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 바로크 오페라의 창시자, 스카를라티의 재발견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2-12 06:18:06

판클래식스, 1697년 나폴리 궁정 오페라의 정수 공개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의 '로진다 에드 에미레노(Rosinda ed Emireno)' 사진 | PAN

[K라이프저니|글·사진 고요비 기자] 판(PAN) 클래식스 레이블이 발매한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1660-1725)의 '로진다 에드 에미레노(Rosinda ed Emireno)' 음반이 바로크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2년 6월 스위스 바젤의 아둘람 채플에서 녹음된 이 앨범은 소프라노 알리체 보르치아니, 카운터테너 알렉스 포터, 그리고 무지카 피오리타의 연주로 1697년 나폴리에서 초연된 오페라 '레미레노(L'Emireno)'에서 선별한 아리아와 이중창을 선보인다.

나폴리 악파의 창시자, 스카를라티의 혁신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는 바로크 오페라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114편의 오페라, 500곡 이상의 칸타타, 수많은 종교음악을 작곡하며 나폴리 악파의 기초를 확립했다. 17세기 말과 18세기 초, 스카를라티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형식과 양식을 정형화했으며, 이는 후대 헨델, 비발디, 심지어 모차르트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스카를라티의 오페라는 레치타티보 세코(건조한 레치타티보)와 다 카포 아리아의 체계적 구분으로 특징지어진다. 그는 극의 전개를 담당하는 레치타티보와 감정을 표현하는 아리아를 명확히 분리하며, 오페라 세리아(정가극)의 전형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기악 서곡의 형식을 발전시켜 '이탈리아 서곡(빠름-느림-빠름)'을 확립했으며, 이는 고전주의 교향곡의 선구가 되었다.

'레미레노'는 1697년 나폴리에서 초연된 3막 오페라로, 스카를라티가 37세 때 작곡한 작품이다. 이 음반에는 오페라 전곡이 아닌 주요 아리아와 이중창 19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총 연주 시간은 약 60분이다. 또한 G. 레그렌치의 소나타 4곡('라 로제타', '라 모스타', '라 스필림베르가', '라 피아')이 아리아 사이에 배치되어 기악적 대비를 제공한다.

보르치아니와 포터, 바로크 벨칸토의 완벽한 구현

소프라노 알리체 보르치아니는 이탈리아 바로크 오페라 전문가로, 에미레노 역을 맡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밝고 투명한 음색과 뛰어난 콜로라투라 기교가 특징이며, 17세기 말 이탈리아 벨칸토 양식의 화려함과 우아함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보르치아니는 'Pene, catene'(고통이여, 사슬이여)와 'Povere mie catene'(가난한 나의 사슬이여)에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장식음의 정확성과 프레이징의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 'Se il mio bel sole cieco mi vuole'(나의 아름다운 태양이 나를 눈멀게 하길 원한다면)에서 보르치아니는 사랑의 고뇌와 갈망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녀의 트릴과 모르덴트는 자연스럽게 흐르며, 가사의 의미를 음악적 장식으로 강화한다. 'Si, si fedel ti sarò'(그래, 나는 당신에게 충실할 것이다)에서는 결연한 의지를 밝은 음색으로 전달하며, 바로크 히로인의 전형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카운터테너 알렉스 포터는 로진다 역을 맡아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다. 17세기 바로크 오페라에서 여성 역할은 종종 카스트라토나 카운터테너가 맡았으며, 포터는 이러한 역사적 전통을 계승한다. 그의 목소리는 중성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며, 'Non pianger solo dolce usignuolo'(울지 마라, 달콤한 나이팅게일이여)에서 애절한 정서를 섬세하게 전달한다.

