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 "모차르트는 나의 모국어"…손열음이 그린 모차르트, ‘하늘에서 떨어진 음악’을 건반 위에 풀어내다!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20 04:14:22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집. 고요비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글·사진 고요비 기자] 2022년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 18곡을 여섯 장의 음반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프랑스의 클래식 명가 나이브(Naive)와 처음으로 손잡은 이번 작업은, 그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작곡가를 향한 헌사이자 앞으로 이어질 대형 프로젝트의 서막이다.

왜 지금, 왜 모차르트인가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은 이미 수많은 명연주자들이 도전해 온 익숙한 길이다. 그럼에도 이번 음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접근 방식에 있다. 손열음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설계된 계획표를 따르지 않았다. 우연히 찾아온 녹음 기회를 붙잡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단 이틀 만에 여섯 시간이 넘는 분량을 완성했다. 첫 녹음일이 하필 모차르트의 생일이었다는 우연은, 그에게 이 작업이 운명처럼 느껴지게 만든 계기가 됐다.

18곡을 작곡 순서 그대로 배열한 구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청년의 풋풋한 첫 소나타에서 출발해, 원숙기에 다다른 후기 작품으로 마무리되는 흐름은 청자에게 단순한 명곡 모음이 아니라 한 인간이 음악가로 성장해가는 궤적을 통째로 들려준다.

"모차르트는 내 모국어" ― 연주자의 언어

손열음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설명할 때마다 '고향'이나 '모국어' 같은 표현을 즐겨 쓴다. 그에게 이 작곡가의 선율은 억지로 짜낸 결과물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성된 채로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래서 그는 이번 녹음에서 사전에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 순간의 영감에 여백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태도는 그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거머쥐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손열음은, 이후 낭만주의 레퍼토리부터 20세기 작곡가들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자신만의 음악 지형을 넓혀왔다. 이번 음반에서는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는, 극적이고 즉흥적이며 때로는 연극적이기까지 한 모차르트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전주의를 완성한 이름,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과 함께 빈 고전주의의 정점을 이룬 모차르트는 교향곡과 오페라, 실내악 전 영역에서 형식의 균형과 선율의 자연스러움을 동시에 성취한 작곡가로 남아 있다. 특히 피아노 소나타 18곡은 그가 십 대 시절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건반 위에서 어떤 언어를 구사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물이자, 서양음악사에서 '완전함'이라는 단어가 가장 자주 따라붙는 작품군이기도 하다.

태양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계

손열음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이 작곡가의 세계를 빛과 어둠, 뜨거움과 차가움, 우아함과 익살, 순수함과 관능이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실제로 음반 안에는 터키풍의 경쾌한 행진곡, 소박한 농촌 정서를 담은 선율, 관악 세레나데를 닮은 악장, 정교한 변주곡까지 성격이 전혀 다른 음악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그는 이 가운데서도 유독 5번, 8번, 10번, 11번, 13번 소나타에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애정을 품어왔다고 털어놓았다.

발매와 동시에 쏟아진 찬사

이번 음반은 발매 직후 영국 클래식 FM으로부터 '이주의 음반'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 클래식 매체들의 이른 주목을 받았다. 음악평론가 롭 코완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손열음의 스타일을 대담함과 지성, 유려함이 결합된 연주라 평하며, 아르투르 슈나벨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해석적 자유로움을 지녔다고 평했다.

프랑스 평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평론가 장 샤를 오펠레는 손열음을 음악성 그 자체이자 '신의 손가락'을 지닌 연주자라 극찬했으며, 또 다른 매체는 그를 미츠코 우치다, 잉그리드 헤블러, 마리아 주앙 피레스 등 모차르트 명연주자 계보에 견줄 만하다고 평했다. 뮤직웹 인터내셔널 역시 이번 연주를 초기작에서는 생동감 있고 격정적으로, 후기작에서는 색채감과 기지 넘치는 해석으로 완성된 만화경 같은 경험이라 소개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손열음에게 이번 전곡 음반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그는 향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나아가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까지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이 여정을 최소 10년 이상 내다보고 천천히 걸어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