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바다를 향해 아이를 들어 올린 어머니의 환희 — 페터 펜디의 1836년 걸작 '아빠가 온다!'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2-24 18:37:36

오스트리아 비더마이어 회화의 거장이 포착한 순간, 리히텐슈타인 왕실 컬렉션의 품으로
화가 페터 펜디, 빈 미술사의 조용한 거인
페터 펜디의 '아빠가 온다!' 사진 | 리히텐슈타인 왕실 컬렉션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페터 펜디(Peter Fendi, 1796~1842)는 오스트리아 비더마이어(Biedermeier)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다. 빈에서 태어나 빈 황실 도자기 공장의 화공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오스트리아 국립 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한 후 황실 문서보관소의 동전·메달 전문 세밀화가로 활동하며 정밀하고 섬세한 묘사력을 체득했다. 황실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황제 프란츠 1세와 메테르니히 공 등 당대 오스트리아 최고 권력자들의 후원을 받은 궁정 화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펜디의 진정한 위업은 화려한 역사화나 왕족 초상이 아닌 서민의 일상에 있었다. 그는 빈 시민계층의 소박한 가정생활, 아이들의 놀이, 어머니의 헌신적 돌봄, 가난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적 온기를 수채화와 유화로 담아냈다. 당대 비평가들은 그를 '오스트리아의 그뢰즈(Jean-Baptiste Greuze)'라 부르며 감성적 장르화의 최고봉으로 추앙했다.

미술사적으로 펜디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을 풍미한 비더마이어 양식—정치적 격변에 지친 시민들이 가정과 사생활의 행복으로 눈을 돌린 문화 조류—을 회화로 가장 완성도 높게 구현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속화를 넘어 빈 시민사회의 정서적 초상화로 기능한다.

캔버스 위의 지중해 — 구성과 화법의 정밀함

'아빠가 온다!(Father is Coming!)'는 1836년 제작된 패널 유화로, 크기는 28.3×24.4cm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은 화면 안에 펜디는 놀랍도록 풍성한 서사를 압축해 넣었다.

구도의 중심은 붉은 조끼와 흰 앞치마를 두른 이탈리아풍 차림의 젊은 어머니다. 그녀는 금발의 아기를 두 팔로 번쩍 들어 올려 바다 쪽을 향하고 있다. 화면 왼쪽에는 'AVE MARIA(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라고 새겨진 낡은 벽감(壁龕)이 있고, 어린 딸아이가 그 벽을 짚으며 고개를 돌린다. 오른쪽에는 전복된 광주리, 조개껍데기, 고양이 한 마리가 느슨하게 산재해 있고, 저 멀리 청록빛 지중해 위에는 돛단배 한 척이 아득히 보인다. 그 배가 바로 아버지를 태우고 돌아오는 선박일 것이다.

펜디의 필치는 황실 세밀화가 출신답게 치밀하면서도 자유롭다. 어머니의 흰 치마에서 보이는 유동적인 붓질, 아기의 통통한 살결을 표현한 부드러운 색층, 고양이와 조개의 질감 처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찰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배경의 하늘과 바다는 인물군을 빛으로 감싸며 장면 전체에 지중해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작품 속 공간은 이탈리아 남부, 아마도 나폴리 만 일대로 추정된다. 펜디는 1835~1836년 이탈리아 여행 중 이 그림을 구상하거나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북유럽 화가들 사이에서 이탈리아 남부 어부 마을의 풍속을 담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기도 했다.

페터 펜디의 '아빠가 온다!(부분)' 사진 | 리히텐슈타인 왕실 컬렉션

그림의 가치와 미술사적 의미

이 작품이 현재 리히텐슈타인 왕가 컬렉션(Vaduz–Vienna)에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가치를 웅변한다. 리히텐슈타인 컬렉션은 루벤스, 라파엘, 렘브란트를 아우르는 유럽 최대 규모의 왕실 사립 컬렉션으로, 펜디의 이 소품이 그 안에 자리한다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와 희소성을 방증한다.

미술사적으로는 몇 가지 층위에서 의미를 지닌다. 첫째, 19세기 전반 오스트리아 비더마이어 장르화의 전형적 미덕—감정의 진정성, 일상의 시화(詩化), 섬세한 기술적 완성도—을 한 화면에 응축하고 있다. 둘째, 이탈리아 풍속과 오스트리아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당시 북유럽 낭만주의 화가들의 '남국동경'을시각적으로 선언한다. 셋째, 모성과 가족 재결합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종교적 함의(AVE MARIA 벽감)와 결합하여 세속적 행복을 성스럽게 승화시킨 점이 두드러진다.