포터와 보르치아니의 이중창은 이 음반의 백미다. 'Già sai che pianta è quella'(당신은 그 식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와 'Ti stancherai'(당신은 지칠 것이다)에서 두 성악가는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주며, 17세기 말 나폴리 오페라가 추구한 성악적 대화의 예술성을 구현한다. 6분이 넘는 대규모 이중창 'Ti stancherai'에서는 두 목소리가 서로 모방하고 대비하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무지카 피오리타, 역사적 연주의 정통성

무지카 피오리타는 스위스 바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바로크 전문 앙상블로, 지휘자 다니엘라 돌치의 리더십 아래 17세기 이탈리아 음악의 역사적 연주에 특화되어 있다. 이들은 1697년 나폴리에서 사용되었을 악기 편성을 재현하며, 테오르보, 바로크 기타, 바로크 하프, 비올라 다 감바, 바로크 바이올린, 오르간 등 통주저음 그룹을 정교하게 구성했다.

돌치의 지휘는 절제되면서도 극적이다. 그녀는 성악가들에게 충분한 자유를 주면서도, 앙상블의 통일성을 유지한다. 특히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템포 설정에서 돌치는 극적 맥락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을 보여준다. 'Senti, senti ch'io moro'(들어라, 나는 죽어가고 있다)에서 급격한 템포 변화는 등장인물의 심리적 동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악기 편성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통주저음의 다채로운 활용이다. 스카를라티 시대의 오페라는 아직 완전한 오케스트라가 아닌 소규모 기악 앙상블로 연주되었으며, 통주저음은 화성적 지지대를 넘어 극적 해설자 역할을 했다. 무지카 피오리타는 테오르보의 풍부한 저음, 바로크 하프의 섬세한 음색, 오르간의 지속음을 적절히 배합하며, 각 아리아의 정서에 맞는 음향을 창출한다.

벨칸토의 탄생, 스카를라티의 음악적 언어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는 1660년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태어나 로마와 나폴리에서 활동했다. 그는 크리스티나 여왕의 후원 아래 로마에서 경력을 시작했으며, 1684년부터 나폴리 부왕의 궁정 악장으로 재직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1697년 '레미레노'가 작곡될 당시, 스카를라티는 나폴리 오페라계의 최고 권위자였다.

스카를라티의 작곡 성향은 선율적 아름다움과 극적 표현력의 조화로 특징지어진다. 그는 몬테베르디가 개척한 바로크 오페라의 극적 표현주의를 계승하면서도, 보다 형식화되고 세련된 양식을 추구했다. 특히 다 카포 아리아(A-B-A 형식)의 확립은 스카를라티의 가장 큰 공헌 중 하나다. 이 형식은 성악가에게 반복 부분에서 즉흥적 장식을 추가할 기회를 제공하며, 바로크 벨칸토의 핵심이 되었다.

화성적으로 스카를라티는 17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조성 체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명확한 조성 중심과 기능 화성을 사용하며, 중세와 르네상스의 선법 체계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그는 불협화음과 반음계를 극적 순간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감정의 강도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스카를라티의 음악사적 위치는 바로크 중기에서 후기로의 교량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몬테베르디의 실험적 극음악과 18세기 헨델, 비발디의 정형화된 오페라 세리아 사이를 연결한다. 그의 아리아 양식은 후대 작곡가들의 표준이 되었으며, 나폴리에서 그의 제자들(레오나르도 레오, 페르골레지, 듀란테 등)은 나폴리 악파를 계승하며 18세기 유럽 음악을 지배했다.

동방의 이국, '레미레노' 창작 배경

'레미레노'는 1697년 나폴리의 산 바르톨로메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7세기 말 나폴리는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 아래 있었으며, 부왕의 궁정은 화려한 오페라 공연으로 권력을 과시했다. 스카를라티는 궁정 악장으로서 매년 여러 편의 오페라를 작곡해야 했으며, '레미레노'는 이러한 의무의 산물이었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당시 유행하던 '이국적 동방' 소재를 다룬다. 에미레노는 페르시아 왕자이며, 로진다는 그와 사랑에 빠진 여성이다. 두 주인공은 전쟁, 오해, 정치적 음모 등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결국 결합한다. 이러한 플롯은 17세기 말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형으로, 귀족 청중의 이국주의 취향과 해피엔딩에 대한 선호를 반영한다.

