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일자리 지각변동…"전문직·IT도 안전지대 아니다"

박지원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2-12 11:31:49

개발자·회계사 채용 급감, 청년층 고용불안 가중 AI 소스로 구현한 화장품 모델 이미지. AI의 발달로 유명 연예인의 몫이었던, 모델의 자리를 AI 모델이 대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픽 |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박지원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그동안 '안정적 직업'으로 여겨졌던 전문직과 IT 분야의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며 고용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12일 고용노동부와 업계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개발자 채용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세무 분야 역시 채용 공고가 전년 대비 28% 줄어들며 전문직 고용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IT 업계, AI 코딩 도구 도입으로 개발자 수요 급감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ChatGPT, GitHub Copilot, Claude 등 AI 기반 코딩 도구를 본격 도입하면서 개발자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한 대형 IT 기업 인사담당자는 "AI 코딩 어시스턴트 도입 후 주니어 개발자 업무의 70% 이상을 AI가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신규 채용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단순 코드 작성, 버그 수정, 테스트 자동화 등 반복적인 개발 업무는 AI가 거의 완벽하게 대체하면서 주니어 개발자들의 입사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IT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8.3%가 "AI 도구 도입 후 개발자 채용 규모를 축소했다"고 답했다.

회계·세무 시장도 직격탄…AI 회계 솔루션 확산

회계법인과 세무법인 역시 AI 회계 솔루션 도입을 빠르게 확대하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국내 빅4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은 지난해 신입 공인회계사 채용 규모를 전년 대비 평균 25% 감축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AI가 재무제표 검토, 세무신고서 작성, 감사 자료 분석 등 기본적인 회계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단순 실무 인력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향후 고도의 전문성과 컨설팅 능력을 갖춘 인력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2025년 공인회계사 합격자 중 6개월 내 취업률은 72.3%로, 2023년 89.1%에 비해 16.8%포인트 급락했다. 전문직 자격증이 더 이상 취업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법률·의료·금융까지…AI 대체 확산 일로

전문직 일자리 감소는 IT와 회계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법률 분야에서는 AI 기반 리걸테크 서비스가 계약서 검토, 판례 검색, 법률 자문 초안 작성 등을 수행하면서 로펌의 주니어 변호사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

의료 분야 역시 AI 진단 보조 시스템이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에서 활용되며 일부 전문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AI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와 AI 언더라이팅(보험 심사) 시스템 도입으로 자산관리사, 보험심사역 등의 채용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 실업률 상승…"꿈의 직장도 AI 앞에선 무력"

이 같은 변화는 청년층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1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8.9%로 전년 동월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이 9.7%로 전문대 졸업자(7.2%)보다 높게 나타나 고학력자의 취업난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소재 대학 컴퓨터공학과 4학년 김모(26) 씨는 "AI 개발자가 되려고 4년간 준비했는데 정작 채용 시장에서는 'AI가 코드를 짜는데 주니어는 필요 없다'는 말을 듣는다"며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직무 재편과 평생교육 체계 구축 시급"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맞는 직무 재편과 교육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AI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지만, 창의적 사고와 대인관계 능력이 필요한 업무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며 "교육 과정을 AI 협업 능력 중심으로 재편하고, 평생교육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AI 전환기 고용안전망 강화 나서

정부는 AI로 인한 고용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안전망 강화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AI 시대 일자리 전환 지원 대책'을 마련해 직업 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AI 활용 역량 강화 교육에 연간 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AI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에 대비해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AI 시대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AI 모델 학습 데이터 큐레이터, AI 윤리 전문가, 프롬프트 엔지니어 등 신종 직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속도가 기존 일자리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사회 전반의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