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나에게 조금 더 기울었다"…15년 차 '소방관 파이터' 신동국, 21살 어린 박현빈 꺾고 살아남았다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8-30 04:28:23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경기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났어요. 사실 너무 무서웠습니다."
15년 차 베테랑 파이터의 입에서 나온 고백치고는 뜻밖이었다.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굽네 ROAD FC 078 with K-POP' 2부 1경기에서 박현빈을 난타전 끝에 1라운드 4분 39초 펀치와 파운딩에 의한 TKO로 꺾고 케이지를 내려온 직후, 신동국(45)은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데뷔전처럼 떨렸던 15년 차 베테랑
이날 -73kg 계약체중 3라운드 경기에서 신동국은 팽팽한 접전 끝에 박현빈(24, 5승2패)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무려 자신보다 21살이나 어린 선수에게 승리를 따낸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경기 직후 마이크를 잡은 캐스터는 "경기를 보는 내내 소름 돋고 긴장되고 짜릿했다. 위험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며 그날 경기의 아찔했던 장면들을 되짚었다.
이에 신동국은 "이번이 15년째인데 데뷔전 때처럼 너무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으며 승리의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앞선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현직 소방관이자 육군 특전사·UDT 출신이라는 강인한 이력과 달리, 케이지 위에서는 그 역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력 차이가 아니라 하늘의 운이 조금 더 기울었을 뿐"
신동국은 상대 박현빈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빈이가 절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다. 오늘은 그냥 하늘의 운이 저한테 조금 더 기울어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후배를 향한 예우를 지켰다. 앞서 박현빈이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신동국을 콜아웃하며 성사된 이번 매치업이었던 만큼, 승자의 자리에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 출연해 추성훈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대중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된 신동국은 이날 승리로 통산 전적을 8승 8패로 끌어올렸다. 승패를 떠나 매 경기 화끈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재미를 안겨온 그의 이력에 또 하나의 명승부가 더해진 셈이다.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신동국은 뭉클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경기를 준비하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이곳을 떠나, 사랑하는 저의 아들 그리고 우리 국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는 소방관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평소 "50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혀온 신동국이었기에, 이날 나온 은퇴 관련 발언은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승리와 함께 케이지를 떠날 채비를 하는 베테랑의 마지막 인사였던 셈이다.
신동국은 경기 후, 그의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장모를 끌어 안으며 가슴 뭉클한 장면을 관중들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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