리브레토는 실비오 스탬필리아가 작성했으며, 그는 당대 최고의 대본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스탬필리아는 아카데미아 델리 아르카디아의 회원으로, 바로크 오페라의 과도한 장식과 비현실성을 개혁하려는 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레미레노'는 여전히 전통적인 오페라 세리아의 형식을 따르며, 고귀한 주인공들의 사랑과 명예를 다룬다.

오페라 초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스카를라티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이후 이 작품은 거의 잊혀졌으며, 20세기 말 바로크 음악 부흥 운동 이후에야 재발견되었다. 판클래식스의 이 녹음은 완전한 오페라가 아닌 발췌 형식이지만, 작품의 음악적 정수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사랑과 명예, 바로크 오페라의 영원한 주제

스카를라티의 '레미레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사랑의 고뇌와 충실성이다. 'Pene, catene'는 사랑이 가져오는 고통과 속박을 노래하지만, 동시에 그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모순을 표현한다. 'Labbra gradite'(사랑스러운 입술이여)는 연인의 입맞춤에 대한 갈망을, 'Fieri numi'(잔인한 신들이여)는 운명의 부당함에 대한 항변을 담고 있다. 스카를라티는 사랑을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으로 다룬다.

둘째, 명예와 의무의 갈등이다. 'Va scherzando'(그대는 장난치듯 가네)와 'Chi dice che l'amor'(사랑이라고 말하는 자)는 사랑과 사회적 의무 사이의 긴장을 다룬다. 바로크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종종 개인적 감정과 공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는 당시 귀족 문화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다. 'Vieni, ferma ò gelosia'(와라, 멈춰라 질투여)는 질투라는 감정이 명예를 훼손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셋째, 운명과 인간 의지의 대결이다. 'Senti, senti ch'io moro'는 죽음 앞에서의 인간의 무력함을, 'Io non chiedo'(나는 구하지 않는다)는 운명에 대한 체념과 수용을 표현한다. 'Delizia è la mia pena'(나의 고통은 기쁨이다)는 역설적으로 고통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바로크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제들은 17세기 말 반종교개혁 시대의 가톨릭 정서와 연결되며, 고통을 통한 영적 정화의 개념을 반영한다.

이중창들은 두 주인공의 관계 발전을 음악적으로 표현한다. 'Già sai che pianta è quella'에서 두 목소리는 서로를 탐색하듯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Ti stancherai'에서는 갈등과 화해를 반복한다. 이러한 이중창은 17세기 말 오페라가 단순히 독창자들의 과시가 아니라, 극적 상호작용의 예술임을 증명한다.

재조명의 의미, 바로크 오페라의 다양성

판클래식스의 이 음반은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의 방대한 오페라 작품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레미레노'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카를라티는 114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현재 정기적으로 공연되는 작품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청중은 스카를라티를 칸타타 작곡가나 나폴리 악파의 이론적 창시자로만 기억하며, 그의 오페라 음악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 녹음은 스카를라티 오페라의 음악적 아름다움과 극적 효과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보르치아니와 포터의 성악, 무지카 피오리타의 정통 바로크 연주는 300년 전 나폴리 극장의 화려함을 21세기에 재현한다. 특히 레그렌치의 소나타를 중간에 배치한 구성은 청중에게 휴식을 제공하면서도, 17세기 말 이탈리아 기악 전통과 오페라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바로크 오페라는 20세기 후반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장르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역사적 연주 운동이 확산되면서, 헨델과 비발디의 오페라가 재평가받았고, 이제 스카를라티 같은 선구자들의 작품도 재발견되고 있다. 이 음반은 그러한 재발견의 흐름에서 중요한 기여를 한다.

음악사는 단순히 걸작의 나열이 아니라, 양식의 발전과 전통의 계승에 대한 이야기다.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의 '레미레노'는 바로크 오페라가 몬테베르디의 실험에서 모차르트의 완성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임을 보여준다. 판클래식스와 연주자들의 헌신 덕분에, 우리는 1697년 나폴리 극장에서 울려 퍼졌을 음악의 향연을 지금 여기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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