 흥행은 오랜 침체를 겪어온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천만을 달성할 경우 2024년 4월 '범죄도시4'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의 천만 영화 탄생이자, '명량' 이후 12년 만에 나오는 천만 사극 영화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장항준 감독은 이 모든 흥행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는다. 그는 "나를 믿고 투자해 준 분들이 손해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를 믿고 선택해 준 배우와 스태프분들께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드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개명과 성형이라는 황당한 공약이 현실이 될 날, 극장가의 모든 눈이 영월 청령포의 서강처럼 잔잔하지만 힘차게 흘러가는 이 영화의 마지막 도착지를 향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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