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이여름 기자]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일대가 다시 한 번 독립영화의 물결로 채워졌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정동초등학교 운동장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열린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가 궂은 날씨 속에서도 총 1만 5,297명의 관객을 맞이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여름 최대 변수는 '날씨'… 그래도 자리 지킨 관객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는 역대급 악천후라는 변수를 만났다. 그럼에도 실내외 상영장을 오간 관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을 주 무대로 삼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제2상영관으로 새롭게 운영하며 관객과의 접점을 넓힌 점도 눈에 띈다.
나흘간 상영된 작품은 단편 25편과 장편 2편, 총 27편. 개막 공연이 함께한 첫날 정동초등학교에는 1만 543명이 몰렸고, 둘째 날에는 정동초 3,147명과 신영극장 214명이 자리를 채웠다. 셋째 날은 정동초 965명, 신영극장 214명이 영화제를 찾았으며, 신영극장에서만 진행된 마지막 나흘째 상영에도 214명이 함께하며 누적 관객 수 15,297명을 기록했다.
관객이 직접 고른 3편, '땡그랑동전상' 영예 안아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상징과도 같은 관객상 '땡그랑동전상'은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들의 손끝에서 결정됐다. 장편 부문에서는 유소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공순이'와 정승오 감독의 '철들 무렵'이, 단편 부문에서는 김정민 감독의 '메밀묵'이 각각 하루씩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첫날의 주인공 '공순이'는 오랫동안 엄마의 삶을 외면해 온 딸이 카메라를 들고 일터의 엄마를 뒤쫓으며 그 삶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다큐멘터리다. 산업화 시기 공장에서 가족의 생계를 짊어졌던 여성 노동자의 삶을 주인공 김공순 씨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관객들은 747개의 동전, 금액으로는 27만 2,510원을 '공순이'에 담아 마음을 전했다. 상영 직후에는 유소영 감독과 실제 주인공인 김공순 씨가 함께 무대에 올라 뜨거운 박수 속에 관객과의 대화(GV)를 이어갔다.
둘째 날 영예는 정승오 감독의 '철들 무렵'에게 돌아갔다. 몸도, 돈도, 꿈도 서로에게 저당 잡힌 채 좀처럼 철들지 못하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빠와 배우를 꿈꾸는 딸, 싱글 라이프를 그리는 엄마가 서로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상영 후 정승오 감독과 배우 기주봉, 하윤경, 양말복이 함께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정 감독은 "과거라는 틀 안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고, 배우들 역시 저마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날 관객들은 1,790개의 동전, 30만 7,380원을 '철들 무렵'에 보탰다.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날에는 김정민 감독의 단편 '메밀묵'이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추석 명절, 먹기 싫은 메밀묵을 앞에 둔 소년 이안이 우연히 도깨비를 만나 메밀묵과 도깨비의 과일을 맞바꾸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화적 형식을 빌려 가부장주의를 강요하는 문화에 의문을 던지고, 이를 거부하는 소년의 선택을 그려내며 익숙한 전통과 질서를 뒤집는 통쾌함을 안겼다는 평이다. '메밀묵'은 1,038개의 동전, 24만 2,140원을 기록하며 이번 영화제의 마지막 땡그랑동전상 주인공이 됐다.
"불편함 견뎌준 관객의 사랑이 28년을 지탱한 힘"
정동진독립영화제 사무국은 폐막을 맞아 "악천후의 모든 불편함을 견디며 함께해 주신 1만 5천여 관객들의 사랑이 28년간 영화제를 지탱해 온 힘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제 측은 올해도 자원순환팀을 운영하고 배리어프리 상영을 이어가며 '문턱 없고 지속가능한 영화제'라는 정체성을 지켜갔다고 밝혔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내년에도 정동초등학교 운동장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더 많은 관객과 함께 한여름 밤의 낭만을 이어갈 계획이다.
1999년 시작된 국내 유일 야외 독립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지역 문화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함께 기획해 1999년 첫발을 뗀 이래 올해로 스물여덟 돌을 맞았다. 그동안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야외 독립영화제로 자리매김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의 실내 상영을 함께 운영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비경쟁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제는 지난 1년간 제작된 독립영화 가운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을 선별해 전 상영작을 무료로 공개하며 독립영화의 저변을 넓혀 왔다. 주최 측인 강릉씨네마떼끄는 1996년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문화 불모지였던 강릉에서 창립한 단체로, 매년 정동진독립영화제를 개최하는 한편 지역 유일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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