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삼성"… 젠슨 황의 한마디, GTC 2026서 삼성 파운드리·SK하이닉스·현대차 잇달아 호명…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 한국이 있다

박지원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3-18 08:53:01

인공지능 이미지. 사진 | 엔비디아

[K라이프저니|박지원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 AI 업계 최대 연례 행사 'GTC 2026' 기조연설 무대를 가득 채운 청중 앞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특정 기업의 이름을 꺼냈다. "삼성이 우리를 위해 그록 3 LPU 칩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가능한 한 최대한 빠르게 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삼성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수만 명이 운집한 기조연설장에서 파트너사를 직접 호명하고 감사까지 표하는 것은 이례 중의 이례. 그 한마디가 태평양을 건너 서울 여의도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그록 3 LPU… TSMC 철옹성에 첫 균열 낸 삼성 파운드리

이번 발표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의미는 더욱 선명해진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12월 전격 인수한 추론 전용 칩 스타트업 그록(Groq)이 탄생시킨 차세대 언어처리장치 '그록 3 LPU'. 이 칩의 제조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맡는다. 단순한 부품 납품이 아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에 탑재될 핵심 두뇌가 삼성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그록 3 LPU는 올해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이미 본격적인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 칩을 루빈 GPU와 결합할 경우 전력 대비 성능 효율을 최대 35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AI 연산의 전력 효율 문제가 업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시점에 나온 발표인 만큼, 시장의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엔비디아 칩 생산을 독점해 온 TSMC의 아성에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균열을 낸 것. 부진에 빠져 있던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반등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쏟아졌다.

HBM4E까지… 삼성, '토털 AI 솔루션' 공급자로 격상

삼성전자의 GTC 2026 성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지난달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양산 출하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 현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다음 세대 제품인 HBM4E 실물 칩을 업계 최초로 공개하며 기술 경쟁의 선제 포석을 뒀다. 경쟁사들이 HBM4 양산을 준비하는 시점에 이미 그 너머를 내다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HBM4 공급, 그록 3 LPU 파운드리 생산, HBM4E 선행 개발을 동시에 아우르는 이른바 '토털 AI 파트너십' 체제가 이번 GTC를 통해 공식화됐다. 삼성전자는 "베라 루빈 플랫폼 구현에 필요한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통합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자평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협력의 성격을 단순 부품 공급 관계를 넘어 AI 인프라를 엔비디아와 공동 설계하는 수준으로 진화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젠슨 ♡ SK HYNIX"… 최태원·젠슨 황, 나란히 선 두 번째 만남

삼성전자만의 잔치가 아니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GTC 현장에 처음으로 직접 발을 들이며 엔비디아와의 동맹을 현장에서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지난 2월 실리콘밸리 치맥 회동 이후 불과 한 달 만의 재회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둘러보는 가운데, 젠슨 황은 양사의 대표 협력 제품인 베라 루빈 200 모듈에 직접 "JENSEN ♡ SK HYNIX"라는 사인을 남겼다.

외교적 수사를 걷어낸 이 사인 한 줄이 두 기업의 관계를 가장 직관적으로 압축한 장면으로 회자됐다. 최 회장은 현장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AI 붐으로 촉발된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20% 이상 지속될 것이라 진단했다. "웨이퍼 확보에만 최소 4~5년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라는 그의 발언은 SK하이닉스의 HBM 독주 체제가 단기간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더욱 굳혔다.

반도체 넘어 모빌리티까지… 현대차, 자율주행 공식 파트너 낙점

엔비디아의 한국 러브콜은 반도체 산업에서 멈추지 않았다. 젠슨 황은 이번 GTC에서 현대차를 레벨 4 수준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의 새 공식 파트너로 공식 지목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과 AI 추론 인프라를 기반으로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협력 구도에 공식 합류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천명한 '피지컬 AI', 즉 AI가 현실 물리 환경에서 직접 작동하는 로봇·자율주행 시대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 기업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란발 악재도 막지 못한 'GTC 랠리'

일련의 발표는 국내 증시에 즉각적인 온도 변화를 가져왔다.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와 달러화가 동반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GTC 효과는 악재를 압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각각 4%와 3% 이상 상승했고, 현대차는 6%를 넘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반도체 소재·장비 중소형주들까지 줄줄이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는 이란발 충격을 나홀로 비껴갔다.

AI 연산의 무게중심이 모델 학습에서 실시간 추론으로 이동하는 산업 전환의 변곡점에서, 세계 최강의 AI 반도체 기업이 한국 기업들의 이름을 연달아 호명한 이번 GTC 2026은 단순한 협력 발표 그 이상이었다. K-반도체와 K-모빌리티가 글로벌 AI 산업의 설계도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음을 세계 무대에서 재확인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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