시적 감흥과 감정의 결

이 그림은 보는 이의 가슴에 조용하지만 강하게 파고든다. 어머니는 우리를 향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기를 들어 올린 두 팔의 각도, 발뒤꿈치가 살짝 들린 맨발, 바람에 흩날릴 듯 부푼 흰 치마에서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기다림이 마침내 끝나는 순간의 환희—그것은 말이 아니라 몸 전체로 표현되는 기쁨이다.

아기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는다. 아직 아버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그것은 그저 밝고 넓은 세계를 향한 본능적인 몸짓일 뿐이다. 그 순진함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왼편의 어린 딸은 아직 어떻게 기뻐해야 할지 모르는 듯, 혹은 이미 너무 많이 기다린 탓에 지쳐버린 듯 그저 어머니를 따라 손을 흔든다. 그 작은 등이 유독 쓸쓸해 보인다.

오른쪽 고양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엎어진 광주리 옆에서 무언가를 핥는다. 이 무심한 존재가 화면에 묘한 일상성을 부여하며, 이 감격의 순간이 결코 연출된 것이 아니라 삶의 한 컷임을 일깨운다. 저 멀리 바다 위의 작은 배 한 척—그것이 모든 것의 이유다.

페터 펜디의 '아빠가 온다!(부분)' 사진 | 리히텐슈타인 왕실 컬렉션

19세기 전반 통속화(장르화)의 흐름 속에서

'아빠가 온다!'가 탄생한 1836년은 유럽 장르화의 황금기 한가운데였다. 나폴레옹 전쟁(1803~1815) 이후 유럽 시민사회는 거대 서사—혁명, 전쟁, 영웅—에 지쳐 내밀한 일상으로 회귀했다. 독일어권에서는 이를 비더마이어(Biedermeier) 문화로 명명했다. '비더(Bieder)'는 '소박하고 선량한'이라는 뜻으로, 가정의 안락함과 평온한 행복을 예찬하는 이 문화 조류는 회화에서 가정 풍속화의 폭발적 인기로 이어졌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는 칼 슈피츠베크(Carl Spitzweg)가 시민 계층의 유머와 애수를 담은 소품들을 그렸고, 덴마크에서는 크리스토퍼 빌헬름 에케르스베르크(Eckersberg) 학파가 북유럽 가정의 서정을 화폭에 옮겼으며,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윌키(David Wilkie)가 스코틀랜드 농촌 풍속화로 왕실의 총애를 받았다. 이탈리아 여행을 마친 북유럽 화가들이 남부 어부 가족을 이상화된 원시적 순수함의 상징으로 즐겨 그린 것도 이 시기의 뚜렷한 경향이었다.

펜디의 이 작품은 그 모든 흐름의 교차점에 있다. 비더마이어적 가족 서사, 이탈리아 풍속에 대한 낭만주의적 동경, 그리고 소품(小品) 특유의 친밀하고 사적인 감성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다.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이름

펜디의 작품은 국제 경매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지만, 워낙 작품 수가 많지 않고 주요 작품의 상당수가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 빈 미술사 박물관, 리히텐슈타인 컬렉션 등 기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어 시장 유통 물량은 희소하다.

경매 실적을 보면, 수채화와 소품 유화의 경우 수만 유로에서 십수만 유로 사이에서 낙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가족·모성을 주제로 한 완성도 높은 패널 유화는 이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다. 도로테움(Dorotheum) 등 빈의 주요 경매하우스에서 펜디 작품이 출품될 때마다 오스트리아 및 독일어권 컬렉터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역사적·감성적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빠가 온다!'와 같이 리히텐슈타인 컬렉션급 출처(provenance)와 전시 이력을 가진 작품이 가상으로 경매에 나온다면, 현재 비더마이어 회화 시장의 흐름을 감안할 때 수십만 유로 이상의 낙찰가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비더마이어 회화는 2010년대 이후 컬렉터들 사이에서 재평가 바람이 일며 꾸준히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페터 펜디는 화려한 역사화의 시대에 눈을 낮추어 일상을 바라본 화가였다. 28.3×24.4cm의 작은 패널 위에서 한 어머니는 남편의 배를 향해 아이를 들어 올린다. 그 팔 하나에 기다림과 그리움, 환희와 사랑이 모두 담겨 있다. 거창한 선언 없이, 그것이 바로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