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세빈, 김지섭 개인전 ‘우리가 살아있다는 가장 뜨거운 증거를’ 24일까지 개최해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8-06 13:55:55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갤러리 세빈이 오는 24일까지 김지섭 작가의 초대전 ‘우리가 살아있다는 가장 뜨거운 증거를’을 연다. 

지난 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 연작 ‘이상한 풍경(Dreaming Landscape)’ 중 100호 대작 9점을 갤러리 1층 전체에 펼쳐놓아, 관객이 그림 앞에 서는 것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생명 풍경 속을 거니는 경험을 하도록 설계됐다.

보이지 않는 몸속에서, 더 치열한 여름이 흐른다

전시는 계절감에서 출발한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거칠어지는 숨, 피부에 맺히는 땀, 쉼 없이 우는 매미와 짙어지는 초록—누구나 감각하는 여름의 풍경이다. 김지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그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는 여름보다 더 격렬한 생명의 풍경이 몸 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전시의 대작들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여름'을 화면 위로 끌어올린 결과물이다.

멀리서는 우주, 가까이서는 몸—두 개의 시선이 만나는 자리

작품은 거리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멀리서 바라보면 땅속으로 뻗어가는 뿌리, 혹은 우주를 떠도는 행성처럼 읽힌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혈관과 세포, 살과 피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상들이 드러난다.

김지섭은 이 두 시선—거시적 우주와 미시적 신체—를 하나의 화면 안에 겹쳐놓으며, 인간의 몸 안에 축적된 생명과 시간을 거대한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작은 세포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결국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순간을, 압도적 스케일의 회화로 체감하게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김지섭 작가의 대표 연작 ‘이상한 풍경(Dreaming Landscape)’ 

수십 번 쌓고 깎아낸 시간의 층위

김지섭의 작업 방식은 그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화면 위에 물감을 수십 차례 쌓아 올린 뒤 다시 깎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60회 이상의 레이어를 거친다. 이렇게 축적된 색의 층은 단순한 물감의 두께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온 시간과 기억의 흔적을 품은 켜다. 지우고 다시 쌓는 반복 행위 자체가 생명이 시간을 견디고 축적해가는 과정과 닮아 있다.

"고단함 속에서도 몸은 여전히 살아있다"

김지섭이 일관되게 붙잡아온 화두는 '생명력'이다. 그는 인간이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 생명력을 잃은 듯 살아가더라도, 몸 안에는 여전히 거대한 생명의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서로 다른 형태와 기능을 지닌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그는 개인과 사회 역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바라본다.

이번 전시의 제목 ‘우리가 살아있다는 가장 뜨거운 증거를’이 의도적으로 끝맺지 않은 문장으로 남겨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장의 마지막은 작품 앞에 선 관객 각자가 채워 넣도록 열어둔 셈이다.

김지섭 작가의 대표 연작 ‘이상한 풍경(Dreaming Landscape)’ 

세계가 주목한 화가

건국대학교 현대미술과를 졸업한 김지섭은 인체 내부의 혈관과 피, 세포, 살덩이 같은 생물학적 요소를 재구성한 '이상한 풍경(Dreaming Landscape)' 연작을 지속해왔다. 2017년부터 ‘동물원에 갇힌 사람들’, ‘내재된 공간’, ‘박제된 감정’, ‘걸었던 길, 걷고 있는 길, 가야 할 길’, ‘이상한 풍경–삶의 시간’, ‘삶의 의미’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양평군립미술관, 신풍미술관, 구구갤러리, 갤러리 아트리에 등에서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희성촉매, 영천시청을 비롯해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 해외 개인 컬렉션에도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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